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나샘 Jun 10. 2022

타지에 날아온 그리움이라는 편지

옛 직장 동료와의 추억을 마주하며

외출 후 마당에 들어선 순간 현관문 한켠에 작은 박스 하나가 놓여있었다. 무엇일까 설렘 반, 호기심반으로 상자를 열어보았다. 생각지도 못한 편지와 마음의 선물이 한가득 담겨 있다.


순간 기쁨과 벅찬 감동이 차올랐다. 마음 깊숙이 박혀있던 그리움이 나도 모르게 마음을 헤집고 터져 나와버렸다.



옛 동료의  편지를 천천히 펼쳐 읽어 내려갔다.

00 선생님께
선생님과 함께 했던 옛 교실에 들어설 때마다 선생님의 흔적이 남아있어 그리워요.
원아들을 한 명 한 명 사랑스럽게 불러주셨던 상냥한 목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해요.
뵙고 싶지만 가닿지 못하는 바다 건너의 그곳이 동경되기도 하고 멀게만 느껴지네요.
새 학기 적응으로 분주히 지나는 사이에 이제야 안부를 물어 죄송해요.
제주도 이주하셔서 여유롭고 행복한 자연과 모닝 인사를 시작으로 활기차게 보내고 계시겠죠?
10년 동안 함께 마음에 진심을 담아 서로를 위로하며 협력했던 지난 시간들이 참 귀하게 느껴집니다.
.
.
.
.
.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요. 계시는 곳에서 가족들과 그간 아쉬웠던 좋은 추억 많이 많이 쌓으시고 들려주세요. 저도 잊지 않고 안부인사 종종 들려드릴게요.
방학하면 그리운 선생님 꼭 뵈러 갈게요. 그때 가지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2022년  6월  손00 드림

순간 눈물샘이 훅 터져버렸다. 잠재되어 있던 진한 그리움이 눈치 없이 새어 나와버렸다.

누군가가 나를 잊지 않고  마음의 편지를 써준다는 사실에  감사의 파동이 크게 일렁였다.

소중한 옛 인연의 동료가 나의 대한 안부를 묻고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타지에서 받았을 땐 그 뭉클함은  크게 작용했다.


한적하고 인적이 드문 감귤밭으로 둘러싸인 새로운 낯선 터전, 낯선 생활 패턴에 혼자 그리움을 삭히고 있었던 터였다. 4년 먼저 시작한 남편과 달리, 상대적으로 아는 지인이 없는 외톨이가 된 느낌이 훅훅 스며들었다. 완전체 가족이 되어 사랑의 울타리를 가꾸어 나가는 과정에 행복감이 무척이나 크다. 하지만  아직은 낯선 터전에서  

훅훅 스미는 순간의 외로움과 그리움이 내 마음을 강하게 때렸다. 최근 낯선 곳에서 주차하다 차 긁힘 사고까지.. 여러 요인들이 섞여 그리움의 수치는 확 커져버린 찰나였다.



이 선생님과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돌아간다. 어린 두 아이를 놔두고 시작한 워킹맘 생활... 혼자 아등바등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밑반찬을 싸오셔서 아이들 먹이라며 전해주셨다. 집의 경조사를 살뜰히 챙겨주셨고, 아이가 수술했을 때는 직접 병원까지 방문해서 위로를 건네주셨던 분이다.

고단한 워킹맘 생활을 토로할 때가 없어 답답할 때면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며 격려와 다독임을 선물 받곤 했다.

남편과 반년 이상 떨어져 지내며 아이들과 힘들어할 때도 시간을 내어  같이 산행을 해주시며 아이들과 같이 추억을 만들어 주시곤 했다. 순간순간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옆에서 큰 힘이 되어 주셨던 분...

서로의 거리가 멀어지다 보니 그 애틋함이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듯하다.


새어 나오는 눈물을 닦고 전화를 걸었다. 핸드폰 너머 들려오는 선생님의 따뜻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반가움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제주의 삶 이야기를 , 새 학기 아이들과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함께하며 행복했던 추억상자를  서랍 속에서 마구 꺼내 이야기꽃을 피웠다. 선생님과 긴 통화 덕분인지 마음속 깊은 곳에 잠재되었던 그리움의 수치가 조금 옅어졌다. 서로 잘 지내다 방학하면 꼭 얼굴을 마주하자는 약속을 뒤로하고 통화의 막을 내렸다.




선생님의 다정함이 가득한 편지로 인해 오늘 내 마음은 흐림에서 맑음이 되었다.

하나하나 따뜻한 기억들을 모아놓은 편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날개가 달린 것처럼 어디든지 자유롭게 날아서 온기의 여운들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민다.


글쓰기는 그림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공통분모는 그리움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종이에 새기면 글이 되고, 그러한 심경을 선과 색으로 도화지에 옮기면 그림이 된다.


 닿을 수 없는 인연을 향한 아쉬움,  부모와 자식에 대한 애틋한 마음,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은 마음속에 너무 깊게 박혀 있어서 제거할 방도가 없다.


채 아물지 않은 그리움은 가슴을 헤집고 돌아다니기 마련이다. 그러다 그리움의 활동반경이 유독 커지는 날이면, 나는 한 줌 눈물을 닦아내며 일기장 같은 수첩에 문장을 적거나, 그림을 그려본다. 타지에 이사 와서 나만의 그리움을 쏟아내는 방법이 되었다. 그리움을 품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리움의 농도가 옅어질 때까지 오늘도 이 공간에 글을 쓰며 헤아려 본다.



작가의 이전글 <서평> 내일 엄마가 죽는다면(초원의 빛:강성화 작가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