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 시마바라 기행 - 북규슈 기차여행

일본 소도시 여행

by HJ

지난 글에서는 나가사키를 가다가 급발진해서 시마바라를 가는 열차를 타봤다. 그냥 열차가 목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내려서 둘러보고 싶어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시마바라는 어촌이다. 내가 쿠마모토에서 나가사키를 갈 때, 이 부근을 통과하는 페리가 있다길래 그걸 타볼까 고민했을 때 봤던 동네이긴 한데 이렇게 생뚱맞게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잉어의 도시, 시마바라

아래 사진에서도 보듯이 시마바라는 잉어의 도시다. 왜 잉어의 도시인지는 잘 모르겠다. 물이 깨끗해서 잉어를 풀어놓은 곳이 있다는 말도 있고, 지역 내에 잉어가 많은 정원 같은 게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한국어도 있구먼


시마바라 역이 종점인 줄 알았는데 한 두 정거장 정도가 더 있길래 끝까지 가보고 시마바라 역까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오브제들이 많이 보였다.


걷다 보면 시마바라의 바다와 닿아있는 강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는 어울리지 않는 얕고 잔잔한 강물인데 정말 맑아서 물속이 훤히 보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짐을 못 풀어서 저 커다란 여행용 백팩을 계속 메고 걸었다.


시원하고 반짝이는 강물이 도시 곳곳을 관통하고 있다.

동영상으로 보면 더 평화롭다.


나는 해안가를 따라 걸었는데, 시마바라 선이 바닷가를 도는 노선이기 때문에 간간히 이런 기차역들을 볼 수 있었다. 시골 감성 100스푼 가득 담긴듯한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 일본의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평화로운 마을 풍경 중 하나였다.


이곳에 큰 건물이라곤 시마바라 역과 시마바라 성뿐이다.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성인 것 같긴 한데, 잘은 모르겠다. 예쁘긴 하다. 여느 일본 성처럼 뿔 같은 구조물이 맨 위에 보이고 전반적으로 흰색 바탕이다. 엄청 큰 건 아닌데 그래도 가까이 가보니 어느 정도 규모는 있는 성이다.


시마바라 역은 잉어 역장으로 유명한 역인데, 지금은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그 잉어는 몇 년 전에 치우셨다고. 역장님이 다시 올진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흔적은 역 내에 곳곳이 남아있다. 아직 인형이나 그림 형태로 남아있다. 그 잉어 역장을 사진으로 보면 황금빛 도는 잉어인데 이렇게 그려놓으니 물고기 같지 않고 귀엽다.


마치며

그냥 시마바라 선이 타고 싶어서 왔던 동네인데 2시간가량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이제까지는 못 느껴본 평화로움,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 올 만한 도시다. 아무리 작고 큰 도시에 비해 낙후된 도시여도 이곳의 시간도 이곳만의 템포로 잘 흐르고 있다.


keyword
이전 07화7. 시마바라 선 - 북규슈 기차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