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영어 관련 질문들 중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하나는,
‘엄마표영어 시작의 적기는 언제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서 각자 처한 환경과 아이의 성향에 따라 시작한 시점에 관계없이 발전속도나 방향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언제 시작하세요!' 라는 정답이 없다. 만약 정답이라고 한다면, 그건 어불성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엄마표영어를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더라도 노출은 이르면 이를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노출은 이르면 이를 수록 좋다고 한 데에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 뒷받침 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 둘 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영어의 이중언어 환경에 노출되어 왔다. 이중언어 환경에 놓인 가족들의 언어 사용 방법론에 관해서 많은 연구가 있어왔다. 그 중 가장 큰 믿음이 실리는 주장/이론은 엄마-아이 사이에는 엄마의 모국어로 아빠-아이 사이에는 아빠의 모국어로 가족간의 대화 시에는 엄마-아빠의 공통언어로 대화를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것.
우리는 아이들이 태어나서부터 이 주장을 따라서 가족 간의 언어를 정해서 생활해왔다. 나는 아이들에게 한국어로 대화하고 신랑은 아이들에게 영어로 대화를 하고 가족끼리는 공통언어인 영어를 사용했다.
사실 이렇게 하면서 '왜' 이 방법이 좋은 지에 대해서는 딱히 고민하거나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읽게 되었다.
12세 이전의 뇌는 모국어와 외국어를 같은 뇌 영역을 통해 학습 및 기억에 관여하지만 12세 이후에 새로운 언어를 학습할 때는 모국어를 배울 때 관여하는 뇌 영역과는 다른 곳이 관여된다는 사실이다.
- 뇌 과학을 이용한 성인 외국어 학습법 (대전일보, 2016.1.14)
흥미로웠던 점은 12세 이전의 뇌는 모국어와 외국어를 같은 뇌 영역을 통해 학습 및 기억에 관여한다는 사실. 이 기사를 읽고 나서 내 머릿 속에 든 생각은 와... 이거 진짜 맞는 말인 듯! 이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진 사실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두 아이 모두 단어 아웃풋이 나오고, 짧은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을 무렵 초반에는 영어와 한국어가 구분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두 언어를 그냥 하나의 언어로 받아들였기에 "엄마, strawberry 주세요." 라며 한국어 어순에 특정 단어만 영어 단어를 넣기도 혹은 반대로 "Daddy, I like 김." 이라며 영어 어순에 특정 단어만 한국어 단어를 넣기도 했다.
종전까지는 막연하게 '아이들의 뇌가 어려서부터 한국어는 한국어, 영어는 영어라고 구분지어서 받아들이진 않을 것 같아.' 싶었는데, 그 말이 정말이었다니.
엄마표영어를 진행하면서 방향성과 큰 로드맵을 그리기 위해 엄마표영어를 거쳐간 선배맘들의 책들을 다양하게 읽었다. 누리보듬님은 < 엄마표영어 이제 시작합니다 > 란 책에서 자신은 일부러 8살부터 엄마표영어를 시작하셨다고 말했다. 엄마표영어를 잘못 접근하면 엄마조차도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될 수도 있는 < 공부법 > 이 될 수 있고, 이는 영유아기에 엄마와의 관계 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나 역시도 이 생각에 매우 동의를 한다. 엄마표영어 스터디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을 하지만, 엄마가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혹은 매일매일 '글자를 공부하는' 형식의 스터디 등이 심심찮게 보인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 내 아이를 가르치는 것 > 만큼 어려운 게 없다. 피아노를 전공한 엄마가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보내는 것도, 수학을 전공한 엄마가 아이를 수학 학원에 보내는 것도,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인 것.
엄마표영어를 진행하다 보면 엄마가 중심을 잘 잡고 가줘야 하지만 엄마도 사람인 지라 흔들리는 순간(들)이 온다. 모국어 환경을 만들어주는 습득법이기에 엄마가 한 발 더 앞서 준비하고 환경을 만들어주니 아이의 실력이 쑥쑥 늘어야 한다는 기대 심리가 생기기도 하고, 아이에게 정체기가 오면 엄마 역시 정체기가 오기도 한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힘든 걸 하고 있나.. 이렇게까지 부지런할 필요가 있나... 하면서.
그냥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만 해도 노력이 들어가기에 기대 심리가 생기는데 하물며 가르치는 방식이라면 무조건적인 해피 엔딩을 기대하긴 어렵지 않을까?
엄마표영어를 시작하기 전에 많은 경우에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어떤 교재를 사용할 것인가, 언제부터 시작할 것인가 등 방법론적인 것에 더 집중해서 검색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도 엄마표영어를 하기로 마음먹고는 어느 방향성을 가지고 가아지!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뭐로 시작하지? 란 고민이 더 크게 다가왔고, 더 현실감이 있었다.
그래서, 일단 엄마표영어를 시작해서 그 길을 걷고 있다면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시작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막상 시작하면 그래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뭔가 방향과 방법이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시작을 했다면 자신만의 페이스를 따라 꾸준히 하는 것만이 정답이라 믿는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누리보듬님처럼 시작을 8세에 해야지! 하고 무작정 따르기보다는 자신만의 주관과 목표를 가지고, 최선의 상황을 만드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엄마표영어의 최선과 속도는 모두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에 내 주관이 없이 이게 좋다더라~ 저게 좋다더라~ 해서 방향이나 목표는 없지만, 무작정 따라해볼 작정이라면 < 가르치는 > 형태는 지양하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엄마표영어의 길을 가면 좋겠다.
이 길은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는 길이 아니라 확신을 만들어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누리보듬, 엄마표 영어 이제 시작합니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