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잘 가요 뚜뚜루송

최애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by 리븐제이 Dec 21. 2024
아래로

학창 시절 늦은 밤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던 라디오 디제이이자 아나운서님.

그리고 세월이 흘러 우연히 듣게 된 아침 라디오에서 그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마자 무척 반가웠다.

그렇게 몇 년간 나의 일상에 잔잔히 스며들어 힘든 시간과 행복한 순간들까지 함께 했던 내가 제일 애정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바로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

지영이 언니(혼자 내적친밀감 두터운 편)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안온함이 느껴진달까.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불과 며칠 전 알게 되었다.

그간 덕질하느라 바빠 출퇴근길에 한 곡만 무한재생하며 노래를 듣던 터라 갑작스러운 이 소식은 나를 당황케 했다.

매일 나의 아침과 함께 했던 지디(청취자들이 부르는)의 목소리를 이제 더 이상 못 듣는다니.

귀여운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지영이 이모를 외치던 뚜뚜루송을 못 듣는다니 너무 아쉽다.

남은 며칠 동안 이 프로그램에 더 많은 애정을 쏟는 애청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많이 좋아하고 아꼈던 마음을 담아 마지막 순간까지 예의를 갖춰야 할 것만 같았다.

진심이 가닿기를 바라면서 밤잠을 설쳐가며 다시 듣기를 하고 미니게시판에 댓글도 남겼다.

이제 딱 하루 남았다.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청취하며 순간에 임하리라.


위에서 언급한 요즘 내가 여전히 덕질 중인 소위 말하는 최애는 12월 한 달간 휴식기다.

그간 바빴던 스케줄을 뒤로하고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를 따라 나 또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덕질과 별개로 흐트러진 나의 루틴을 바로 잡고 싶기도 했고 연말이라고 많아진 약속 탓에 느슨해진 몸과 몸무게를 마주하며 정신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하지만 어디 이게 쉽나.

여전히 약속은 많고 세상에 맛있는 음식은 더 많다.

이렇게 또 내년으로 미루게 되는 건가 싶지만 마음먹는 것만큼 쉬운 건 없다며 한 단계 나아간 거라 믿으며 스스로를 애써 위로해 본다.


다시 라디오 이야기로 돌아와 최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최애의 곡이 흘러나오는 상상을 무수히 했다.

그간 사연과 신청곡을 여러 번 보냈는데 매번 내 사연은 채택되지 않았었다.

'괜찮아! 내가 신청한 게 아니어도 언젠간 내 최애 곡 나오겠지!' 했다.

하지만 이제 최애와 최애가 만나는 이 둘의 조합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유일하게 지금까지 꼬박 챙겨 들었던 나의 최애 라디오 프로그램.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를 틀었을 때 지디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을 맞이하길 바라면서 안녕.


좋아하는 라디오의 마지막 인사, 좋아하는 최애의 휴식기, 크리스마스, 연말연시에 나누는 인사말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마지막을 실감케 한다. 요즘 은연중에 부쩍 '시간 진짜 빠르다.'라는 말을 많이 내뱉은 달이기도 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과연 나는 또 얼마큼 자라고 성장했나 되돌아보게 한다.

하루도 똑같은 날은 없다. 매일 같은 일상일지라도 매 순간 감정과 생각이 다르고 예기치 못한 변수도 생기기 마련이니까.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말을 삼키며 안녕을 말하고 싶다.

지난 11월 일본에서 열렸던 2024 MAMA AWARDS에서 가수 '영지'님이 한 말이 인상 깊었다. (지금 이 순간에 생각이 날 건 또 뭐람.)


"사랑을 하고 계신다면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절대 주저하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이마를 탁 쳤다.

'맞아!'

내가 지금 하는 덕질도 그동안 몰랐던 하나의 형태이자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본인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예측 가능하지 않은 것들에 마음을 쓰며 힘들지 않았으면, 오늘을 살고 후회 없이 마음을 표현하고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가길.





매거진의 이전글 한라산이 날 부를 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