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를 꿈꾼 지 이틀 후, 나는 그곳에 서 있었다.

인생에는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질 때가 있다.

인생에는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질 때가 있다.


승무원의 특성상 장기 휴가가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말 오랜만에 8일의 휴가가 나왔고,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했다.


엄마는 괌을 가고 싶다고 하셨지만, 8일이라는 휴가가 나오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기에 나는 다른 곳을 가자고 제안했다.


그때 문득 나의 버킷리스트에 적어놓았던 베네치아(Venezia)가 생각이 났다.
‘물의 도시’라 불리는 그곳에 막연히 가고 싶었다.
내가 다니는 항공사에서는 베네치아를 취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내어 여행으로 가야지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내 인생에 영화같던 순간.

늘 회사에서 취항하지 않는 곳을 동경하곤 했다.

내가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

전 세계 많은 나라를 다니는 승무원의 직업의 특성상 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지 가슴 뛰는 설렘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익숙해짐에서 오는 편안함을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첫 비행으로 간 런던에서 빅벤과 런던아이를 마주했을 때의 국적인 느낌과, 웅장함에 압도되었던 그날이 그리워지곤 했었다.


사실 나는 물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물놀이를 가거나 배를 타는걸 너무 좋아했었다.
그런 내가 베네치아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곤돌라’때문이었다.
이국적인 광경을 보며 사공이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곤돌라는 탄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내 마음은 설레었다.


노트북을 열어 회사 발권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출국, 입국 승객 예약 현황을 확인하고, 엄마를 모시고 가는 것이기에 그룹 투어로 5박 6일 일정을 예약을 했다.
밀라노로 입국, 로마로 출국하는 일정이었다.

엄마와 나는 직원 티켓으로 결제했고, 90% 할인을 받아 두 명의 유럽 왕복 티켓을 40만원을 조금 넘는 금액으로 결제할 수 있었다.

많은 순간들이 있지만, 이 순간 승무원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과 남편과 아이까지 전 세계 어디든 90% 할인된 직원 티켓을 이용할 수 있기에-


물의 도시 베네치아
"떠나볼까?"


계획한 지 이틀 만에 나는 베네치아에서 곤돌라에 앉아 사공이 불러주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손에는 시원하고 달달한 샴페인 잔을 들고, 베네치아 광경을 보면서 한 모금 마시니 마치 신선이 된 느낌마저 들었다.

유유자적한 이 느낌.


인생에 모든 타이밍이 맞았던 시간.

떠나고 싶다고 무작정 떠날 수 없는걸 잘 알기에
떠날 수 있었던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주워진 현실에 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이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다시금 내 옆을 지나가는 진한 갈색의 곤돌라와 좁은 골목 사이를 지날 때 드리운 그늘로 더욱 운치 있어 보였던 베네치아의 건물들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렇게 너무도 비현실적이었던 물의 도시는 내 눈앞에 있었다.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을 바라보며
마시는 카페라떼 한잔의 시간


우리에게 주워진 자유시간은 2시간.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리알토 다리를 지나, 햇빛이 강렬했고, 비둘기 많았던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을 지나
흰색 테이블이 베네치아와 너무 잘 어울리는 카페에 앉아 카페라테 한잔을 시켰다.

수면 위에 떠있는 곤돌라들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엄마와 앉아 이야기하며 마셨던 커피와 그날의 기억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전 세계를 다녀봤지만, 내 인생의 최고의 여행은 바로 이곳 베네치아였다.


확실히 느낀.
비행이 아닌 여행은 가는 마음가짐부터 다르기에

온전히 그곳을 느끼고, 깨닫는 시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난다.

그리고 오랫동안 꿈꾸던 곳으로 가는 여행 내가 생각한 그 이상의 것을 선물로 준다는 것도


이번 여행을 통해 좋은 것들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는 시간들이 나의 인생을 풍족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전 동안의 투어라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언젠가 베네치아에서만 오랫동안 여행하겠다는 또 다른 버킷리스트 목록을 작성했다.


이제는 아기 엄마가 되어 여행을 편하게 다니기는 어려워졌지만, 내 마음속에 꿈이 있으니 시간이 지나도 언젠가는 그곳에 가게 될 것임을 안다.


베네치아를 꿈꾼 지 이틀 후,
내가 그곳에 서 있었던 것처럼


리알토 다리를 눈에 담다.





*이미지 출처: 비행하고 글 쓰는 행복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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