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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ee May 31. 2022

22년 5월, 다큐 <그대가 조국>, <우리의 아버지>

<사이버 지옥:n번방을 무너뜨려라>

20220523

<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2022, 최진성 감독,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디지털 성착취 카르텔을 부수려면 제대로 파고들었어야 했다.

기자의 취재 과정을 동행한 콘셉트를 차용했으나 공포감만 느끼다 끝나다. 여성 기자와 불꽃추적단의 용기를 저런 식으로 밖에 표현 못하다니...  기획된 인터뷰 촬영만 과잉된 채 둥둥 떠있다.

 '갓갓은 어디에나 있다'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저 문장을 쓰기는 부끄럽지 않나..?


20220525

<그대가 조국> (2022, 이승준 감독)


조국이 주인공처럼 등장했는데…

차라리 장성욱 교수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 사람을 중심으로 팔로우했다면 좀 더 감정 이입하기 좋았을 것이다.

사안의 중요성과 다른 관점의 제시는 매력적이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향과 캐릭터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표창장에 집중하려면 법정공방을 중심에 놓고 관객의 감정을 몰아가는 방식을 썼어야 하지 않았나?  정서면이나 정보면에서 신선하거나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렇다면 개별 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잘 드러나야 하는데, 주체가 되어야 할 인물을 주변으로 배치하고, 조국이 뭔가 할 것 같은 분위기만 몰아준다. 결국 이 다큐를 통해 조국으로부터 얻는 것은 없다. 정말 표창장 얘기로 한 시간 넘게 끌지 몰랐다. 표창장 파려면 좀 더 그알이나 탐사보도처럼 파고들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극장을 나오는데 관객들이 '답답해서 미치겠다'는 말을 한다. 영화가 별로여서는 아닌 것 같다. 그만큼 현실이 답답하다는 의미 같았다. 관객은 호의적으로 감상한 것 같다. 그러나 다른 관객들이 '왜 그건 안 나왔지? 왜 그 사람 안 나오지?’ 이런 말을 한다는 건뭔가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거다.


20220527

<우리의 아버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2022 )


1970~80년대 미국 한 불임치료 의사가 자신의 정자를 몰래 인공수정시켰다. 이 다큐는 그 무수한 아이들의 현재다.

3,40대 성인이 된 아이들은 취미와 호기심에 시작한 DNA 테스트를 통해 자기에게 다수의 형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버지 존재를 늘 궁금해 왔던 주인공 여자가 DNA 테스트를 했을 때 형제는 8명이 검색됐다. 보통은 3명 정도 잡힐 수 있다고. 혹은 없다고. 그러나 매칭 결과를 보고 그녀는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계속해서 형제가 늘어난다. 그녀는 한 미친 의사가 자신의 엄마와 자기 같은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된다.  그 과정이 세밀하게 펼쳐진다.


주인공처럼 아버지가 없던 존재도 있지만, 난임치료를 원한 부부는 자신의 정자로 태어난 아이라 믿고 평생을 살아왔다. 주인공은 진실을 알려주고 고통을 더하는 역할자가 된다.


다큐 콘셉트로 중간중간 등장하는 DNA 매칭을 알리는 번호는 매우 소름이 끼친다.

미국에서는 일반인들이 DNA 테스트를 호기심 삼아 가끔 한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취미로 사주 보고 점보는 것처럼? 다큐에 나오는 인물들도 자신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테스트를 했다고 인터뷰한다. 어느 뿌리에서 왔는지 궁금함을 해소하는 수단에 가까워 보인다.

DNA업체가 몇몇 개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그중에 '23 and me'는 내가 이름을 들었을 정도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결국 한 곳으로 몰린다. 마치 포털사이트의 빅 데이터처럼 여러 사람들의 DNA 데이터가 올라가야 매칭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 값을   두근거리던 마음은 대부분 충격과 혼란으로 바뀐다. 곧이어 진실을 파헤치는 주인공 #1(?) 에게  메시지를 받는다. '나는  형제다. 끔찍한 진실을 알고 싶다면 연락을 달라.'


 다큐는 보는 내내 소름이 돋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것은 #14 중년 남자의 얼굴이다.  미친 의사와 똑같이 생겼다. #14 남자는 어머니의 입장에 공감하고 괴로워하는데  얼굴이 가해자의 얼굴이다. 보는 나도 이렇게 괴로운데 실제 본인은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다.


가해자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정자 사용을 부정한다. 그다음에는 같은 정자는   이상 사용할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8번째 매칭 됐을  10명이 넘지 않을 거라 말한다.  말은 다시 15명으로, 20명으로 이어진다. 다큐가 끝날 무렵 매칭 번호는 63번을 넘는다.

그렇다면,  DNA 테스트를 하지 않은 사람은 대체 몇 명이나 존재한다는 것일까..?

 다큐에 나오는 사람들은 복수심과 정의감에 휩싸여 신변의 위협을 각오하고 등장한다. 선한 사람들로 졸 수 있다. 그러나  가해자의 DNA 가진 다른 인물들 중에는 그자처럼 거만하고 오만하고 자기가  옳다고 믿고 행하는 인물 존재할 것이다. 같은 얼굴을 하며.


가해자 의사는 생물학적 자식들이 만나자고   총을 차고 나타나 총이 있음을 암시한다. 기자를 만났을 때도 총을 소지했다고 한다. 암묵적 살해 협박이다.

실제로 주인공과 기자가 방송을 추진하며 법정싸움을 시작하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주인공 차량의 타이어 나사가  빠져있다던가, 이메일이 해킹돼서  의사와 관련한 모든 문서가 사라진다든가..  살인교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너는 내가 피해 입는 것을 원하는 거지?’라고 말한다. 피해는 결과이다. 목적이 될 수 없다.

모르겠다. 무수한 피해자들 중에 피해를 목적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피해입는 것을 본다고 삶이 만족스러울리 없다.


가해자는 자신의 결혼 생활과 삶이 파탄 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나이가 70 넘었을 텐데... 인간이란 결국 그런 존재로 끝나는 것인가? 죽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나이에도 자신의 눈앞의 것이 파괴되는 것을 견딜  없는.  정도밖에  되는 것일까?


100명이 넘는 인공수정.

보통 사람들 중에 자신의 자식이 동시대에 100명 넘게 돌아다니는 것을 감당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진짜 이런 종류의 인간이 싸이코 패스인가?

 의사는 자기 소신과 확신에  의도적으로 행위를 지속하였다. 명백하다. 종교적인 이유가 나오긴 하지만.. 그쪽으로 깊이 가지 않으려는 연출적 의도가 보인다. 종교 얘기가 너무 커지면 현실 사람들의 고통이 작아 보인다. 그와 그의 생물학적 자식들의 현재에 초점을 맞추려는 의도 보인다. 그럼에도 종교와 백인 선민의식 얘기는 잠시 나왔지만 크게 느껴지긴 하다.


영화의 끝 부분에 저 의사 말고도 몇십 명의 의사들이 무더기로 드러난다.

그럼 안 드러난 의사는 대체 몇이란 말인가..?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럴  보면 인간은 진짜 하등 동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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