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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공포에 질린 아이를 마주했다.

비행기에서 승무원이 전하는 말의 힘


비행을 하며 승무원의 말의 힘을 느낄 때가 있다.


이번 비행이 그랬다.

비행기 출발 전 기장님께서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루트에 기류가 좋지 않아 많이 흔들릴 거라는 예보를 주셨다.


1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터뷸런스를 겪어보았다. 가끔은 승무원인 나조차 걱정이 되는 기류 변화를 만나곤 한다. 이번 비행에서도 기류 변화로 비행기가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었다. 승무원들도 착석하라는 신호가 나왔다. 나는 승무원 좌석에 앉아서 기류가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귓가에 너무도 겁에 질린 목소리로 목놓아 울며 내리고 싶다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기류가 잠잠해지고, 아이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포에 질린 5살 정도 된 아이는 너무 무섭다고 비행기에서 내리고 싶다며 울며불며 소리쳤다. 처음 본 아이의 공포에 질린 모습에 어머니 극도로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실 아이가 극도로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보는 어머니 긴장되는 마음을 잘 안다. 혹시 아이가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을.


예전에 첫째 아이가 무서운 꿈을 꾸고 잠에서 깼을 때 소리치며, 울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아이를 꼭 껴안았다.


"괜찮아. 우리는 안전해. 엄마가 지켜줄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괜찮아."


아이가 진정될 때까지 말해주었고, 딸은 나의 목소리에 서서히 울음이 그쳤고, 마침내 잠이 들었다. 그 기억이 떠올라 아이에게도 말을 건넸다.


공포에 질린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친구, 제 목소리 들려요?

지금 비행기가 많이 흔들려서 겁이 났지요?"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비행기에 대한 안전 교육을 아주 잘 받은 승무원이에요. 비행기가 흔들려도 안전하게 친구를 한국까지 데려갈 수 있도록 잘 교육을 받았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친구 한국 가는 동안 안전하게 잘 지켜줄게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안전하게 지켜줄게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아이의 등을 토닥거리며 이야기를 하자 공포에 질려 소리치던 아이는 점차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잠이 들었다. 걱정하던 어머니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나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셨다.


"저도 아이가 있어서 어머니께서 얼마나 걱정하실지 잘 알아요. 아이분이 진정이 돼서 너무 다행이에요. 혹시라도 또 이런 상황이 생겨도 제가 와서 도와드릴 테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말하자 어머니는 알겠다고 대답하셨다.


그 후로도 한번 더 아이가 소리를 치며 울었고, 다시 다가가 같은 방법으로 아이를 달랬다.


그렇게 멀게 느껴졌던 한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어머니 품에서 곤히 잠이 든 아이 분을 보며 곧 한국에 도착한다고 안내를 드렸다. 아이 분이 일어나게 되면 한국까지 기류 변화로 무서웠지만 잘 참아내는 용기 있는 친구라고 승무원 이모가 칭찬 많이 했다고 전해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알겠다며, 너무도 감사하다고 수고 많으셨다고 인사를 건넸다.


승무원의 말의 힘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위험을 감지한 순간.

혹은 아픈 승객을 만나는 순간.


나는 내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이 제한된 비행기라는 공간인 승객들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잘 안다.


"안전해요."


"컨디션이 좋아지셨어요. 비행기에 타시면 잠시 그러실 수 있어요. 괜찮아요."


승객들을 안심시키는 말.


공포에 질린 승객 또는 아프셨던 승객을 모시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때 마음에 안도감이 찾아온다. 그분들이 손을 꼭 잡으며 너무 고마웠다고 건네는 인사의 온기에 내 마음 가득 따뜻함이 찾아온다.

오늘
비행기에서 공포에 질린 아이를
마주한 순간
다시 한번 느꼈다.

비행기 안
승무원이 전하는 말의 힘을.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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