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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L Jan 19. 2024

설렘

내 직업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


난 내 직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most of time) 흔히들 타고나야 한다는 성향이 꽤 맞아 난 내 일이 천직이라 생각을 한다.

예전에 우연히 갔던 senior home에서의 발륜티어때, 난 환자 노인들의 레크리이에이션 하는 걸 돕는 거였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난 그 일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에게 자란 탓에 노인에 대한 soft spot이 있기도 했고, 부드럽고 힘없이 웃긴 그 노인들을 만나러 가는 요일에 난 설레기까지 했다.

그렇게 발을 들여놓게 된 health care.

나의 첫 병원일은 cardiology과 에서였다.  심장에 문제 있는 사람들이니 맨 arrest도 자주 와서 코드부르는게 다반사였다.  코드란 여기서 코드 블루 라는걸 뜻하는데, 심장마비라던가 뭐 여러 가지로 정신을 잃어 있을 때 대충 진단을 한 후 재빠르게 코드블루 벨을 누르고 환자 위에 올라가(거나 옆에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 거다.  코드 블루 버튼을 누르면 온 유닛에 다 알람이 울리고, 병원전체 오버해드에도 뜬다.  그러고 병원 어딘가에 대기 중인 코드 블루 팀에 노티가 된다.  순식간에 방은 도떼기시장이 된다.  심폐소생술을 하다 보면 힘이 빠져 처음처럼 누르게 되질 못하게 되니 두세 명이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 힘이 좀 빠졌다 싶으면 바로 다음 사람이 들어간다.  그 와중에 코드 블루팀의사 들은 약을 투약하고, Respiratory Therapist들은 심할 경우 목을 뚫어 호흡관을 꼽는다.  적어도 20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야 하니 한 명은 모든 걸 기록하고 큰소리로 현재 진행상태를 얘기해 준다.  

그러다 환자가 후~하며 상태가 돌아오면 ”하! “라고 이십여 명이 동시에 감탄을 하고 안정이 조금 돌아오면 “welcome back!”이라고 환자에게  말해준다.  환자 상태에 따라 의사들은 수습을 하고 곧 담당 간호사 빼곤 다 흩어진다. 서로 등을 토닥거리면서…

”good job!”

이 순간 때문일까…

난 그 상황이 제발 내 환자에게만은 코드 블루 오지 말아라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면 가슴이 뛰고 피가 끓고 나중 서로 등토닥거리며 느껴지는 보람에 설레기까지 한다.  

정말 그지 같은 환자도 생명의 위엄성에 이렇게 살려보려고 다들 악착같이 달려들어 처치를 하는 걸 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평소엔 전혀 모르고 살다 그렇게 느껴지던 동료애.  

이런 상황이 설레다니…

내가 봐도 난 참 이상한 설렘코드를 가진 인간이구나…


언제나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건 아니라 어떤 날은 영영 안 돌아올 때도 있고 어떤 날은 ICU로 보내야 될 때가 있다.  그런 날엔 그 맥 빠짐에 몸이 바닥으로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그게 내 환자 일 때는 더더욱 급성 디프레션까지 오기도 한다.

불 꺼지는 모닥불 같은 생명에 손바람이라도 불어서, 잔나무라도 더 넣어서 살려낼 수 있는 직업이 (일가기 싫다고 맨날 겔겔 거리지만) 있음에 감사하고 여전히 설레는 모먼트이다.

아, 요즘은 심폐소생술 안 한 지가 오래돼 다 까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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