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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L Jan 31. 2024

신념

엄마는 왜

심지


일찍 잠이 들어 말도 안 되는 새벽 3시에 눈이 떠진 날.  오늘 하루 피곤하지 않긴 이미 그른 거 같은 날.

남편의 코 고는 소리, 피부가 갈기갈기 찢어질 거 같은 극한의 건조함땜에 틀어놓은 가습기 물 뿜어 내는 소리.  옆엔, 저의 방에서 자다 언제 건너왔는지 모르겠는 아이.

내가 무언가를 이렇게 까지 하루 일초도 안 쉬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사랑할 수 있었을까…

뿌연 달그림자로 비치는 아이 옆모습, 작고 보드라운 손, 엄마라며 품에 파고들어 내 몸하나를 베개로 삼고 눠 있는 모습이며…

킹사이즈 침대를 싱글로 쓰게 되는 매직을 가진 아이.

그게 불편해 분명 잠이 깬 건데, 이런 수면 방해꾼이 사랑스러워 이 시간에 계속해서 엉덩일 두드리고, 손을 잡고, 얼굴을 쓰다듬는다.


이 나이쯤 되면, 자식 키우는 엄마가 됐으면 남의 말이나, 미디어의 영향에도 꿈쩍 안고 움직이지 않을 심지는 있어야 했다.  그게 내 인생 스타일일수도 있고, 육아 일수도 있고, 내 철학일 수도 있고.


이제 단단한 땅에 닻으로 단단히 자릴 튼 줄 알았는데, 육아서 한 줄에, 먼저 아이를 키운 엄마 한마디에 대책 없이 털리고 흔들리고나니, 도대체 그동안 읽은 적지 않은 양의 책으로 쌓인 맘의 양식이라던가 적지 않게 세월은 먹어놓고 삶의 연륜은 어디로 갔다 말인가…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는 이경규의 말이 너무 와닿아 단단해지지 않으려 너무 말랑말랑한 신념을 가진 걸까…(무식하다는 건 인정하고 들어가는 거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신념보단, 아직도 이렇게 흔들린다는 게 더 속이 상하다 보면…. 어디쯤 와있는 걸까, 잘 가고 있는 걸까 싶으면서 끝과 시작이 없는 우주 정거장 어디쯤 와있는 느낌이다.


우리, 잘 가고 있는 거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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