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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븐제이 Sep 14. 2024

존재만으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주저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새롭게 주어진 시간을 잘 쓰고 싶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버둥이었을 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끝이 보였다.


어두운 동굴을 지나오다 마침내 빛을 발견했다. 

보이지 않아 방황하고 헤매던 순간들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반짝하고 빛이 보였다. 

환하다.


지나오면서 여기저기 긁히고 넘어지며 붉게 부풀어 올랐던 상처들이 점점 가라앉고 흔적을 감췄다.


시간이 흐른 뒤,


문득 힘든 순간이 오면 스스로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더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불현듯 떠오르는 존재가 

어딘가로부터 에너지를 끌어와 나에게 안겨준다.

하나만 더. 1분만 더. 그렇게 점점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낸다.


문득 지치는 순간이 있다.

숨을 고르고 잠시 멍해진다. 이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불현듯 떠오르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한다.

외로움이나 그리움이 아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감정의 것들이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다.

공허했던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존재.


스스로를 내세우고 드러내는 것에 영 자신 없고 부끄러웠던 내가 이전의 아픔들과 슬픔들을

극복하고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 부끄럼 없이 당당해진다.


알 수 없는 힘과 에너지가 나를 이토록 감싸고 있다.

잃어버렸던 조각으로 인해 채워지지 않았던 한 부분의 퍼즐이 맞춰졌다.


헤어 나올 수 없다. 출구가 없어졌으므로.

어느 순간 삶과 일상에 잔잔하게 스며들어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존재로 인해 

달라진 내 모습이 어리둥절할 정도다.

새롭지만 꽤 기분이 좋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지게 되는 존재라니.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자기 직전 침대에 평온하게 누워있는 그 순간까지.

자는 와중에도 무의식에서 조차 떠날 생각이 없는 존재.


내 세계는 존재로 가득 찬 우주가 되었다.


이제 괜찮다고 말한다.

마음껏 행복하라고. 

좋아하라고. 

즐기라고. 

사랑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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