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자리에서 승무원 4명이 만나면 벌어지는 일.

그녀들과 함께라면 전 세계 어디라도

오랜만에 승무원 팀원 4명과 만났다. 이미 팀이 끝나고도 7년째 이어오고 있는 만남이다.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시작된 수다는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거쳐 다음 약속을 기약하며 끝났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녀들을 만날 때 일반 친구들과의 차이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비행이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 승무원 4명이 만나면 벌어지는 일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 약속 잡기가 힘들다.

4명의 승무원이 비행에서 한 팀이었을 때는 가족보다 자주 보는 사이가 되지만, 1년 뒤면 팀이 바뀐다. 팀이 바뀌면 스케줄이 다르기에 한 달 스케줄이 나오면 각자의 쉬는 날을 카톡에 남겨 맞는 날을 맞춰 만나게 된다. 다른 직업과는 다르게 스케줄 근무로 되어있기에 스케줄 맞추기가 힘들다. 특히 2명이 넘어선 4명의 스케줄을 맞추기는 더욱이 어렵다.


두 번째, 키가 크다.

보통 승무원들은 키가 크다. 안전 규정상의 이유로 비행기 내 선반을 열고 닫아야 되기 때문에 키가 큰 승무원들이 대부분이다. 다른 직종의 친구들과 만나면 171cm인 내가 보통은 내려다보는 경우가 많다. 이번 모임에서도 168cm 1명, 171cm 2명, 175cm 1명으로 다들 키기 컸다. 그중 175cm의 키를 자랑하는 후배 옆에서 나는 땅꼬마가 된다. 물론 키가 작은 승무원도 있기는 하지만 내 주변에 승무원들은 대부분 키가 크다.


세 번째, 날씬하다.

승무원들은 대부분 날씬하다.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규정도 있고, 키에 맞는 적정 몸무게가 정해져 있다. 살이 많이 쪘을 시에는 비행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관리를 한다.


네 번째, 잘 먹는다.

승무원들은 정말 잘 먹는다. 세 번째 특징인 날씬하다는 것에 비해 정말 잘 먹는다. 보통 모임에서 만나도 샐러드를 먹으러 간다든지 하지 않는다. 승무원에 대한 재미있는 만화를 본 적이 있다. 그 만화에 승무원들은 모이면 먹고, 흩어지면 잔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정말 공감했다. 비행을 하다 보면 불규칙적인 식사 시간 때문에 식탐이 생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정말 잘 먹는다.


다섯 번째, 예쁘다.

사실 승무원 유니폼에 올빽머리를 하고 단아하다는 느낌을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예쁨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식당에 4명이 우르르 가면 예쁜 아가씨들 왔다고 칭찬을 해주시기도 하고, 동네 한적한 카페에 가면 서비스로 쿠키나 초콜릿을 받기도 한다.


여섯 번째, 테이블 세팅에 능숙하다.

식사가 제공되면 금세 테이블 세팅이 되어있다. 모두 비행 10년 차 이상이라 누가 말할 거 없이 일처리가 빠르다.


일곱 번째, 비행 이야기를 한다.

비행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특이 사항이나 바뀐 내용들을 이야기한다.


여덟 번째, 뷰티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즘 핫한 뷰티템이나 피부과 등등 뷰티에 대해 좋은 것들을 공유한다.


아홉 번째, 다음 달 스케줄을 공유한다.

한참 이야기하고 난 후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많다며 다음 비행 스케줄을 공유하며 다시 쉬는 날을 맞춘다.


승무원 모임에 가면 느끼는 특징적인 것들을 적어보았다. 사실 오랜 시간 비행을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 그런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사회라는 곳은 돈을 버는 곳이고, 그곳에서 이상한 사람만 만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나와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마치 하늘에서 나에게 선물을 준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하는 일이 같고, 그로 인한 고충과 특성을 잘 이해하는 이들과의 대화가 주는 공감대와 편안함이 좋다.


몰디브에서 함께 수영했던 이야기와 뉴욕에서 한방에 모여 해가 뜰 때까지 수다 떨던 일들과 LA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서 주니어들처럼 신나게 놀았던 일들을 이야기하곤 한다. 아가씨였던 우리가 하나둘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그 주제는 더 풍성해져가고 있다.


동기들과는 어느새 15년, 팀원들과는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내 일처럼 기뻐해 주고, 슬픈 일이 생길 때는 누구보다 위로를 해주는 그녀들이 있어 내 삶이 참 풍요롭다.


사적인 자리에서 승무원 4명이 만나는 건 스케줄 맞추는 것부터 어렵고 힘들지만 만났을 때 반가움은 배가된다. 키 크고 날씬하고 예쁜 그녀들을 만나면 나 또한 관리를 잘해야지라는 자극을 받기도 하고, 어여쁜 그녀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행복하다. 테이블 세팅에도 능하고, 친절하며, 잘 먹고, 업데이트된 뷰티 정보와 최근 비행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들과 함께 이야기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승무원 세계에서 만난 내 사람들.

그녀들과 비행기 안에서 축하해주던 서로의 생일과 서로 다른 클래스에서 일하면 레스트 가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쓱 주고 가는 츤데레함에 그날의 비행의 힘들었던 일들이 사라지곤 했다. 연애 상담을 들어주고 있는 중 울고 있는 너를 토닥여주느라 유니폼 드라이클리닝 한 것도 못 찾고 바쁘게 비행길에 올랐던 날도, 그런 네가 결혼한다는 기쁜 소식을 들을 때 찾아오는 이름 모를 뿌듯함이 좋다.


호텔방에서 서로 최신 유행이라는 화장과 머리를 해주기도 하고, 비행 끝나고 퀵 샤워 후 한방에 모여 렌딩 비어와 감자튀김 시켜 먹으며 그날 비행에 있었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곤 했다. 세계 유명한 맛집을 함께 다니며, 새벽 늦게까지 수다 떨고 잠들어 조식 뷔페 끝나기 전에 함께 후다닥 들어가 커피와 토스트 하나 먹고 잠이 덜 깬 상태로 투어버스에 올라 선잠을 자고, 세계 여러 곳을 함께했다.



내가 만난 전 세계의 빛나는 시간 속에
그녀들이 있었다.

승무원 세계에서 만난
귀한 내 사람들.

그녀들이 있어
나의 인생에 시간대는
더욱 행복해지고 있다.





그녀들과 라라랜드 OST를 들으며 함께본 LA의 야경.



그녀들과 함께한 로마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