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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이혼가정의 자녀, 부모님의 나이가 되다.

by 연의 담소

한해 한해 나이를 먹다 보니, 내년이면 나를 낳으셨을 때의 부모님의 나이가 된다. 결혼 정년기가 늦춰졌다고는 하지만 주변 지인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다 보니, 아이를 가진 친구도 생겼다. 그러다 보니 최근 들어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로는, 친구들의 아이를 보니 부모님이 나에게 한 행동들이 다시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작고 어린 생명에게 부모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들을 내뱉었는가. 그로 인해 저 작은 생명의 인생을 어떻게 흔들어놓았는가.'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육아는 쉽지 않다. 등센서가 예민한 아이의 부모는 쉽게 잠들지도 못하고 서서 아이를 재운다. 손목과 허리는 아파오기 일쑤이며, 잠은 어찌나 안 자는지 자다 깨고의 반복이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는 것 같다. '육아에는 퇴근이 없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가를 보고 있으면 꼭 누군가 이런 말도 덧붙인다. "육아가 쉬운 게 아니야. 한 생명을 낳고 기르는 거라고. 그러니 다들 부모님한테 잘하고 감사해야 해. 너는 절대 혼자 크지 않았어." 나는 이런 훈계를 들으면 솔직히 묘한 기분이 든다.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육아가 힘든 것도 인정한다. 한 생명을 몇 년간 붙어서 케어하는 것이 얼마나 지치고 피곤하겠는가. 육아를 하면 자기만의 시간도 다 사라진다. 그러나 지쳐고 힘든 만큼 육아에서 얻는 기쁨도 있을 것이다. 아이의 웃음과 행동 하나에 부모들은 감격한다. 그 미소 한 번이 힘든 육아를 견디게 만들기도 한다.


딸은 낳을 생각도 없었고, 둘째는 계획도 없던 엄마는 한번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친구들이 자식을 낳으면, 본인 인생에서 최고의 기쁨이라며 최대 5년까지 말을 하고 다녔거든. 그런데 애교 많은 딸인 너를 낳고 엄마의 인생에서 10년 동안은 최고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절대 키우기 쉬운 아기는 아니었다. 얌전하고 조용한 오빠에 비하면, 육아 난이도 극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만큼의 기쁨도 드렸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나를 아기 때 사랑과 희생으로 키우셨지만, 조금 더 자라나자 나에게 잘못을 한 언행들도 분명히 있다. 그 사이의 간극이 꽤나 커서, 나는 부모님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야 하는지 또는 화를 내야 하는지 무지 헷갈렸다. 그리고 성인이 되기 전까진 그들에게 복종했다. 덧붙이자면 아기 때 키워줬다고 나머지 인생을 자신들이 '소유한' 사람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힘들게 키운 만큼 부모와 자식이 서로에게 존중과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뜸 지인들이 나에게 효도를 하라며, 나의 가정사는 싹 무시하고 훈계를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 점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피곤에 절어있는 지인들에게 따지고 싶지도 않아 목구멍으로 말을 삼켰다. 가정사는 각기 다른데 내가 부모님께 오직 감사함만 가지고 살기를 바라는 몇몇 지인들을 보면 화가 치민다. 이 말을 들은 부모님도 누가 감히 너에게 효도를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냐고 하실 정도이다.


그러면서 연이어서든 두 번째 생각은 우리들은 어른이 채 되지 못한 채 부모가 되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 나는 곧 나를 낳았을 때의 부모님 나이가 된다. 그런데 내가 온전히 완성형의 어른은 아직도 아닌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어른의 정의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저 술을 살 수 있는 나이가 아닌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 어른이라고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나는 내 모든 행동에 늘 최선과 책임을 다하며 살았을까? 만약 몇 년 안에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나의 아이가 태어난다면, 나는 나의 부모님과는 달리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잠담하 지는 못할 것 같다. 물론 나의 부모님이 했던 언행들은 안 하겠지만, 또 다른 형태의 언행으로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 만약 내가 나의 부모님이었다고 상상을 해봤다. 나의 부모님은 그 힘든 시절 그들의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엄마도 아빠도 어쩌면 어른이 되지 못한 채 나를 낳고, 기르고, 키우면서 어느 순간 어른이 된 것은 아닐까. 돌이켜보면 모든 부모는 인간의 한 생명을 온전히 키우기엔 어리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완벽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완전한 어른이 된 시기는 자신의 아이와 함께 성장할 때가 아닐까? 무언가를 책임지고, 헌신하고, 애정으로 키워내다 보면 서서히 어른이 되어있는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부모가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미숙한 어른이고 준비가 덜 된 어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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