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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ocent Feb 18. 2021

8장 에너지 보존

에너지가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는?

지난 시간 우리는 운동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에너지는 스칼라이기 때문에, 벡터보다 다루기 쉬운데, 놀랍게도 이 스칼라가 운동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것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 자세히 이야기하지않은 매우 중요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것은 에너지는 보존되는 양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장에서 우리는 에너지의 보존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합시다.



먼저 지난 시간에 살펴본 일-에너지 정리에서 시작합시다. 좌변은 힘을 경로 선적분한 것, 즉 일(work)입니다. 우변은 운동 에너지의 변화를 나타냅니다. 좌변은 일이고, 우변은 운동 에너지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좌변의 일을 W로 나타내고, 운동 에너지를 K로 나타낸다면, 좌변의 W는 우변의 K 사이의 차이, 즉 ‘Kf - Ki’가 되겠습니다. 여기에서 f와 i라는 문자는 각각 최종 상태와 초기 상태를 나타내는 문자입니다.



이 때, 우리는 보존되는 양을 ‘정의’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트릭을 사용합니다. 만일 일이라는 것이 수학적으로 좋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면, 좀 더 엄밀히 말해서 힘이 ‘보존력장’이 된다면, 이 힘의 적분은 어떤 스칼라 함수의 시작 값과 끝 값에 의해서 결정되게 됩니다. 즉, ‘U’라는 어떤 스칼라 함수의 차이로 표현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것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다루게 될 상당히 많은 물리 문제의 경우에 이러한 가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여기에 약간의 ‘트릭’을 도입해서 '음의 부호'를 붙여줍니다. 이렇게 정의한 스칼라 함수를 우리는 ‘퍼텐셜 에너지’라고 정의합니다.



음의 부호를 붙였다는 것을 기억해 봅시다. 그러면 ‘일’이란 먼저 운동에너지의 끝 값과 시작 값 사이의 차이로 표현됩니다. 즉 ‘Kf - Ki’로 주어집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은 퍼텐셜 에너지의 끝 값과 시작 값의 차이로 표현됩니다. 그런데 아까 ‘음의 부호’를 붙였기 때문에, 퍼텐셜 에너지의 정의 상, 일은 ‘- Uf + Ui’가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부호가 이렇게 되도록 퍼텐셜 에너지를 ‘정의’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러면 좌변에 있던 '-Uf'를 우변으로 보내고, 우변에 있던 '-Ki'를 좌변으로 보내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좌변은 ‘Ui + Ki’, 즉 초기 상태의 운동 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의 합이 됩니다. 우변은 ‘Kf + Uf’, 즉 최종 상태의 운동 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의 합이 됩니다. 그런데 사실 초기 상태와 최종 상태는 우리가 임의로 잡은 것입니다. 즉, ‘어떤 상태’이든 상관없이 운동 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의 합은 ‘일정하다’라는 것을 결과로 얻게 됩니다. 우리는 이것을 ‘역학적 에너지 보존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역학적 에너지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역학적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와 위치 에너지의 합으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운동 에너지와 위치 에너지 각각은 질점이 운동함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그 합은 변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이야기가 이렇게 끝났다면 정말 편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세상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역학적 에너지가 실생활에서 그렇게 잘 보존되나요? 역학적 에너지가 보존된다고 합시다.여러분들이 지금 옆에 있는 여러분의 스마트폰을 책상 높이에서 떨어트린다면, 스마트폰은 손상 없이 다시 책상 위로 튀어 올라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절대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왜일까요?



왜냐하면 스마트폰이 깨지면서 에너지가 다른 형태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에너지’의 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



