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메모장
“저는 ○○님에게 항상 리스펙을 보이겠습니다. ○○님께서 가장 먼저 팔로워십을 보여주세요.”
팀장직을 수행하면서 저보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많은 팀원과 일을 해야 할 때 어려움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회사가 아무리 젊어지고 신식(?)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깊이 뿌리 박힌 나이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죠.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저 어린놈이 뭘 알겠어?’라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면 어떻게 해서든 그걸 밟고 올라서려 했던 한때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아이들을 보면 세상이 보인다고 했던가요? 6살짜리 딸아이와 놀이터에 가면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작은 친구가 말을 걸면 어김없이 나오는 질문, “몇 살이야?” 그리고 답이 나오면 “내가 누나야, 누나라고 불러!” 아이 때부터 이렇게 나이로 구분하고 서열을 정하는데 다 큰 어른의 가치관을 바꾸는 건 얼마나 어려울까요?
하지만 확실한 건, 나이가 많은 팀원도 내 팀원이고,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이죠. 불편하다고 업무 지시를 안 할 순 없으니까요. 운이 좋게도 30대 중반부터 팀장 역할을 맡게 되면서 저보다 나이 많은 팀원들과 함께 일할 기회를 자연스럽게 얻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큰 충돌 없이 저를 잘 따라와 준 형, 누나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한 팀원(이하 A팀원)들과 일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은 것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경험의 무게는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더라고요. 한 번은 프로젝트 진행 중 현장관리자와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팀 가장 연장자였던 팀원이 나서 "제가 만나서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전에 비슷한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있어요." 란 이야기를 하는데 어찌나 반갑던지요. 소위 말하는 짬바(?)를 무시할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 같아요. 우리 팀에 경험을 나눠 줄 수 있는 좋은 동료라는 것을.
두 번째로, 멘토의 역할을 맡기면 주어진 역할 보다 더 많은 것을 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경험이 많은 팀원과 아직 업에 영글지 않은 팀원과 멘토링을 운영하면 서로에게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해주게 되니 팀이 동반성장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경험을 나눠주는 대신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식(?) 기술에 동기부여가 되시더라고요.
마지막으로, A팀원과 손잡으면 자연스럽게 팀이 움직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연장자들이 팀장의 의견을 수용하고 팔로워십을 보여주니 팀 안에서 자연스러운 동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옮겨 팀장직을 맡게 되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A팀원과의 1on1이었습니다. 가감 없이 도움을 청하고 팔로워십을 약속받았죠.
그럼 A팀원과 손잡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취하면 좋을까요? 정답은 아니겠지만 제가 해보았던 3가지 방법을 제안드립니다.
1. 관계 재정립하기
- 따로 시간을 잡아 팀장으로서의 부담감과 A팀원에게 존중을 표하고 팔로워십을 요청하세요. “저는 ○○님에게 항상 리스펙을 보이겠습니다. ○○님께서 가장 먼저 팔로워십을 보여주세요.”
- 처음 관계의 선을 잘 정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먼저 다가가세요.
2.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존중하기
- 전체 회의 때에 내는 의견에 대해 존중의 표현을 해주세요. "OO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매번 그럴순없겠지만 한번씩 틀린 부분이나 의견이 합하지 않는 부분은 잠시 회의실을 잡아 따로 이야기해 주세요. 시간이 들지만 그 시간을 보답받으실 것입니다.
3. 멘토링 제도 운영하기
- 경험이 미숙한 팀원(B)과 업무 멘토, 멘티로 엮어주세요. 역할이 부여되면 그만큼 하기 위해 노력하실 거예요.
- 단,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도록 B팀원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선 멘토에 멘티를 바꿔서 진행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 등)
* 자세한 멘토링 제도 운영에 대해선 제 글에서 한번 더 다룰게요 :)
팀장직을 수행하면서 적게는 한두 살, 많게는 15살 많은 팀원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분들과의 협업은 도전 과제가 분명히 존재했지만, 이를 극복하면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상호 존중과 열린 소통을 통해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팀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고, 나이가 많건 적건, 경력이 많건 적건 모두가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니까요.
물론,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뿔이 나신 분도 있으실 거예요. 그럴 땐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냉정하게 일하는 관계로 남으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만약, 일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인사팀에 도움을 요청하고 냉정한 성과평가를 진행하세요. 그것 또한 팀장의 권리이자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가게 만들어 가는 선택이니까요.
참 팀장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이 시대 팀장님들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