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인 내게, 언제 가장 라면이 맛있었냐고 물어본다면

비행을 하며 만난 맛있는 라면


라면을 좋아한다.

라면의 단짝 김치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늘 비행 가기 전 케리어를 챙길 때 라면과 꼬마김치는 잊지 않고 챙긴다.


각 나라의 이색적인 음식을 먹어도,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라면과 김치의 매운맛이 들어가야 속이 좀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라면을 좋아하지만, 내 인생에 정말 맛있게 먹은 라면이 있다.


1. 비행기에서 먹는 라면


비행기에서 먹는 라면은 정말 맛있다.

라면 서비스는 클래스마다 나가는 방법이 다른데,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는 컵라면으로 나가고,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는 기내에 탑재되는 냄비 같은 곳에 북어와 콩나물 고추가 들어있는 가니쉬와 함께 끓여 그릇에 담아 나간다.

기내에서 먹는 라면이 유달리 맛있다. 한국에서 출국하는 비행기에서는 여행의 설렘이 곁들여지고, 한국으로 입국하는 비행기에서는 이제 다시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안도감이 들어서 그런 걸까?

임신으로 휴직 중에 기내에서 먹었던 라면은 오랫동안 그리워했다.


2. 스위스 취리히 융프라우요흐에서 먹은 라면


이제 갓 비행하기 시작했을 때 운 좋게 스위스 비행이 나왔다. 승무원 스케줄에서도 스위스 취리히 비행은 잘 안 나온 편에 속하는데, 운이 좋게도 비행 1년 차 됐을 때 취리히 비행이 나왔다.

스위스 비행에 가게 되면 꼭 가야 하는 곳이 융프라우요흐였다.


투어는 아침부터 시작되는 일정이었다.

기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에서 커다란 버스를 타고, 융프라우요흐 역까지 또다시 기차를 타고 갔다.

지금껏 3번에 융프라우요흐를 갔지만 가는 날 느낌이 달랐다. 한 번은 비가 오는 날 투어 한터라 하루 융프라우요흐의 투어비가 30만 원이었는데, 30만 원 치 안개만 보고 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날씨가 좋은 날.

기차를 타고 융프라우요흐로 올라가는 길 내내 사진에 담기지 않는 알프스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었다. 막내 승무원이었을 때 처음 스위스 비행에 갔을 때 자연경관에 압도되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았던 곳이 실제로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융프라우오요흐 정상에서 먹은 신라면

또 신기했던 건 융프라우오요흐 정상에 도착했을 때, 신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이른 투어 일정이라 아침을 못 먹고 출발했었는데 융프라우오요흐의 설경을 바라보며 먹은 신라면은 정말 잊지 못할 맛이었다.

스위스에 유명한 장소에서 우리나라의 라면을 파는 것이 신기하기도, 자부심이 들기도 했다.


3. 호텔에서 먹었던 수많은 라면들.


보통 해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준비 시간을 1시간 30분 정도로 정해놓는다. 그중 30분은 라면을 먹는 시간을 정해놓는다.

장거리 비행의 경우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부터, 비행기에서 배정받은 듀티로서 해야 하는 지상업무, 승객 탑승 후 첫 번째 서비스가 끝날 때까지는 음식을 먹지 못하기에 라면을 먹어놔야 속이 든든하다.

감사하게도 우리나라에게는 다양한 맛의 라면이 있어서 입맛 따라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을 픽업 전에 먹으면 한국까지 걸어갈 힘이 생긴다.


비행을 하기에 라면이 더 맛있게 느껴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 그리움을 달래주는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곤 했는데, 라면이 나한테 그런 존재였다.


승무원인 내게,
언제 가장 라면이 맛있었냐고
물어본다면
한국을 떠나
낯선 곳에 있던 그 모든 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 비행하고 글 쓰는 행복한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