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살아계신 꽃게

날 위하여 오시었네

by SuN ARIZONA



그 꽃게들 날 위하여 오시었네
발버둥 치는 그를 외면할 수 없어 경건히 골라 담았네나의 두 손에


톱밥 위에 뒤집혀, 아가미 끝에 떨리던 발

그 마지막 힘으로 나를 도우시려는 그의 사랑

선선한 바람, 단맛의 기억을 싣고 불어와
너의 생을 앗아버린 죄를 안게 되었네.


정결한 접시 위 네 살점에 내 웃음을 섞고
네 체향이 허기진 내 몸을 적시면
나는 머뭇거림 없이 참회의 숟가락을 들리라.


살아계신 꽃게, 나의 달고 짠 죄

내 안의 어둠 속을 헤치며

하얀 속살 내밀어, 빛으로 녹아주소서

나의 참된 소망, 걱정근심 전혀 없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방아깨비가 찾은 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