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본적이 서울 종로구이며 태어나서부터 30년 넘게 서울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었다. 명절에 귀성길 차량들로 꽉 막혀있는 도로를 보면 절대 지방에 사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대학 때까지만 해도 거의 지방에 가본 적이 없어서 수도권이 아닌 곳에 살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의 다짐과 달리 정작 결혼은 대구가 고향인 지금의 아내와 하게 되었다.
지금은 천안에 살고 계시지만 그 당시 아내와 처갓집에 다니며 대구라는 도시를 처음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면서 대전, 광주, 제주 등 다른 도시에 자주 출장을 가게 되었고 각 도시마다 특성이 있으며 사람이 사는 곳은 서울이나 어디나 다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2015년 11월 1일부터 세종시로 출근하게 되었다. 언제든 지방으로 발령날 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준비기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오르는 전셋값이나 아이들 어린이집의 대기상황을 생각하면 내려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6시 10분에 세종으로 가는 통근버스를 타야 했다. 그 버스를 놓치면 서울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오송역에 내려서 BRT로 세종시까지 가야 했다. 그렇게 되면 지각하게 될 것이 뻔했다. '혹시 버스를 놓치면 어떻게 하지. 두 시간은 가야 하는데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어쩌지' 여러 걱정에 전날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
다행히 버스를 제시간에 타고 첫 출근을 했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근무환경은 너무도 좋았다.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사서 직원들과 호수공원 산책도 했다. 막상 와서 경험해보니 이 곳에서 일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과시간이 끝나고 다시 통근버스에 올랐다. 저녁도 못 먹고 바로 출발했지만 서울 외곽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해서 집에 도착하니 9시가 다 되었다. 그렇게 2주간 서울에서 세종으로 출퇴근을 했다.
'여보 나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는 못 다니겠는데. 허리랑 목이랑 여기저기 다 아프네. 그리고 아침이랑 저녁을 제대로 못 먹으니까 하루 종일 힘도 없어'
'그래 힘들 거 같아. 그럼 어떻게 하지?'
'일단 장모님 계신 천안으로 내려가자. 거기서 다니면 그래도 좀 나을 거 같아'
'그래 알았어. 당장 필요한 짐부터 챙겨놓을게'
그렇게 2015년 11월 중순부터 처갓집인 천안에서 세종으로 출퇴근을 했다. 천안역에서 무궁화열차를 타고 조치원역에 내려서 통근버스를 타면 세종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차로 출근을 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어딘가로 여행을 가는 기분이어서 나쁘지 않았다. 퇴근할 때 잠깐 잠이 들었다가 평택까지 갔던 경우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리고 2016년 1월 전셋집에 입주하면서부터 우리 가족의 행복도시 생활이 시작되었다.
34평 신축 아파트를 1억 5천 전세금만 주고 살 수 있었다. 서울에서 살 때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의 거주비용만 있으면 되었다. 왜 세종시에 그렇게 외제차가 많은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주거비가 그만큼 줄다 보니 새 차도 살 수 있고 삶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세종시는 평균 연령이 낮기 때문에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다. 그래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필수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국가 및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국공립 유치원과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한다.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덜하고 임용시험을 통과한 검증된 선생님들만 있으며 교재와 교구 등 구입을 위한 지원비용도 나오기 때문에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가 생활할 것이라고 안심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원장 한 명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운영되는 민간시설보다는 주기적으로 기관의 감사를 받는 국공립 시설이 식재료 하나를 구입하더라도 더 신경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를 맡기고 있는 어린이집의 경우에도 관리기관에서 수시로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또한 단순 보육보다는 아이들이 직접 제안하는 주제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한글, 나라, 학교, 흙, 집 등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국립어린이집 프로젝트 수업
교육부의 '2019 전략목표 성과분석 보고서'를 보면 전국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2019년 10월 기준으로 28.5%이다. 즉 유치원생 10명 중 3명만 국공립유치원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21.5%로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세종시는 출범 초기부터 국공립유치원을 대거 확충했고 그 결과 취원율이 97.2%에 달한다.
또한 늦게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어 맞벌이 부모에게 인기가 좋은 국공립어린이집도 단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올해도 12월까지 24곳을 추가 설치한다. 공동주택 관리동에 신규 및 전환되는 국공립어린이집이 20곳이고 기존 민간 및 가정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3곳이다. 그리고 신축한 복합커뮤니티센터에도 국공립어린이집이 개원할 예정이다. 또 이와 별개로 자가 소유 건물에서 운영 중인 가정어린이집 2곳을 선정해 10년간 무상 임차하는 방식으로 영아 중심의 소규모 국공립 보육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에도 국공립어린이집이 개원하여 운영 중이다. 만약 서울에 살면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내려고 했다면 오랜 시간 대기하거나 추첨을 통해 엄청난 경쟁률을 넘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세종시는 아이를 믿고 맡기기에 최고로 좋은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