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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May 02. 2024

6. 쿠마모토 - 북규슈 기차여행

내 규슈 횡단 특급 돌려내요.. 아소 보이도..

그렇게 벳푸에서의 밀도높은 첫날이 지나고, 두번째 날이 밝았다. 


오늘은 기다리던 규슈 횡단 특급을 타는 날이다. 나는 이동할 때 항상 오전 10시 ~ 11시 기차를 타서 도착한 곳에서 점심을 먹는 일정으로 진행했는데, 이 열차는 매일 1회 오후 3시 고정 운행이고 3시간 반짜리 코스라 도착해서 저녁을 먹는 코스로 잡았다. 


규슈 횡단 특급은 아래 사진과 같이 규슈 지방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열차다. 쿠마모토라는 지역에 관심이 있었다기 보다는 그냥 이 열차가 타고 싶었다. 가는 길에는 활화산이면서 풍경이 어마어마하다는 아소산을 느리게 보면서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차 여행 중 메인 열차라고 볼 수 있었다. 


시뻘건 것이 생긴것도 잘 생겼다. 

출처 : https://havidaily.tistory.com/94

하지만 원래 타고 싶었던 열차는 Aso-Boy!라는 열차다

이름에서 다 설명해준다. 벳푸에서 출발하여 아소산 주변(Aso)을 천천히 돌면서 쿠마모토에 도착하는 아이 전용 열차(Boy!) 그야말로 아소산을 테마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인테리어로 기차 안을 꾸민 테마열차다. 


규슈 횡단 특급과 비슷한 루트면서 아소산이라는 특급 명소를 조명한 테마열차라고 볼 수 있다. 


내부를 설명한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참 좋아할만한 테마다. 저 강아지도 아주 귀엽고(이름이 쿠로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열차는 타산이 안맞는지 자주 운행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타보려고 그 주의 일정을 다 봤는데 한번도 운행하지 않길래 주 1회도 아니고 아예 주간으로 유동적인 것 같았다. 아래는 월간 스케쥴인데, 내가 여행하는 주에는 단 1회도 운행하지 않았다. 일단 주말은 정기 운행을 하는 것 같고, 평일엔 돈될때만 하는 것 같다. 


나는 월-금 평일 5일권을 끊었기도 하고 비수기에 가서 절대 이용할 수 없었다..�

Aso boy!의 2024년 3,4월 스케쥴


그래도 아소보이가 운행하지 않는 날에는 규슈 횡단 특급을 운행하니 문제는 없었다. 혹시 입석이 꽉찰까봐 지정석 예약도 마쳤고, 타고 갈 일만 남았다. 


벳푸를 떠나는 날


막상 가려고 하니 너무 아쉬웠다. 벳푸라는 도시 자체도 작고 조용하고 좋았다. 한국인도 그렇게 많진 않았다. 유일하게 했던 관광인 지옥 온천 투어도 인상적이었고 묵었던 호텔도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좋았다. 저녁에 간단히 한 잔 하려고 들렀던 펍에서도 너무나도 좋은 대우를 받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조식을 먹고 호텔을 체크아웃을 했다. 그리고 온천을 즐기러 갔다. 호텔 온천이 수리중이라고 가까운 온천 무료이용 티켓을 주고, 수건도 빌려줘서 편하게 다녀왔다. 뭐가 다른진 모르겠지만 그냥 피부가 좋아진 느낌이었다. 느낌이 그렇다는 것. 


그리고 나와서 풍경좀 찍어주고, 명물인 스테인드글라스 탑도 찍었다. 


점심에는 전날 펍에서 친해진 바텐더분과 점심을 먹었다. 일본에서 영어가 잘 안통해서 너무 힘들었는데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외국인을 만나니 너무나도 반가웠다. 정말 로컬만 갈법한 식당에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친구는 소바를 먹던데, 나는 여기서 가장 잘팔린다는 오야꼬동을 먹었다. 로컬 일본인들은 밥을 한번에 2.5공기씩 먹는구나를 느꼈다.