에너지란 반드시 보존되는 무언가 입니다. 여기 있는 그림은 유명한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제1권에서 따온 것입니다. 파인만도 에너지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세상의 총 에너지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일상 생활을 경험하면서, 운동 에너지와 중력 퍼텐셜 에너지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난다면, 거기에는 중력 퍼텐셜 에너지 이외의 다른 형태의 에너지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를 찾아야 하는 것이 됩니다. 우리가 그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를 ‘무시하는’ 한에서만, 근사적으로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는 계라는 것을 정의하고 다룰 수 있습니다. 비보존계는 어떤 의미에서 자연에 대한 부분적이고 근사적인 기술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로 자연은 어떻게든 에너지를 보존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혹시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에너지가 존재한다면, 그 새로운 에너지를 ‘정의’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진정한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이런 의미에서 우리 세상의 에너지는 보존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꼭 그렇게 무리를 해가면서, 때로는 적당하게 어떤 스칼라 함수를 ‘정의해 가면서까지’ 그렇게 에너지를 보존되는 양으로 만들어야만 속이 시원할까요? 어쩌면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도, 그냥 운동 방정식을 푸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겉보기에는 에너지 보존 법칙은 어느 정도 인위적인 면이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여기에는 좀 더 심오한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아마도 여러분들이 2학년 정도가 되어, 역학을 좀 더 수학적으로 전개시키는 법을 배우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내용입니다. 우리가 보존되는 양으로서의 ‘에너지’를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은 우리가 다루는 계가 ‘시간에 무관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운동하는 입자는 시간에 따라 변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진자를 오늘 진동 시키든, 내일 진동 시키든, 모레 진동 시키든, 언제 진동 시키든 그 진자가 같은 운동을 한다면, 우리는 그 계에 ‘시간 대칭’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에너지의 보존은 시간 대칭의 필연적인 결과가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연에 어떤 대칭성이 있을 때, 우리는 항상 보존되는 양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공간 방향으로의 변환에 대해 대칭적이라면, 우리는 ‘선운동량’이 보존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각도 방향으로의 변환에 대해 대칭적이라면, 우리는 ‘각운동량’이 보존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선운동량과 각운동량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이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것입니다.



이처럼 에너지의 보존은 시간 대칭성의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우리가 다루는 계의 물리적 특성이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변하지 않는다면, 즉 계가 일종의 정상성을 가지고 있어서 물리학적으로 ‘특별한’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면, 에너지는 반드시 보존되어야 하며, 우리는 그 보존되는 양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근본적인 자연 법칙은 특정한 시간에 의존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기대’되기 때문에, 즉 우리가 사는 세상의 자연 법칙은 시간에 따라 바뀌지 않는 일종의 ‘정상성’이 ‘기대’되기 때문에, 에너지의 보존도 우리가 경험하는 자연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기대’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에너지의 보존은 아주 근본적인 자연 법칙 중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참, 여기에 한 가지 더 이야기해야 할 것이 생겼습니다. 에너지의 보존은 우주의 ‘정상성’을 전제로 한 개념입니다. 만일 우리 우주가 정상적이지 않다면, 즉 우주가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경우에는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진공의 에너지에 의해 우주가 팽창을 한다면, 우주가 팽창을 함에 따라 진공의 에너지가 우주에 기여하는 에너지의 총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우주 전체의 총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에너지 보존의 개념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말일까요?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일반 상대론에서는 시공간의 총 에너지는 보존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전히 에너지의 보존을 다른 관점에서 정의하는 방법이 존재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시 우리 일반 물리학의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역학적 에너지가 보존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역학적 에너지는 운동 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의 합으로 기술되는데, 어떤 경우에는 퍼텐셜 에너지를 그림과 같은 빨간색 곡선의 그래프로 그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롤러코스터의 트랙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비록 우리가 운동 방정식을 풀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이 그래프를 통해서 운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우리에게 에너지가 4만큼 있었다면, x1 지점에서 출발해서 x5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가 보존되기 때문에, 이 롤러코스터는 x1과 x5 사이를 무한히 왕복운동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에너지가 1만큼 있었다면, 이 롤러코스터는 x2 주변을 왕복운동하거나, 아니면 x4 위치에 정지해 있어야 할 것입니다. x4에 정지해 있는 롤러코스터가 x5나 x2까지 오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더 공급해서 이 롤러코스터의 속력을 증가시켜야 합니다. 여기에서 퍼텐셜 에너지 그래프의 유용성이 드러나게 됩니다. 오목한 곳에는 ‘안정한 평형점’이 생기고, 볼록한 곳에는 ‘불안정한 평형점’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x3 위치에 역학적 에너지가 3만큼 있었다면, 이 롤러코스터의 속력은 영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정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약간의 ‘섭동’이 주어진다면, x2 위치로 굴러가거나 x4 위치로 굴러가고 말 것입니다. 이렇게 약간의 섭동에 대해 운동의 상태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 지점은 ‘불안정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안정과 불안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엄밀하게는 퍼텐셜 에너지를 ‘미분’해서, ‘힘의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면 아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많은 경우 운동 방정식을 실제로 푸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퍼텐셜 에너지의 형태를 그려낼 수 있다면, 어떤 종류의 운동이 가능한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나중에 만유 인력과 관련해 천체의 운동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한 번 더 ‘퍼텐셜 그래프’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운동 분석의 도구가 되는지를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지난 시간에 일률을 일의 시간 미분으로 정의했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개념을 에너지의 총량에 대해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역학적 에너지의 시간 미분을 좀 더 일반적인 일률로 정의한다는 것을 기억해두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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