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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곽지 바다

잔뜩 웅크렸던 어깨가 펴지다 (2025.2.10.)

by 소예

지난 토요일, 집 앞에 눈이 소복이 쌓였다.

덕분에 운전을 할 수 없어 버스 타고 알바를 갔다.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 요 근래 계속 일어났다.

눈이 계속 왔다.

금세 사라져버리는 눈이 아니라 쌓이는 눈.

신기하게도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집 앞에 눈이 쌓였다.


친한 언니가 이제 제주에 봄과 가을은 없을 거라며,

올해는 11월까지 여름 날씨일 거라 말했다.

아마 뉴스에서 본 이야기일 것이다.

늘 심각하다고 말했던 기후변화가 피부에 와닿는 중이다.


마시멜로 한 알이 덩그러니(2025.2.10. 12:22.)


대왕 스티로폼 한 덩이가 백사장 한가운데 떡 놓여 있었다.

너는 어디서 와서 바다를 보고 있니.

인적이 드문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애를 보고 있자니

짠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나는 가끔 자유영혼을 꿈꾼다.

혹자는 이미 자유영혼으로 산다고 말할 테지만.


필사 책 한 권을 샀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 한 단락을 필사했는데,

진짜 감탄이 절로 났다.


"그 위로 세월이 발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마음 바닥을 쿵쿵 밟으며 지나가는 세월의 발소리, 끊이지 않는 기나긴 세월의 행렬, 지나가다가 어떤 것은 되돌아오곤 한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꼬꼬마 작가 지망생은 오늘도 입을 떡 벌리고

문장을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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