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시의 학군은 자라고 있다

by 하루에

사람들이 한 지역의 학군을 평가할 때는 그 지역의 중학생들이 특목고에 몇 명이나 진학했는지. 또는 그 지역의 고등학생들이 소위 SKY 대학교나 서울대학교에 몇 명이나 합격했는지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일 그 기준으로만 본다면 2020년 현재 세종시보다 학군이 좋은 도시가 전국에 여러 곳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학군을 단순히 특정대학교의 합격율로 판단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 기준으로 볼 때에도 세종시는 아직 경쟁 선수로 출발선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세종시 첫 마을이 2011년 말 준공되어 첫 입주를 시작했고 세종청사의 완공식이 이루어진 시점을 2014년임을 감안할 때 수도권에서 이주해 온 공무원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현재 초등학생이거나 나이가 많아야 중학생 1~2학년일 것이다. 이전 초기에는 세종청사와 첫 마을 아파트를 제외하면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보다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들을 키우는 공무원들이 세종에 정착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럼 약 6~8년이 지났으니 아직 고등학교에는 진학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므로 특정대학교의 합격율에 따른 세종시의 학군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앞으로 8~10년은 지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계청의 2018년 '학생의 학교생활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종시 중·고등학생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전국 평균 58.0%보다 10.3%나 높은 68.3%를 보였다. 지난 2016년 조사 결과(6위 53.2%)보다 무려 15.1%나 상승하며 1위에 올랐다. 구체적으로 '전반적인 학교생활 1위(68.3%)', '교육내용 1위(62.4%)', '교육방법 3위(51.9%)', 교사와의 관계 5위(63.2%)', 학교시설 및 설비 1위(71%)', 학교 주변 환경 2위(56.0%) 등으로 집계됐다. 그렇지만 교우관계 부문에서 9위(76.1%)를 보였는데 아마도 여기저기에서 전학 온 아이들이 모여 생활하다 보니 다른 지역 아이들보다 교우관계가 어려웠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 지표만 보아도 현재 중·고등학생 아이들이 세종시에서 초등학교를 거쳐 함께 성장해온 아이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세종시 교육청에서는 이러한 학교생활 만족도 상승의 원인을 혁신교육 강화, 캠퍼스형 공동 교육과정 확대,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활동이 가능한 스마트교육환경과 학교 공간 재구조화 추진 등 정책의 효과로 보고 있다.


혁신학교

현재 세종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를 포함하여 혁신 예비학교가 10곳, 혁신학교가 12곳, 혁신자치학교가 7곳이 있다. 세종 혁신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공동체의 자율적 참여로 높은 수준의 학교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스스로 학교의 특색 있는 학교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는 '학교자치'가 전국적인 롤모델이자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캠퍼스형 공동 교육과정

2017년 시작한 캠퍼스형 공동 교육과정은 모든 학교가 하나의 캠퍼스를 구성하고, 지역의 우수한 인력자원을 활용해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모델이다. 세종시 어느 학교에서든 자신이 원하는 정규 교과, 학교 교육과정에서 개설되기 힘든 심화 과목, 예체능 실기 전공 교과, 전문 교과를 수강할 수 있다. 또한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 창의적 체험활동을 타 학교 학생들과 연합하여 할 수 있으며, 인근 대학과 국책연구단지 등의 우수한 인력풀을 활용한 '진로 전공 탐구 방과 후 교실'에서 자신의 진로 적성에 맞는 진로 전공 탐구를 할 수 있도록 학생 맞춤형 고교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고뿐만 아니라 세종국제고, 세종예술고, 세종 하이텍 고도 함께 참여한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2019년 조사 결과 각각 91%, 80%로 상당히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캠퍼스형 공동 교육과정은 학생의 꿈과 적성에 적합한 진로를 탐색하고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뿐 아니라, 전공에 대한 관심과 발전 가능성을 키울 수 있고, 대학입시에서도 학생부 종합전형 등 수시 모집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꿈마루 프로젝트

