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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Apr 29. 2024

3. 하필이면 비 - 북규슈 기차여행

북규슈 기차에 대하여

북규슈 기차 여행 이틀차! 

한국인이 필요이상으로 많은 후쿠오카를 서둘러 떠나 기타큐슈라는 도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Fat Man의 원래 타깃으로 잘 알려진 고쿠라 역으로 간다. 


그리고 오늘은 우여곡절 끝에 얻어낸 패스권을 처음으로 써먹어보는 날이다. 오늘 타볼 열차는 소닉이라는 친구다.


 초장부터 소닉을 탈 거다 하니까 조금 덕후 같네. 일단 JR규슈패스로 탑승할 수 있는 열차는 다음과 같은데, 크게는 관광열차, 신칸센, 특급열차로 나눌 수 있다.

신칸센은 정말 미친 듯이 빠른 열차다. 도시 하나 가는데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정말 도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하고 싶다면 신칸센을 타면 된다. 가격은 아주 비싸다. 패스권 없었으면 안 탔을 것 같다. 


관광 열차는 도시 간 이동보다는 주변 자연경관을 둘러보는데 특화된 열차다. 해당 지역을 통과하는 특정 자연 관광지를 일부러 통과하며 신칸센이면 30분이면 갈 거리를 3시간씩 걸려서 간다. 하지만 내부에는 술이나 간식도 팔고, 라운지 칸도 있고 의자 구조도 다르다. 말 그대로 관광을 위한 열차다. 


특급 열차는 신칸센만큼은 아니지만 빠르고 약간의 테마가 섞인 열차다. 가령 하우스텐보스의 경우 일본 최대의 테마파크인 하우스텐보스까지 가는 열차고, 규슈횡단 특급은 규슈 섬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열차다. 




기차여행의 묘미는 기차라는 교통수단을 도시와 도시 간 이동이라는 주목적과 기차 자체를 즐기는 부 목적을 서로 뒤바꿈에 있다. 무슨 궤변이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나도 와서 테마 열차를 타보기 전까진 이해할 수 없었다. 일본에 기차 덕후들이 많다고 해서 정말 희한한 덕후들 많다고 생각했는데(무슨 기차까지..) 나도 와서 팬이 돼버렸다. 



소닉을 타고 고쿠라 역에 내린다. 나는 한 30분 걷는 수준이면 주저하지 않고 걸어가는 편인데, 이 날은 비가 너무 내리더라. 지역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 이동한 다음 내렸다. 운 좋게 맨 앞자리에서 기관석을 찍을 수 있었다. 



첫끼는 일본식 가정식으로 먹었다. 생선 튀김과 한치 회, 차완무시(계란찜)와 멘타이코(명란)가 나왔다. 배도 고팠고, 맛도 좋아서 싹싹 긁어먹었다. 


다 먹고 나와서 산책을 하려고 하는데,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거의 옆으로 내리는 수준으로 비바람이 몰아쳐서 도저히 뭔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쇼핑몰에서 쉬다가, 커피를 마시며 비 구경을 했다. 비멍도 할만할지도..?


조금 그치고 나니 구름이 잔뜩 낀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런 모습도 있는 거지. 나무도 풀도 많아서 쨍한 하늘이었으면 정말 예뻤겠다 싶었다.


이렇게 이 날은 끝났다. 혼자라 뭐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나 할까. 

다음 날은 벳푸에 가는 날이었다. 기타큐슈보다 볼 게 없다고 들었는데 뭐 볼 게 있나 찾아보며 술 한잔 먹고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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