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미스터리 소설.
거짓말쟁이 얘기를 하려면 보통 머리가 좋게 비틀지 않으면 안 된다.
흥미로운 지점은 3D 기술 유리창으로 2,3층이 88층으로 느껴지고, 숨김 층에 입주 가사도우미를 거주하게 한다는 근미래 sf적 설정과 자본주의 세계관의 결합.
인간이 아직 쓰이는 이유는 로봇보다 싸기 때문이다.
신체의 고유감각에 이상이 온 여성. 시각적으로 보지 않으면 근육을 쓸 수가 없다. 버스를 타거나, 길을 걸을 때 술 취한 걸로 오해를 받는다.
그녀는 청력과 뇌 속의 시각적 이미지를 극대화시켜서, 근육을 의식적으로 움직여 내야만 한다. 상당한 훈련으로 얼굴의 표정을 만들어내고, 어떤 때는 너무 오랫동안 세게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비의식적으로 물건을 쥘 수 없기 때문이다.
장편 심리스릴러 소설. 작가가 상담가였던거 같다. 생각보다 잘 읽힘.
이야기 구성력과 디테일이 좋았으나, 토드와 여자 주인공의 심리로 들어갔을 때 묘사가 길어지면서 속도가 쳐져서 흐름이 꺾이는 인상이 있다. 어쩌면 이 부분이 이 소설의 특장점일 수도. 기존의 장르 문학이 잘 안 하는, 혹은 잘 못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동생과 관련된 상담을 서브플롯으로 넣고, 여자와 남자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경험들을 중간중간 삽입한 전략은 좋았다. 메인 플롯의 이유를 독자 스스로 서브플롯에서 찾게 하는 힘을 만들어 준다.
마지막 부분에서 실제로 딘이란 친구기 살인교사를 했다는 점이 독자에게 안도감을 준다. 그녀가 범죄자면 안 잡혀도 찝찝할 테고.. 잡힌다면 너무 안타깝다.
남자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그냥 나쁜 놈이다. 우리가 나쁜 놈 속마음의 사고 체계를 들여다보면서 그가 겪는 스트레스를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장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해자를 완벽히 공감하지 못하도록 균형을 잘 잡아준다는 데 있다. 이 놈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가정환경이 있었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나쁜 놈이다. 아주 악한이 아님에도 그렇게 느껴지게 글을 쓴다는 건 엄청난 재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