또한 세종시교육청은 미래형 학교 공간 구성을 위한 학교 공간혁신 프로젝트 '2020년 세종 꿈마루 영역 단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종 꿈마루 영역 단위는 일반교실, 복도, 특별실, 운동장, 홈베이스 등이며 학교가 일부 공간을 대상으로 단위학교가 주관하여 공간혁신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2019년 10개 학교의 사업을 완료하였으며 올해 11개 대상학교를 선정했다. 선정된 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학교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학교 공간 설계에 참여하여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양한 유형의 학교 공간혁신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들 학교에 학교 공간혁신 촉진자(건축사, 건축교육전문가 등)와 함께 학교장, 담당교사 등을 대상으로 공간혁신 인식 개선과 역량강화를 위한 합동 워크숍 및 학교별 컨설팅을 지속 지원한다. 미래형 영어체험터 구축과 쉼·놀이터가 함께하는 학습공간 재구조화 등을 위해 총 15억 원을 투입하여 내년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서두에 나는 지역의 학군이 좋고 나쁘고의 기준이 특정대학교의 합격률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5명의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겠다.

A는 강남에 거주하여 어릴 때부터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특목고에 진학한 후 서울대 의대에 합격하고 의사가 되었다. 현재 개인병원을 운영 중이다.

B는 강북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가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는 주위의 평가를 받았고 부모님이 대치동 전셋집을 얻어 명문학원을 다니면서 SKY 대학교에 합격하여 대기업에 취직하였다.

C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여 국가직 공무원에 합격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등록금을 받아 대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세종시에 근무하는 동안 공무원 특별공급을 통해 34평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D는 지방에 거주하였으며 원래 공부에 관심이 없었으나 부모님의 권유로 지방대를 간신히 졸업하고 바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부동산 경매와 갭 투자로 수십억 자산가가 되었으며 현재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E는 어릴 때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KAIST에 입학했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했는데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중견 IT 기업에서 인수를 제안하여 자사주를 받고 팔았다. 그런데 그 IT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수백억 원대 부자가 되었고 현재 주식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5명의 사람 중 누가 가장 성공한 사람일까? 이 중 학군이 좋은 곳에 살아서 성공한 사람은 몇 명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살아가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다. 학군이 좋다고 소문난 강남이나 목동에 사는 아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명문학원이 없는 지방에 사는 아이라고 해서 성공의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세상은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살아왔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인구는 감소할 것이고 많은 대학이 사라질 것이며 우리가 선망하는 다양한 직업이 AI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다. 이미 그 변화가 우리나라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AI가 병을 진단하고 직접 수술을 하는 환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야구장에서도 AI심판이 시범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학교에서 주문한 간식을 편의점에서 드론으로 배달하는 테스트가 뉴스에 보도되었으며 세종시에는 자율주행차량이 주기적으로 시범운행을 하며 주행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의 실생활에 들어와 있으며 최근 코로나로 인해 그 도입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기성세대들은 아직도 좋은 국영수 학원이 있는 학군이 뛰어난 지역만을 찾아다니고 있다. 물론 학원에 가는 것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원을 가서 공부해야 할 아이가 있고 공부가 아닌 다른 적성을 찾아주어야 할 아이가 있는데 대부분의 부모가 모든 아이들을 똑같은 기준으로 키우고 판단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두 명의 딸을 키우고 있는데 첫째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6살 때 책으로 한글을 다 배웠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고 한번 책상에 앉으면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아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국어, 수학 문제집을 푸는 것을 보면 누구를 닮았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2학년인 현재 영어, 수학, 미술, 수영,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도 항상 무언가를 더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다만 운동이나 노래, 춤 방면으로는 부모가 볼 때도 재능이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둘째는 어릴 때부터 달리기 실력이 뛰어났다. 5살과 6살 때 어린이집 철봉 오래 매달리기에서 2 연속 신기록을 달성하며 우승했고 7살인 지금도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혼자 팔 굽혀 펴기를 연습한다. 태권도 학원을 가장 좋아하고 피아노 학원은 언니 따라 등록했다가 한 달 만에 그만두었고 공부와 관련된 학원은 엄마가 말만 꺼내도 다니기 싫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 등 창작활동할 때를 제외하면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경우가 없으며 집에서는 매일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춤을 추며 뛰어다닌다. 똑같이 춤을 추더라도 첫째와 비교하면 리듬감부터 다르다. 누가 보더라도 공부보다는 예체능이 적성에 맞는 아이다.


