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한 번째 월요일밤
요 며칠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 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라는 호러 소설인데, 짤막한 괴담들이 엮여있는 형식이라 지루하지 않고 가볍게 읽기 좋다. 이 제목에 대해서 처음 들은 건 영화 앱에서였는데 최근에 이 소설 토대로 만든 영화가 개봉한 모양이었다.
아직은 반 조금 넘게 읽어 사람들을 해치는 존재가 누구인지(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고, 결말이 어떻게 끝날까 기대하며 한 장 한 장 흥미롭게 읽고 있다. 소설을 다 읽기 전에 영화를 볼까 잠깐 고민하기도 했었는데, 일단 책을 다 읽어보기로 했다.
평소에도 트위터나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짧은 괴담을 읽는 걸 좋아한다. 안 무서운 얘기들 사이에 꽤 오싹한 이야기들이 발견되곤 하는데, 그걸 곱씹으면서 이야기의 무서움을 이해하며 느끼는 것이 무척 재미있다. 그럼 나는 공포를 적게 느끼는 사람인가 하면 또 그건 아니다. 어릴 적 호러영화를 처음 보기 시작한 것도 내가 겁이 많아 무서워하는 것이 지나치게 많아서 호러영화를 많이 접하다 보면 좀 무뎌지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렇게 부단히 노력한 결과 웬만한 호러영화는 웃으면서 보는 경지(?)까지 도달하긴 했었다. 왜 과거형인가 하면 지금은 다시 겁이 많은 사람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밤에 깜깜하게 불을 다 끄고 자지 못한다. 어쩌다가 실수로 방의 불을 다 끌 때가 있으면 매우 초조해진다. 어둠 속의 무언가를 내가 보게 될까 봐 너무 두렵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좀 기분 나쁜 현상을 겪은 적이 있다. 밤에 TV가 저절로 켜졌는데 화면이 검붉은 색이어서 황급히 리모컨을 찾아 끄고, 다시 켜보니 그런 화면이 아니었던 적이 있고(이건 옆집에서 리모컨 조작을 했을 때 잘못 켜진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관등이 계속 불규칙적으로 깜박였던 밤이 있었다(그날 이후로 그런 반응을 일으켰던 적이 없음. 그러나 전기신호의 오류 또는 벌레 같은 것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
어젯밤도 조금 무서워서 불을 약하게 켜두고 잠들었다. 요즘은 길고 또렷하게 기억나는 꿈을 많이 꾸는데 다행히 무서운 꿈은 꾸지 않았다. 귀신은 진짜 있는 걸까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궁금하다고 그걸 직접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죽을 때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죽고 난 후에 뭘 보게 되든 미리 보고 걱정하고 싶지는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