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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생각]_1: 목적이 정해진 한국 고등학교의 공부

by 성장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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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제작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를 보고 든 생각 때문에 이 글을 쓴다. 출발한 궁금증은 바로 '학교에서 공부하는 목적'이다.


대한민국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대학에 적합한 인재가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치를 뽐낼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하고 전략적인 공부를 한다.


내신에 자신 있는 학생들은 교과 전형으로,

학교 활동을 열심히 한 학생은 종합 전형으로,

수학에 자신이 있거나, 글쓰기에 일가견 있는 학생은 논술 전형으로-

혹은 백분위로 붙어보겠다고 정시 전형으로


각자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특성에 맞춰서, 그리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다른 양상으로 공부한다. 적어도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16'~18'의 교실 모습은 그랬다.


장차 자신이 진학하기 원하는 대학교와 학과를 계획하고 공부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를 그린다는 점에서 굉장히 바람직한 방법이다. 아쉬운 것은, 학교에서 하는 모든 공부와 프로그램이 '입시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다.


인재는 수치화할 수도 없고, 서술하지도 못하는 것 아닌가?

가식 없는 인재에 대한 생각


목적이 대학 입시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학업과 연결해 기록해야 했다. 비교과 프로그램과 더불어 동아리에서 무엇을 했는지 빼곡하게 적어야 할 때는 그 과정이 조금은 스트레스였다. 기록된 내용을 통해서 평가받기 때문에 자신을 인재처럼 꾸며야 했다.


순수하게 배우고 느낀 점은 사라지고, 배우고 느낀 점으로 '기록될 내용'을 생각하게 된다. 대학에 노출된다는 이유만으로 솔직과 정직은 사라지고, 거짓과 화려함이 덮인다. 그리고 '배우고 느낀 점'으로 기록된 내용은 교사를 거쳐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적힌다.


수시 지원 일정이 마감되면 입학 사정관 앞에는 그렇게 수많은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가 놓인다. 자신을 뽑아주길 기다리는 기계 속의 인형처럼 서류들은 넘쳐난다.


입시 아래 정직한 전형이 있는가?


종합 전형은 시작 취지만 좋았지, 과정을 보장하지 못하는 전형이다. 학교에서는 내신이 좋지 않은 학생들도 상향 지원하여 성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종합 전형을 감싸지만, 글쎄다. 반대로 생각하면 종합 전형은 깜깜이 전형이다. 자신이 왜 붙었는지, 무엇이 부족해서 떨어졌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교과와 정시 전형만이 정직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교과 전형의 경우 고등학교에 따라 다른 취급을 받는다. 가령 A 고등학교의 1.5등급인 학생과 B 고등학교의 1.7등급인 학생이 있는데, B 고등학교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면 평가자는 B 학생이 더 우수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정시 전형은 타 전형에 비해 합격 기준이 확실한 전형이다. 출신 학교에 관계없이 동일한 시간, 동일한 시험으로 전국의 모든 학생을 시험하기 때문이다. 교실마다 책상이 어떠니, 영어 듣기 환경은 어떠니 그런 것들은 논외로 하자.


모든 인재는 수치화될 수 있는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 과목의 점수만으로 학생의 능력치가 결정된다면 인재는 수치화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는 것인가? 수능 백분위가 98로 공부머리는 탁월하지만 성격이 좋지 않은 학생, 수능 백분위가 85이지만 인간성이 좋고 리더십이 뛰어난 학생. 이 중에 누가 더 인재다운가?


단어만 바꿔서 다시 질문해본다.

입시 아래 정직한 인재가 있을까?


많은 책들이 인재의 특징을 정리해 준다. 예컨대 '자기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을 인재라고 한다. 물론 우리는 남들과는 다른, 창의적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런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 인재의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입시 아래 놓이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본인의 꿈을 위해 대학 입학이 필수적이라면 누구나 입시를 치러야 한다. 아까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세대가 지나도 전형의 이름만 달라지고 학생들은 계속 자신을 어필하기 위한 전형을 찾을 테고, 또 기계 속의 인형이 될지도 모른다.


입시를 초월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

모든 활동은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좋다. 고등학교에서의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입시라는 커다란 바퀴를 돌리기 위해 공부하겠지만, 그 공부의 목표가 입시뿐만 아니라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도 작용하여야 한다.


수행평가를 단순히 점수 채우는 용도로, 그저 일회성 시간으로 써버리면 아까울 것이다. 모처럼 학생들 앞에 나와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런 자리를 빌려 자신이 어떻게 말하는지, 주제에 맞게 어떤 콘텐츠를 준비할지 등 수행평가 하나를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은 다양하다.


독서 역시 마찬가지다. "생활기록부에 적기 위해" 적는 몇 줄이 학생의 삶을 각성케하지는 못한다. 실리를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도서를 읽고 지식을 채우거나 자기개발을 돕는 도서를 꾸준히 읽는 편이 훨씬 낫다. 책의 내용을 몸소 흡수해서 삶으로 살아낼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성장은 없을 것이다.






대학 진학을 1순위 목표로 삼은 고등학생들에게는 이 글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3년간 조립한 자신의 모습으로 대학에게 평가받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근본적인 공부, 자신의 성장을 위한 공부"이다. 열심히 준비해도 입시에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확답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이 진심을 들여 공부한 것은 어떻게든 삶에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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