SBS 스페셜에 출연했던 '스터디코드'의 '조남호'라는 코치가 있다. 스터디코드는 대한민국의 공부법 전문 강의 연구소인데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다. 내가 해외연수를 위해 영어공부를 하던 시절 우연히 스터디코드를 알게 되어서 영어공부의 방향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됐었다. 조남호 코치가 방송에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엄마 주도의 학습이 아니라 아이 주도 학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아이가 스스로 공부계획을 짜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학원에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신도시이기 때문에 검증된 학교가 없고 명문학원이 없다고 해서 학군이 나쁜 것이 아니다. 세종시 특별히 행복도시에는 다른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흥시설이 거의 없다. 몇 년 전까지는 10시가 넘으면 술을 마실수 있는 식당조차 없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유해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금강 남측 보람동에 '땀범벅이 될 때까지 노는 놀이터'를 올해 처음으로 개장했다. 정부혁신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땀범벅 놀이터'는 출산율과 아동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에 걸맞게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특화된 놀이터를 만들자는 취지가 반영된 놀이터로 우리가 흔히 보는 놀이터와 달리 어린이들의 생각이 담긴 다양한 놀이공간으로 기존의 틀에 박힌 시설물 위주에서 벗어나 가공하지 않은 자연 소재인 돌, 흙, 모래 등을 재료로 활용하여 자연 친화적인 공간으로 조성했다.

조성된 놀이터의 면적은 축구장 1개 정도의 7,400㎡이며, 주요 시설로는 모험심을 자극하는 '로프놀이원', 두근두근 가슴이 뛰는 '짚라인', 다함께 즐길 수 있는 '회전놀이대', '모래놀이원' 등으로 구성하였으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인증을 받아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바닥에는 주문진 모래와 나무껍질을 깔아 여느 놀이터에서 흔히 보던 우레탄 바닥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인 특별함을 더했다.

땀범벅 놀이터 배치도(출처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땀범벅 놀이터는 지역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한 디자이너 캠프에서 어린이들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찰흙 등으로 만든 모형이 실제 놀이기구 디자인에 대폭 반영되었으며 놀이터 이름 또한 어린이 들이 제안한 이름 중 공모과정을 겨쳐 최종 명칭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향후에도 아이들이 놀기 좋은 놀이터 모델을 개발하고 향후 조성예정인 놀이터에 적용할 계획이다.

땀범벅 놀이터 전경(출처 :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세종시에는 현재 대통령기록관과 조세박물관이 있으며 향후 어린이박물관, 국가기록 박물관, 디자인 박물관, 도시건축박물관, 디지털 문화유산 역사관으로 구성된 국립박물관 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또한 세종시 근처에는 공주, 부여 등 교과서에 나오는 다수의 유적지를 보유한 도시가 있다. 주말에 그곳에 있는 문화유적지나 박물관을 가면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외우지 않아도 체험적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차량으로 20~30분만 가면 계룡산이 있어서 다람쥐도 만날수 있고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는 다양한 생태체험학습도 할 수 있다.

나는 좋은 학원이 많은 도시가 학군이 좋은 것이 아니라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곳이 학군이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면에서 세종시는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20200920_162600.jpg 계룡산 갑사 계곡
20200920_161926.jpg 물고기 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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