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가을의 초대
"오늘 아빠 양재 데려다주고, 양재 꽃시장 갈까 하는데 같이 갈래?"
"그래"
아침에 온 엄마의 메시지에 평소처럼 무심하게 대답했지만, 벌써 설레기 시작했다. 엄마의 메시지에도 작은 설렘이 분명 담겨 있었다. 가끔 이렇게 급작스럽게 제안해 오는 엄마와 약속은 별다른 일이 없으면, 흔쾌히 승낙하게 된다. 오랜만에 꽃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어야지.
꽃 시장에 가니 시원한 공기와 꽃 향기가 먼저 반긴다. 저기 끝까지 진열된 형형색색의 꽃들이 일제히 나를 반겨주는 것 같다. 꽃은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나 예쁜데 향기롭기까지 하다니. 꽃 잎에 맺힌 이슬방울까지 사랑스럽다. 처음 꽃시장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예쁜 꽃이 많아 이것저것 고르다 너무 풍성해진 양에 곤혹을 치렀다. 여러 경험으로 배운 뒤, 이제는 미리 제철 꽃들을 서치 해 머릿속에 담아두고 가서 가볍게 2~3만 원 치만 구매한다. 오늘 고른 건 가을에 잘 어울리는 피치 거베라와 옐로 왁스 플라워. 노란빛이 돌아 다가온 가을에 제법 잘 어울리는 아이들이다.
밖으로 나오니, 불어오는 바람에 또다시 계절을 느꼈다. 바람 속에는 꽃 향기와 계절의 냄새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이제 정말 가을이다. 엄마는 저 하늘 좀 쳐다보라며 손을 위로 치켜든다. "애국가 속 공활한 하늘이 저런 걸 말하는 거겠지?" 엄마의 손을 따라 나 역시 고개를 들었다. 불현듯 찾아온 가을의 행복.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그동안 묵혀둔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다. 아니, 듣는 시간이다. 엄마는 내내 차 안에서 수다를 떨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건강 이야기부터 조카들의 장래 이야기, 친한 친구분의 아들이야기까지. 매번 듣는 심드렁한 이야기도 세상은 요지경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엄마는 우리 집에 와서 나를 내려주고, 다시 그녀의 집으로 차를 돌린다.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집에 들어와 얼른 꽃병에 물을 채웠다. 줄기를 자르고, 이리저리 꽃을 레이아웃해서 꽂는다. 식탁과 창틀 위에 각각 올려두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잔잔하지만 명확하게 가을의 행복이 내 곁에 머무르고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