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뻘건 국물을 들깨로 눈가림한 추어탕을 먹으러 가는 길,
차창 너머 흔들리는 이삭 사이로 정오의 노을이 번집니다.
잘 익은 노란 무게는 바람 머금고
잔잔히 파도를 칩니다
눈치껏 차 세워, 10월의 테두리 앞에 섭니다.
이제야 계절은 손끝에 닿고,
금빛 이삭은 오지게 흔들려
태양의 씨앗을 쏟아냅니다.
먼 하늘엔 이제야 채워질 시간들이
하얀 이야기처럼 떠다닙니다. 두둥실
개구리, 매미, 메뚜기 그리고 환생한 소피아로렌.
가을볕 한 줌 쥐고, 안부 전합니다.
당신 덕분에 참 좋은 계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