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으로 천국의 계단을 오르며 그동안 내가 해내지 못했던 숫자에 도달했다.
31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어떤 영상도 시청하지 않은 채.
1500 스텝이라는 처음 보는 숫자와 함께.
처음엔 10분만 타고 적당히 숨차오를 때 내려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았던 탓인지 평소보다 힘이 들지 않았고
그렇다면 또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하고 싶었다.
한 단계 템포를 낮추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올랐다.
어느덧 마음먹었던 시간은 지났고 내 몸은 서서히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몸의 온도도 적당했고 숨도 가쁘지 않았다.
그렇게 15분만 더 탈까? 20분까지만 해볼까? 하는 순간 25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30분이 되었고 스텝 수를 보니 1480을 넘어서고 있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1500 깔끔하게 찍고 내려오자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난생처음 천국의 계단을 30분 넘게 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스로 한계를 정해두고 더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며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왜 나는 10분 밖에 타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을까. 왜 그 이상은 하기 힘들 거라 단정 지었을까.
적당히만 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범위 안에서 한 걸음 한 걸음.
하다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하면 그만이었다.
빠르게 갈 필요도 없었다. 내 속도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었다.
내심 한라산도 다녀왔는데 이것 하나 해내지 못할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오기도 아니었고 거친 숨을 내쉴 필요도 없이
흐르는 땀과 함께 뜨거워지는 몸을 이끌고 묵묵히 그렇게 하면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