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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Apr 14. 2024

1. 여행의 목적 - 북규슈 기차여행

Whatever will be, will be

태국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지 일주일 째 되는 날인 오늘, 나는 또 출국하기로 했다. 태국에서 배운 바로는 백수일 때 꼭 한국에 있을 필요가 없는 기간이라면 외국에 나가있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것이다. 


 지난 태국 출국 땐 머리가 너무 지끈했다. 열심히 한 것 같은데 결과는 안 나오고, 조급하다 보니 내 삶까지 레버리지 해서 결과에 투자하고 있던 차였다. 물론 그게 틀렸다는 건 아닌데 뭔가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순 없더라. 마치 수능을 직전이 아닌 3~4년 전부터 이를 두려워하고 모든 활동을 제한하는 것처럼 충분히 길게 봐도 되고 즐기면서 해도 되는데 나 스스로를 너무 옥죄고 있지 않았나 하고. 


그래서 또 나간다. 이번에도 면접일정 때문에 멀리는 못 나간다. 어느 정도 정리되면 진짜 멀리 길게 다녀와야지. 


여행지는 일본이다. 북규슈지방을 기차여행하기로 했다.


기차여행


지난 일본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경험을 꼽으라면 나는 고토히라 궁에 가기 위해 탔던 열차인 고토덴을 1순위로 선정하고 싶다. 열차가 얼마나 빠른지, 신식인지를 따지는 것이라면 그리 좋은 점수는 얻기 힘들겠지만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기억에 남을 만큼 예뻤다. 그냥 열차만 타고 노래 들으면서 다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일본 사람들은 기차 사랑이 각별해서 어떤 지역을 가기 위한, 운송수단으로써도 있지만 그냥 신상 기차나 유명한 기차를 경험하기 위해 소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이런 사실도 그냥 접했을 땐 설마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나는 고토덴을 한번 타보고 바로 느꼈다. 꼭 다시 와서 기차여행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6박 7일간의 일정은 나답지 않게 빡빡하다. 이동이 잦고 관광시간보다 이동시간이 더 많이 소모될 예정이다. 해보다가 너무 힘들 것 같으면 일정 하나 정도는 빼고 조금 여유를 가져볼까 한다. 


Que Sera Sera


세상엔 상수(Constant)와 변수(Variable)가 있다. 상수는 우리 같은 개개인이나 작은 조직이 바꾸기 힘들다. 예를 들면 운, 상대방, 어떤 회사에 합격하는 것 등등이 있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에 힘을 들이는 것이 고통스럽고 의미 없을 수 있다. 반면 변수는 우리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노력이라던가 의지를 다잡기 등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일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변수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상수가 왜 바뀌지 않는지에 대해 억울하고 힘겨워했다. 이렇게 많이, 열심히 했는데 왜 안되지? 그런데 상수는 변하게 할 수도, 변하기를 바랄 수도 없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분야다. 그건 그들에게 맡기자.


 지난 여행기를 작성하며 내가 알던 'Que Sera Sera'라는 스페인 어구의 새로운 의미를 배웠다. "어처피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Whatever will be, will be). 될 대로 돼라!". 내 상수들도 언젠가 쌓여있는 변수들에 의해 조금씩 바뀌어줄 거다. 그것을 초조하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의 테마도 지난 여행과 똑같다. '놀면 뭐 하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다면 조급해하지 말고 놀자.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마치며

그냥 '할 거 없어서 비행기 타러 가요'는 여행의 이유로는 조금 거창한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 내 마음속 상태는 외상으로 따지면 작은 상처에 많이 베인 것 같은 상황이다. 죽을 것처럼 아프진 않아도 그냥 무던한 기분으로 그 상처가 자연스럽게 낫지 않을까 기다리는 것 같은? 하지만 상처가 계속 나고 있으면 영영 아물지 않는다. 상처를 받지 않을 곳으로 상황을 변화시키는 게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이 많이 기대된다. 기차를 타고 창밖을 보는 동안은 머리에 잡념을 싹 지워버리고 싶다. 

기관사 바로 뒷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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