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
지난 글에서는 나가사키를 가다가 급발진해서 시마바라를 가는 열차를 타봤다. 그냥 열차가 목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내려서 둘러보고 싶어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시마바라는 어촌이다. 내가 쿠마모토에서 나가사키를 갈 때, 이 부근을 통과하는 페리가 있다길래 그걸 타볼까 고민했을 때 봤던 동네이긴 한데 이렇게 생뚱맞게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아래 사진에서도 보듯이 시마바라는 잉어의 도시다. 왜 잉어의 도시인지는 잘 모르겠다. 물이 깨끗해서 잉어를 풀어놓은 곳이 있다는 말도 있고, 지역 내에 잉어가 많은 정원 같은 게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시마바라 역이 종점인 줄 알았는데 한 두 정거장 정도가 더 있길래 끝까지 가보고 시마바라 역까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오브제들이 많이 보였다.
걷다 보면 시마바라의 바다와 닿아있는 강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는 어울리지 않는 얕고 잔잔한 강물인데 정말 맑아서 물속이 훤히 보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짐을 못 풀어서 저 커다란 여행용 백팩을 계속 메고 걸었다.
시원하고 반짝이는 강물이 도시 곳곳을 관통하고 있다.
동영상으로 보면 더 평화롭다.
나는 해안가를 따라 걸었는데, 시마바라 선이 바닷가를 도는 노선이기 때문에 간간히 이런 기차역들을 볼 수 있었다. 시골 감성 100스푼 가득 담긴듯한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 일본의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평화로운 마을 풍경 중 하나였다.
이곳에 큰 건물이라곤 시마바라 역과 시마바라 성뿐이다.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성인 것 같긴 한데, 잘은 모르겠다. 예쁘긴 하다. 여느 일본 성처럼 뿔 같은 구조물이 맨 위에 보이고 전반적으로 흰색 바탕이다. 엄청 큰 건 아닌데 그래도 가까이 가보니 어느 정도 규모는 있는 성이다.
시마바라 역은 잉어 역장으로 유명한 역인데, 지금은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그 잉어는 몇 년 전에 치우셨다고. 역장님이 다시 올진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 흔적은 역 내에 곳곳이 남아있다. 아직 인형이나 그림 형태로 남아있다. 그 잉어 역장을 사진으로 보면 황금빛 도는 잉어인데 이렇게 그려놓으니 물고기 같지 않고 귀엽다.
그냥 시마바라 선이 타고 싶어서 왔던 동네인데 2시간가량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이제까지는 못 느껴본 평화로움,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 올 만한 도시다. 아무리 작고 큰 도시에 비해 낙후된 도시여도 이곳의 시간도 이곳만의 템포로 잘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