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월요일밤
몸살이 나서 하루종일 자다 보니 월요일이 지나가버렸지만, 아직 밤이 이어지고 있으니 월요일밤이라 우겨보기로 한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만년필이다. 금액이 비싼 것은 아직 써보지 못했지만, 벌써 갖고 있는 것이 10개가 되었다. 처음 시작은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만년필로 쓰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서 학생용 만년필인 라미 ABC를 들였고, 원래 장착되어 있던 A촉이 너무 두꺼워서 EF촉을 구입해 교체하여 잘 썼다. 그다음은 스텔라 아르투아와 콜라보해서 만들어진 카웨코 스포츠 만년필을 선물 받았다. 이것도 EF촉, 초보라 그런지 세필이 좋아서 또 그렇게 잘 사용했다.
다음에 샀던 것은 파이롯트 카쿠노였다. 저가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필감이 맘에 들었다. 고쿠요 노트를 사서 필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한동안 다른 펜을 들이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 후 다꾸를 하면서 사용하던 다이어리에 젤펜만 사용해 왔는데, 다른 사람들이 만년필로 기록한 사진들을 보다가 다시 흥미가 생겼다. 마침 사용하던 다이어리가 얇으면서도 만년필을 잘 버티는 토모에리버 신형 종이를 사용하는 호보니치 테쵸 A6였고, 갖고 있던 만년필로 써보니 사각사각한 종이 질감과 필감이 어우러져 무척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저가인 플래티넘 프레피 몇 자루를 자연스럽게 들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잉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로시주쿠의 여러 가지 색잉크를 사보았는데, 갖고 있던 만년필에 넣어보니 제대로 써지지 않는 것들이 몇 색 있었고, 그래서 트위스비 에코 오닉스 그린을 들이게 되었다. 결과는 대성공! 시원시원한 잉크 흐름으로 답답한 느낌 전혀 없이 쓸 수 있었다.
위 사진 제일 왼쪽에 있는 것은 정말 한눈에 반해 사게 된 오로라 입실론 사계 중 봄 제품이다. 내가 갖고 있는 만년필 중에 제일 비싼 녀석인데, 금액이 꽤 해서 그런지 사은품으로 좋은 노트와 보라색 잉크를 사은품으로 주셨고, 디아민 바이올렛 잉크가 너무 예뻐서 그 잉크의 전용 펜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가장 최근에 들인 펜은 위 스누피 만년필인데, 일본 잡지의 부록으로 세 가지 색 잉크도 함께 들어있었다. 촉의 두께는 F인데, 사은품이라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부드러운 필감을 보여주어 잘 쓸 것 같다.
사실 최근 트위스비 에코 오닉스 그린을 사게 된 것에는 다른 이유가 하나 있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적어두기 위한 노트를 하나 마련했고, 그 노트에 엄마가 좋아하시던 녹색의 잉크를 만년필에 넣어 기록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갖고 있던 만년필들은 그 잉크(이로시주쿠 심록)의 흐름이 좋지 못했고, 결국 트위스비 에코를 들이고서야 아 됐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아직 기록을 시작하지는 못했다. 너무 잘 쓰고 싶은데, 계속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뭔가 실수를 할 것 같아 첫 페이지를 시작할 수가 없다. 이것도 내 욕심이라는 거 잘 알지만, 조금만 더 글씨연습을 하고 기록을 시작하고 싶다.
이제 기본 블랙 잉크를 넣을 흐름 좋은 F촉의 만년필 하나만 더 들이면 되었다고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한데, 네이버 만년필 카페에 가입해서 둘러보다 보면 이것도 궁금하고 저것도 궁금해진다. 그리고 아직 궁금한 게 많다는 건 좋은 일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록에 대한 얘기를 내 유튜브에 같이 올리고 있었는데 이참에 분리해서 새로운 채널을 만들었다. 아직 아무것도 올리지 못했지만, 새해에는 기록생활 즐겁게 하며 가끔 영상도 올려볼 계획이다. 혹시 궁금하신 분은 여기로 오시면 됩니다. ( https://youtube.com/@oshongsdesk?si=7yNaqi8LZ0XmyZFx )
다음 주에는 꼭 늦지 않고 제시간에 업로드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