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 된 후 몇 번의 호텔 방문을 열고 나갔을까

호텔 문이 닫힌 수많은 순간들



딸깍
스르륵


오랜만에 귓가에 들리는 소리.

호텔 방문이 닫혔다.

신발 속 발전체에 호텔 카펫 바닥의 푹신함이 느껴진다.


승무원으로 장거리 비행을 갔을 때는 개인적으로 카펫이 깔린 호텔을 선호하진 않았다. 3박 4일을 타지에서 살아낼 많은 물건들이 케리어와 헹어 그리고 작은 가방까지 꽉 차있었다. 엄청난 무게가 된 나의 케리어를 카펫이 깔린 호텔 바닥을 끌고 지나갈 때 나는 마치 모래주머니를 달고 걷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장거리 비행 후 다리는 이미 풀렸고, 모래주머니가 달린듯한 무거운 케리어를 끌고 찾아가는 내가 머물 호텔방은 한없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머물 방의 숫자가 눈에 들어온 순간. 힘겹게 주머니에서 호텔 방 카트 키를 꺼내 문을 연다.


'띠릭'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문을 몸으로 지탱하고, 케리어에 헹어까지 온몸에 힘을 주어 방 안으로 잡아당긴다.


스르륵




문이 닫힌다.

힘들게 케리어를 놓을 자리를 선택 후 잠시 세워둔 후 유니폼을 벗는다. 컵에 휴지 한 장을 깔고 귀걸이 시계, 반지, 카드키를 꼽는다. 그렇게 호텔 체류 라이프긴 시작된다.


승무원이 되고 난 후 나의 또 다른 집은 호텔이었다. 12년을 비행하며 그중 6년의 시간은 하늘에 있었고, 6년 중 그 반은 세계 여러 나라에 있는 호텔방에서 그리고 그 반은 집에서 지냈다.


집 리모델링 공사가 있어 3일 동안 호텔에 머물렀다. 아이의 유치원 하원 시간이 다가와 호텔 방문을 열고 나왔다.


딸깍
스르륵


귓가에 들리는 익숙한 소리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승무원이 된 후
나는 몇 번의
호텔 방문을 열고 나갔을까?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12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승무원이 되고, 처음 타지에서 혼자 맞는 생일날 호텔 문을 누군가 똑똑 두드려 열었더니 예전팀 후배가 적어둔 생일 축하카드와 조각 케이크가 놓여있던 호텔 방문이 기억이 난다. 새해, 연말,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들을 한국에서 보낼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나섰던 호텔 방문도 기억이 난다. 늘 가야지 가야지 하고 뒹굴거리다 마침내 큰 결심하고 헬스장으로 호텔 방문을 열고 나갔을 때와 맛있는 음식이 호텔 로비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열고 나갔던 호텔 방문이 기억난다. 한국 출발 편 비행 크루 호텔이 가까워서 공항까지 걸어가던 중 반지와 귀걸이 시계를 호텔에 두고 나온 것을 깨닫고 전속력으로 다시 머물렀던 호텔로 달려 반지와 귀걸이랑 시계를 가지러 가느라 숨이 턱 끝까지 찼던 호텔 방문도 기억이 난다.


푹 자고 일어나 기분 좋은 아침.

시차로 정신이 몽롱하지만 호텔 방문을 열고 나서면 반짝거리는 다양한 나라들이 눈앞에 펼쳐졌었다.


딸깍
스르륵


이 소리에 잠시 추억에 잠겼다.

승무원이 된 후 몇 번의 호텔 방문을 열고 나갔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소리에도 얼굴 표정같이 나의 기분이 담겨있었다.

LA의 햇볕을 맞으며 커피 한잔 마시면서 책 봐야지라는 계획을 가지고 나서는 방문의 소리는 상쾌한 느낌이었고, 새벽 비행에 잠 한숨 못 자고 비행 나갈 때의 방문 소리는 축 처진 내 몸처럼 처져 있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투어 약속이 있어서 나가는 방문 소리는 경쾌했다.


승무원이 되고
12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호텔 방문을 열고 나가며

나의 인생이
지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깍
스르륵


지금 이 순간
또다시 나의 인생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