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분원은 시간문제다

by 하루에

세종시 소재 30여개 중앙행정기관의 근무지외 출장비 총액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총 917억 원이라고 한다. 기간으로 보면 2016년 280억 원이었던 출장비는 2017년 302억 원으로 늘었고, 2018년 335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였다.

출장 횟수도 점점 많아졌다. 2016년 25만회이던 횟수는 2017년에는 28만회로 늘었고, 2018년에는 33만회로 다시 증가했다. 이에 따라 3년간 출장 횟수는 총 86만회로, 하루 평균 30여 개 기관이 약 800회 세종시를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세종시 공무원들의 출장 목적지가 절반가량은 국회일 거라는 말이 나오면서 국회 분원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영상회의가 확대되고 있지만 세종시 공무원들이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여전하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출장을 자제하라고 말했지만 국회의원 보좌진이 설명을 요청할 경우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국회가 개원하면 자료 요청 및 설명 요구가 많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행정안전부의 경우에도 예·결산시즌이나 국정감사 시기가 되면 간부들은 일주일 내내 국회 근처에서 대기하고 일반 직원들도 입법조사관이나 의원 보좌관 들을 만나기 위해 일주일에 1~2번 이상 국회 출장을 가야 했다. 서울에서 근무할 때는 국회에 출장을 다녀와도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았지만 세종에서는 국회 출장을 마치고 내려오면 하루 일과가 다 끝나버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7월 행정수도 완성 추진단을 출범했다. 우원식 단장, 박범계 부단장을 비롯해 17명의 의원들로 구성하였다. 추진단은 올해 안에 행정수도(세종) 이전과 함께 글로벌 경제수도(서울) 완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국회 이전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세우는 것이 전제였다. 올해 예산으로 잡힌 것도 세종시 국회 분원 설계 용역비 20억 원이다.

국토연구원이 국회사무처 의뢰로 수행한 용역결과에 따르면 S-1 생활권 가운데 세종호수공원과 맞닿은 50만㎡ 규모 용지를 최적의 입지라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배산임수로 입지 환경이 뛰어나고 국무조정실과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등 업무 효율성이 좋은 곳이다. 여기에 국회 이전 이후 함께 조성해야 할 게스트하우스, 각종 편의시설 등이 추가로 들어서기에도 적합하다.

예결위, 상임위(10개),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국회사무처 일부를 이전하게 되며 소요비용은 토지매입비 4,216억 원과 청사 건립비 3,355억 원을 합쳐 총 7,572억 원이라고 한다.

슬라이드7.JPG S-1생활권(출처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여당 원내대표는 지난 7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더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서울 등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균형발전 등을 이유로 '행정수도 이전'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2004년 헌재 판결 때문에 이 제안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가 없다.

노무현 정부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지정하고, 국회와 정부 각 부처를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헌재는 2004년 10월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관습헌법에 해당되고,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이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역시 헌재 결정 등으로 인해 단기간 내에 국회의 세종시 이전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에서도 '행정수도를 옮기자는 것은 지난번 헌법재판소에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결정됐다. 이제 와서 헌재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반대하고 있다.

다만 야당 원내대표가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에 대해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지난 총선 때 중앙당 공약은 아니지만 충청권 공약 중에 국회 분원 설치도 들어 있었다. 각 부처에서 국회에 오느라고 길 국장이니 과장이니 하니까 그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서 분원을 설치하고, 필요하면 세종시에서 상임위원회 회의를 하는 것은 논의가 가능하다' 고 말한 만큼 그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국가직 공무원으로 세종에 근무하면서 수차례 국회 출장을 다녀본 나로서도 국회 분원 건립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세종시민의 입장에서 세종시가 새로운 행정수도가 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찬반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 헌법재판소의 새로운 판결, 법 개정 등 여러 과정을 거치는데 너무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또 그 어려움을 다 넘긴다 해도 완성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고 그 기간 동안 공무원들이 국회로 출장을 다니면서 낭비하는 출장비의 액수는 더욱 커질 것이다.


국회사무처가 유권해석을 한 결과 '국회 상임위 이전을 포함한 세종 의사당 설치는 별도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한다. 최근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장에게 국회 세종 의사당 건립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업무추진계획을 보고했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세종 의사당 건립을 위한 추진단과 TF팀의 구성, 활동 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10월 중에 세종의사당 건립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한다.

부디 세종 의사당에 대한 기본계획이 조속히 확정되고 관련 예산이 적기에 반영되어 입법부와 행정부의 지리적 거리로 인해 생기는 비효율적인 문제들이 빠른 시일 내 해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전 02화요리 보고 조리 봐도 신축 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