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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Apr 30. 2024

5. 벳푸 지옥순례- 북규슈 기차여행

온천 그 자체인 소도시

벳푸는 기억에 남는 도시다.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도시인 유후인과 붙어있어서 같이 관광하곤 한다는 곳이라고 해서, 절대 유후인은 근처도 가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고 벳푸만 둘러보기로 했다. 


기타큐슈에서 벳푸로 이동할 때도 소닉에 탑승했다. 소닉은 하카타부터 벳푸/오이타까지 운행하는 열차라 별다른 선택지는 없었기 때문에 같은 열차여도 탑승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운행경로가 바닷가 쪽이어서 눈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외관은 이렇게 생겼다. 진짜 우리가 아는 그 소닉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설명에 나와있다. 실제로 보면 날렵한 느낌은 나더라. 하지만 소닉의 시그니쳐 컬러가 너무 적게 사용된 게 아닌가 싶었다. 저 아래에 약간 사용된 파란색과 전체를 뒤덮고 있는 하얀색 부분이 바뀌었으면 얼마나 예뻤을까 싶기도 하고.


온천의 도시, 벳푸 

여하튼, 내리자마자 강제로 "벳푸는 온천도시예요"라는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도시 전체가 온천 도시라 어떤 목욕탕에 가던 좋은 온천을 할 수 있고, 지옥 온천이라는 재미있는 관광코스도 있다. 아래 포스터에 보면 있는 도깨비가 지옥 온천 중에 하나에서 따온 그림이다. 


일단 12시에 도착하자마자, 체크인 시간이 붕 뜨길래 짐만 맡겨두고 지옥온천 투어를 하러 갔다. 원래 이 투어는 여행사를 끼고 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나는 그냥 버스 타고 혼자 갔다. 


한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버스비 5천 원..) 정말 예쁜 공원 같은 공간이 나오는데, 이곳이 지옥 온천의 시작점이다. 



지옥온천 투어

지옥온천 투어는 총 7개의 온천을 차례로 방문하는 코스다. 첫 번째 온천이 가장 크고 사람이 많았으며 예뻤던 것 같다. 

첫 번째 온천은 조경이 너무나도 빼어나서 온천이라기보다 예쁜 공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햇빛이 쨍한 아주 좋은 날씨에 방문했는데, 빛깔이 선명해서 그런지 정말 다채로운 모습이었다. 

이 쨍한 초록초록 좀 보셔요..

실제로 보면 이렇게 부글부글 끓고 연기가 엄청나게 많이 난다. 연기 곁에 일부러 얼굴을 가져다 대면 엄청나게 습한 기운이 감싸는데 몽롱하니 기분이 좋다.


이 온천은 그냥 첫 번째 온천에 곁다리로 붙어있는 온천인데 이것도 하나로 치는 것인 줄 알 정도로 잘 관리되어 있었다.



사실 테마 설명이 없으면 뭐 하는 곳인지 잘 모를 순 있다. 온천마다 스토리가 있어서 악어가 사는 온천, 온천물로 키우는 잉어가 있는 온천 등등 설명을 보고 보면 재밌는 곳들이 있다. 마실 수 있는 아래는 온천수를 제공하는 온천인데, 온천수는 내 입맛에 너무 안 맞았다


오브제의 나라 일본 답게, 도깨비도 멋지게 잘 만들어놨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튀어나와도 위화감이 없는 피카추는 또 생뚱맞게 자판기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귀여워어


여기는 아까 언급한 잉어 온천인데, 그런 사실보다는 멋진 조경에 더 눈길이 갔다. 첫 번째 온천도 조경이 엄청났는데, 여기는 또 여기만의 소박한 멋이 있었다. 


여기까지가 5개의 지옥온천이다. 다음 2개의 지옥온천은 차 타고 15분 정도 가야 하는 곳이다. 다들 버스 타길래 나도 탈까 하다가, 걸을 수 있다길래 무작정 걷기로 했다. 그런데 인도가 중간에 끊겨서 차도를 조금 걸었다. 


가는 길의 풍경은 손에 꼽을 만큼 예쁘다. 자부할 수 있다. 날이 좋아서 그런가 사진에 빛이 많이 담겼는데, 그 당시의 내가 이것도 꼭 담고 싶어서 담지 않았을까.

여기서 걸은 30분이 정말 힐링되는 30분이었던 것 같다. 그랬으니 이날 계획에도 없던 음주를 하지 않았나..


여하튼, 이렇게 걸어서 도착한 곳은 빨간 도깨비가 테마인 온천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무섭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도깨비 오브제가 반겨준다.

온천은 이렇게 생겼다. 진짜 지옥온천은 이게 아닐까 싶은 모양.


마지막 온천은 아이슬란드 간헐천처럼 가끔씩 위로 솟구쳐 오르는 형태의 온천이다. 한 20분에 한 번씩 거의 2분 정도 지속되는 것 같다. 가까이 가면 조금씩 튀는데, 엄청 뜨겁진 않았다. 


이렇게 지옥 온천 순례가 끝났다.

개인적으로 재미도 재미였지만 아주 잘 보존되고 가꾸어진 조경들과 풍경을 보는 맛이 일품이었다. 꼭 다시 오고 싶네. 


투어가 끝나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런 날씨였다. 날이 너무 좋아서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이런 마음을 먹고 다음 여행지에 가면 마음이 싹 변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잔해~

이날 따라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근처 펍에 혼자 들어가서 술을 좀 마셨다. 과음을 해서 다음날 머리가 아팠던 기억이 난다. 


아래 술들은 일본 위스키와 일본 소주다. 지역 특산 소주가 있다고 해서 추천받아 몇 전 마셨다. 뭐가 크게 다른지는 몰라도 그냥 분위기에 취해서 맛있게 먹었다. 비싼 게 더 맛있었던 것도 기억난다. 


일본 오면 꼭 빠뜨리지 않고 마시는 생맥주. 바텐더분이 아주 잘 따라주셨다.

영어를 할 줄 아시는 바텐더분이 계셔서 한 3시간 동안 계속 떠들었다. 좋은 경험도 덤으로 받은 기분.


소도시에 여행 오는 재미는 이런데 있는 것 같다. 마냥 편하진 않아도, 재미요소가 곳곳에 숨어있어서 당첨되었을 때의 도파민이 주는 맛이 있다. 


나는 이 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도파민을 드럼통 째로 분출한 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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