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메모장
"제가 말한 방향성은 이게 아니에요"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까요? 내 직속 임원의 이야기와 사업총괄의 방향성이 다를 때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맞을까요? 팀장이 되고 최종 의사결정의 코 앞에 있게 되면 꽤나 많이 겪게 되는 나의 리더와 리더의 리더 사이, 이때 한 끗 차이로 인정받는 팀장이 되기도 하고, 휘둘리는 팀장이 되기도 하죠.
아직 경력과 경험이 부족한 일개 팀장으로서 그 깊이를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가게 되면 새우등이 터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을 직감하게 됩니다. 그들만의 리그가 활성화되었을 때는 쉽게 컴펌받을 것들이 비활성화되는 순간, 가시밭길이 되어 도무지 한걸음을 나갈 수가 없게 되니까요.
분명의 나의 리더에게 컴펌받은 것들이 하나하나 의심으로 되돌아오고, 잘하고 있는 것들마저 경계의 눈초리로 본다고 여겨지니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지게 되죠. 특히, 사업보고가 시작되면 그 간극은 더 커집니다. 보고자료를 준비하며 1~100까지의 논지를 준비하지만 이전에 이미 동의를 얻었다고 생각한 것들 까지 리셋되어 하나하나 의심의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정치 말고 일 잘하는 사람이 될 거야'라고 자부했지만 정치의 한가운데서 눈에 보이지 않는 피 터지는 싸움의 전장에서 '정치'에 관심 없다는 말은 이제는 넣어 둘 때가 된 것이겠죠? 나의 처신 하나하나가 팀과 팀원들의 부담으로 쌓여 버리게 되니 걱정이 앞섭니다.
제가 한 번 상황을 상상해서 각색해 보았는데 현실감이 있나요?
그들만의 리그가 항상 활성화되어 있으면 좋겠지만 사람이 사는 공간에서 영원한 것은 없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일개 팀장이 새우등터 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저의 주장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조금만 정치적으로 살아보세요. 나를 위해서요. 너무 의롭지 마세요.
저의 팀장시절 후회와 실패를 통해 몇 가지 방법을 제안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로, 리더와 리더의 리더에게 1:1 면담을 요청하세요.
진솔하게 다가가는 방법만큼 임팩트 있는 것은 없죠. 대표이사와 가까운 조직일수록 이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리더와 리더의 리더가 생각하는 조직의 방향성을 경청하고 조직의 비전에 대해 명확하게 맞추는 시간을 요청하세요. 이 시간을 요청하고 진솔함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50%는 성공한 것입니다.
단, 나의 억울함을 피하기 위해 나의 리더의 결점을 노출하지 마세요. 결국 사람 사는 세상 비밀은 없더라고요. 사람이 아닌 상황에 집중해서 대화를 이끌어 나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두 번째로, 팀원들에게 현재의 고민을 일부 노출하시고 같이 고민하세요.
팀장으로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있겠지만 이런 갈등상황에선 방향성이 급격히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팀원들도 준비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공유하세요. 그리고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같이 고민하시면 집단 지성의 힘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단, 현재의 불만 어린 감정을 드러내지 마세요. 감정을 드러낼수록 팀원들의 불안감이 더더 커져가게 됩니다. 저 역시도 이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어요. 어느 날 제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가고 있는 회의실의 모습을 발견하곤 참 후회를 많이 했었더랬죠.
마지막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놓치지 마세요.
이슈들에 집중하다 보면 제 할 일의 의미를 놓치게 되고 우선순위가 뒤바뀌게 되죠. 이때가 바로 진짜 위기가 시작됩니다. 팀에서 해야 하는 일들이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의식적으로 관심을 더 두시려고 노력하세요. 이슈가 증폭될 때 제 할 일 마저 구멍이 생기면 다시 점프업 할 기회를 놓치게 되니까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들만의 리그가 비활성화될 때만큼 난감 한 상황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든 점은 그 기간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점이죠. 제가 제안한 방법들이 여러분이 갈등 상황에서도 팀의 성과와 사기를 유지하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정치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꼭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닙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팀장으로서의 충실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참 팀장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이 시대 팀장님들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