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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뿐인가요

우리 가족은 그렇게 남들과는 다른 형태의 가족이 되었다.

by 연의 담소

어릴 때는 악은 악 선은 선이라고 생각했다. 모 아니면 도고 흑 아니면 백으로 세상을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빛에서 흰색은 모든 색을 포함하고 있는 색이며 검은색은 모든 색을 섞으면 나오는 색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우리의 가족의 형태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익명의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강약조절이 필요했다. 부모님의 잘못 중 더 크고 센 이야기들을 잘못 들려주었다가는 내 가족이 단두대에 올라가 돌팔매질을 당할게 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람들의 공감과 이해를 살 수 있는 정도의 이야기만 쓰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많은 이야기와 말을 생략하고 요약하자면, 지금의 우리 가족은 가족으로서는 서로를 정말 사랑하고 아끼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으로서의 평온함과 위안을 주지는 못하는 가족이다. 그러니 나는 지구상에 의지할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서로가 가족으로써의 도리와 책임과 역할은 하겠지만 여느 TV 광고나 드라마, 영화와 같이 힘들면 찾아갈 수 있는 그런 가족의 형태는 아니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나마 꺼낼 수 있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을 돌아왔다. 글을 쓰기 전에 부모님에게 허락을 구할 때 부모님은 '너의 이야기인데 우리가 뭐라 하겠니, 글은 글이고 있었던 일은 있었던 일이니까'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주셨다. 부모님은 나에게 심적인 위안과 평안을 주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나의 최고 지지자들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글을 마치며, 사실 글이 어딘가에 걸려서 꽤나 많은 분들이 읽을 때마다 좀 놀랐다. 다행히도 몇몇 분들이 공감을 해주시고, 적지만 몇몇 댓글들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어릴 적 나에게 큰 상처를 준 가족이지만, 현재 나의 상처 치료는 내 몫이다. 내가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다시 되갚아주는 형식은 옳지 못하다. 사과를 했고 받기로 했다면, 용서도 나의 몫이고 상처를 극복하는 것도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혼이 흔해진 세상이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길 여전히 바랍니다. 현대에는 비단 이혼가정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존재합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을 갖지 않고, 서로 존중해 주길 바랍니다. 아직 풀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나 조금 더 다듬어지고 전달력 좋은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브런치 <이혼가정 막내딸은 이렇게 컸습니다>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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