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시골 냄새.
충청북도에 있는 할아버지 댁은 도심에서 외딴곳에 떨어져 있는데, 마을 입구에서부터 특유의 냄새가 차 안으로 스멀스멀 풍기곤 해.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올라가다 보면, 그 냄새는 더욱더 진하게 코끝을 자극하기 시작하지.
고소한 것 같기도 하고, 달큼하면서도 짭조름하고, 시큼한 듯 쿰쿰한 그 특유의 냄새가 절정에 달하면, 이제 곧 할아버지 집에 도착한다는 뜻이야.
처음에는 그 냄새가 할아버지 집에서 나는 냄새라서 그런 줄 알았어.
마실 삼아 동네 산책을 나간 길에 알게 된 사실인데, 엄청나게 큰 짐승들이 살고 있는 목장에서 나는 냄새였어.
사람들은 그 괴물을 '소'라고 불렀어.
얼굴이 내 몸통만 하고, 울음소리를 낼 때면 묵직한 음메 소리가 동네에 쩌렁쩌렁 울려대곤 했어.
그래도 한두 번 마주치고 나니, 소들을 향한 두려움도 사라졌지.
나와는 조금 다르게 생겼지만, 도시에 있는 무서운 강아지들보다 훨씬 얌전하고, 나에게 달려들지도 않고, 알고 보니 세상에 둘도 없는 순둥이들이었어.
일 년에 몇 번 가지도 있는 할아버지의 집이지만, 아직까지도 이렇게 생생하게 내 코를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걸 보면 녀석들의 응가 냄새가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짐작이 갈 거야.
할아버지 집을 생각하면 가끔 녀석들이 잘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해.
물론, 내가 할아버지 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소똥 냄새 때문은 아니야.
할아버지가 가꾸는 텃밭에서 나는 비료 냄새, 소나무에서 나는 향긋한 솔향기.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대나무 잎 소리도 좋고, 무엇보다 포근한 흙으로 된 마당을 거닐 때면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아!
그 기분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할아버지 집에 놀러 가고 싶어 지거든!
근데요, 할아버지! 제 소원이 하나 있다면.., 제가 마구 뛰어놀 수 있는 울타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_^) 죽기 전에 그런 날이 올까요? (ㅠ_ㅜ)
할아버지네 집에 묶여있는 흰돌이 녀석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한 마디 하지만 말이야.
가끔은 이런 시골집에서 살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물론..., 흰돌이 녀석처럼 밖에서 자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야.
걔는 나하고 말 섞는 것도 싫어해.
아무래도 집안에서 자는 나를 질투하는 모양이야.
흰돌이 녀석.. 날도 추워졌는데..., 잘 지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