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의 나

사무실 문 밖을 나서면 회사 생각을 지워야 한다

by Dean

회사에 출근하면 ‘직장인’으로 서 일을 한다.

‘PM’이라는 부여받은 포지션에 맞는 일을 한다.


그 일이 나한테 맞는지,

내가 원했던 일인지,

사실 생각해 보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어릴 적 꿈을 물어보면 ‘과학자’, ‘대통령’과 같은

전문직 또는 대단한 직업들이 주로 나왔을 텐데

‘어느 대기업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 거야 ‘

라고 말하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어른이 된 우리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직업 안에서 깨어난다.

명함 속 역할로 불리고,

그 역할에 맞는 말투와 표정을 배우고,

그 역할에 필요한 고민을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회사에서의 나'가 자리를 잡는다.

누군가에게 내 소개를 할 때도

'어느 회사에 다니는 누구'라는 소개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회사 밖의 나'가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나는 프로젝트 매니저이고,

일정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람이고,

누군가에게는 선배이고,

누군가에게는 후배이다.


하지만 이 모든 '나'를 지칭하는 호칭들은

회사라는 공간이 만들어낸 이름들이다.

문을 나서는 순간, 그 이름들은 모두 사라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 밖의 나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회사 속의 나와

회사 밖의 나 사이에

건강한 거리를 두는 일이다.


회사에서의 나는 프로젝트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과 성과를 목표로 움직인다.


하지만 회사 밖의 나는

조금 더 천천히, 관계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때때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아들과 딸로, 누군가의 아빠와 엄마로 말이다.


둘 중 하나의 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각각의 '페르소나'로 사는 것이다.


회사의 내 페르소나가 전체의 나를 잡아먹지 않도록,

회사 밖에서의 나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동료들 중에서는 꿈도 회사와 일에 관련된

꿈을 꾼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나도 지금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랬었다.


하루 종일 회사와 일에 대한 생각에 사로 잡혀

숨이 막힌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바빠도, 더 힘들어도

오히려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회사에서의 나를 사무실 문 안에 남겨두고 나오는 것이다.


이것도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회사 생각 안 해야지'라는 생각도 회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게 회사 밖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나를 돌 봐주다 보면

회사에서의 페르소나와

회사 밖에서의 페르소나가 건강하게 양립한다.


회사에서의 내가 전부가 아니고,

회사 밖의 나도 전부가 아니다.


둘이 균형을 잡을 때

비로소 '니 다운 나'가 드러난다.


회사 밖의 시간을

억지로 의미 있게 만들 필요는 없다.

단지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

회사와 상관없는 감정이 깃드는 시간,

그런 시간들만으로도 충분하다.


회사에서의 내가 아무리 바빠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람을 느끼는 일,

따뜻한 차를 우리며

오늘 하루를 조용히 내려놓는 일,

누군가에게는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나를 잃지 않는 의식이다.


회사는 나를 성장시키는 곳이고,

회사 밖은 나를 돌보는 곳이다.

둘 중 하나가 무너지면

결국 나도 흔들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회사에서의 나와

회사 밖의 나 사이에

건강한 거리를 두려고 한다.


둘 다 소중하지만,

둘 다 나를 완성하는 조각이니까.


내일도 출근하지만,

나는 나로 남아 있는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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