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웃님의 온실에 심긴 오이가 장마철에 물에 잠시 잠긴 이유로 죽어간다면 어떤 방법으로 살릴 것입니까?
고구마 모종을 심었는데 바짝 말라죽어가면 어떻게 살릴 것입니까?
식물이 죽는 이유 중에 병충해를 제외한 이유라면 드물기는 하지만 실수로 과하게 비료를 뿌려 발생한 농도 장애를 빼고는 과습이나 저습에 의한 이유밖에 없을 것입니다.
화분재배를 하다가 식물을 죽이는 경우도 아주 흔히 벌어집니다.
온실이 몇 시간 물에 잠겨 오이를 살리려 한다면 흔히들 영양제나 살균제 등을 먼저 생각할 것입니다.
이럴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우선 잎을 다 제거하고 원순도 몇 마디만 남겨 새순을 받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물에 잠기면 뿌리가 상하게 됩니다. 그러면 식물은 물을 흡수할 수 없게 되는데 잎은 해만 뜨면 기공이 열려 몸 안에 있는 수분을 내 보냅니다. 그러면 단 한두 시간 만에도 시들어 죽게 됩니다. 일단 잎을 제거하여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여 새 뿌리가 나면 죽지 않고 순이 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집니다.
바짝 마른 땅에 뿌리도 없는 고구마 순을 바로 심었는데 죽어서 다시 심었다는 사례도 흔히 보입니다.
고구마는 워낙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라 뿌리 없이 심어도 살아남는 몇 안 되는 식물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도 아주 가물 때 심으면 죽게 됩니다. 이럴 땐 잎을 전부 따내고 심으면 줄기도 시들지 않고 뿌리를 내리고 순을 키웁니다.
잎은 눈에 보이지만 뿌리는 눈에 보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경험 많은 농부는 잎만 봐도 대략 뿌리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삽목할 때 왜 잎을 조금만 남기고 잘라줄 까요? 그리고 물을 충분히 주고 햇빛을 차단하고 뿌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뿌리가 약하거나 없을 때는 잎은 식물체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존재입니다. 백수건달인 거죠. 식구들이 굶어죽어 가는데도 놀면서 음식만 축내는 존재인 것입니다.
아마도 농사를 어느 정도 하신 분이라면 T/R 률 이란 용어를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론적으로만 배웠다면 이 T/R 률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뿌리와 잎의 비율을 말합니다.
왕성하게 자라는 식물은 잎이 많아야 합니다. 그런데 잎이 많아서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건강한 잎이 많을수록 좋은 때는 언제일까요? 네~ 뿌리가 튼튼하여 물과 영양분을 잘 흡수할 때는 잎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잎이 없을수록 좋을 때는 어느 때일까요? 뿌리가 없거나 약할 때입니다.
모종을 심어 몸살을 할 때도 밑에 큰 잎들을 따주면 몸살이 없이도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됩니다.
뿌리가 건강할 때는 잎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잎이 식물의 중요한 역할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컨테이너에 가지를 심어서 아직도 수확을 하고 있는데 워낙 더워서 하루에도 물을 여러 차례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오후 가장 뜨거울 때 큰 가지가 여러 번 시들어 죽어가서 급하게 처리를 하여 살려낸 적이 있었습니다.
뿌리 쪽에 먼저 물을 충분히 주면서 잎에도 뿌려줍니다. 뿌리로 흡수를 하지만 잎에 물이 닿으면 잎 근처에 상대습도가 올라가서 증산작용이 적어집니다. 또한 잎의 온도도 떨어집니다. 밑에 노화된 잎도 따줍니다.
흔히들 더울 땐 물을 주면 안 된다고들 하죠? 저는 더울 땐 물을 식물에게 직접 뿌려줍니다. 대개 10~20분이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얼마 전엔 갑자기 고구마 삽목을 테스트해 보고 싶어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고구마를 그릇에 넣고 물을 채운 다음 젖은 수건으로 덮고 비닐봉지 안에 넣어 놓으면 새순이 나옵니다.
순의 아랫부분까지 물에 담그면 뿌리도 금방 나오는데 뿌리와 함께 포트에 심으면 몸살 없이 바로 성장을 시작합니다. 이후 눈을 세 개 남기고 삽목을 해보았는 성공률이 아주 높더군요.
텃밭농사를 하는 분이라면 굳이 모종을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잎과 뿌리가 상황별로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를 하면 식물에게 무엇이 절실히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