이 친구는 22살 대학생이었는데, 벳푸대학교가 인터네셔널 대학이라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영어를 잘하는 것 같더라. 같이 바닷가도 산책하고 카페도 갔다가 헤어졌는데 안그래도 아쉬운데 더욱 아쉬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다음에 한국 와서 같이 놀기로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이제 기다리던 열차를 타러 간다. 얼마나 재밌을까. 첫 테마열차다. 


분명 온다고 했잖아요


티켓을 하루 전에 끊어놓고, 시간 맞춰 갔다. 역무원에게 맞는지 요청도 하고 플랫폼 넘버도 체크해서 잘 들어가서 기다렸다. 플렛폼에 가보니, 하카타-유휴인/벳푸를 연결하는 가장 인기좋은 테마열차인 유후인노모리 열차가 정차해 있었다. 나도 이걸 타고 싶었지만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워낙 인기가 좋은 열차라 어림도 없었다. 



 몇번 타보니까 일본에서 기차라는게 출발하기 한 10분 전 정도에 도착해서 싹 태우고 자비없이 출발하던데, 나는 기다리고 기다려도 안오는 것이다. 출발하기 한 3분 전에도 기차가 오지 않길래 역무원에게 물어보니까 당황하는 표정으로 다른 라인으로 가라고 했다. 전광판은 바뀌지 않았는데..!


가보니 지하철로 쓰이는 열차가 와있었고, 이건 절대 아니다 싶어서 티켓 관련 업무를 하는 역무원에게 가서 물어봤다. 기차가 딜레이되어서 해당 기차는 오늘 못타고 미안하다고 대신 내가 벳푸에 올 때 탑승했던 소닉을 타고 후쿠오카로 돌아간 다음 다시 쿠마모토로 이동하는 신칸센 기차를 예매해주었다. 


이게 문제가 해결되었으면서도 해결되지 않은게, 나는 쿠마모토에 가고싶은게 아니라 그 규슈 횡단 특급 열차가 타고싶었던 거라 상황이 아주 오묘하게 되었다. 이럴바에는 그냥 후쿠오카에 있다가 나가사키로 이동하는건데


여하튼 쿠마모토


 일단 쿠마모토에는 도착했다. 마스코트 곰인 쿠마몬도 귀엽다. 예쁜 도시다. 하지만 딱히 특색은 없어서 벳푸때와는 다르게 일정도 안잡고 저녁 늦게 도착하여 다음날 아침에 바로 출발하는 일정을 잡았다. 밥도 도착한 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만 먹고 떠난다. 도시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정말 한정된 시간으로 이동하려고 하니 일정이 이렇게 나오더라. 




간략히 설명해보자면 쿠마모토에는 쿠마곰이라는 마스코트가 있다. 미안하지만 이게 다인것 같다. 이 곰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 이것 말고 딱히 볼게 없는 것 처럼 느껴지더라. 


숙소 앞 이자까야에 갔는데 젓가락 위생종이에도 쿠마베어가 있었다. 여기서는 이 지역의 특산물인 말 고기 사시미를 먹었다. 벳푸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가 꼭 이건 먹고 오라고 해서, 간단히 저녁만 먹을까 하다가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신기했다. 그냥 관광상품인 줄 알았는데 쫀득쫀득한게 인생 첫 육사시미인데(소도 안먹어봄) 육회랑은 또다른 맛이라 아주 만족스러웠다. 



마치며

그렇다고 여행이 불만족스럽다는게 아니다. 여행이란것도 사람이 하는 일들로 이루어지기에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기차나 비행기가 캔슬되거나 연착되기도 하고 정평이 나있는 식당에서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은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다음 스텝으로의 나아감이다.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힘든 일이 발생했다고 그 자리에 주저앉으면 정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도 결국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과 그에 대한 감정은 최대한 빨리 날려버리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여 뒤가 아닌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 또한 여행의 재미다. 다만 가만히 있거나 짜증을 내며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을 바꾸려고 하면 여행은 커녕 인생에서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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