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는 '통근형 감옥'이 있다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돕는 Halfway house

by 파도

IPC에서 들은 수업 중 가장 놀랐던 수업은 바로 덴마크의 범죄에 대한 내용이었다.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라는 문장 이면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보자는 말로 시작된 수업이었다. 그 때 덴마크의 홈리스와 범죄자들에 대해서 배웠는데, 홈리스에 대한 내용은 지난 글에서 살짝 언급했으니, 오늘은 범죄자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덴마크의 교도소는 세 종류가 있다. Closed prison, Open prison, 그리고 Halfway house. Closed prison은 폐쇄형 교도소로, 우리가 알고있는 일반적인 교도소이다. 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이며, 엄격한 통제 아래에서 수감자들은 정해진 일과를 수행하며 살아간다. 한편, Open prison은 개방형 교도소로, 높은 담장을 없애고, 수감자들에게 자신의 일상과 작업을 꾸려나가는 자율성을 부여한다. 수감자들은 직접 요리를 하거나(이 과정에서 칼도 당연히 사용할 수 있다) 세탁을 하는 등, 일상을 관리하는 자율성이 매우 높고, 교도소 내부의 농장이나 공장 등에서 맡은 작업들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심지어 내부에서 남녀가 함께 살며 연애도 할 수 있고, 허가를 받으면 통학이나 통근도 가능하다. 또한 교도관은 사복을 입고, 수감자를 통제하기보다는 지원하는 역할을 많이 한다고 한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개방형 교도소만으로도 놀라운데, Halfway house는 이것보다 더하다. 바로, 수감자가 도심 속에 있는 '공동 주택'에서 생활하고, 반드시 외부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학교를 다녀야 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거주자 회의를 통해서 하우스 규칙을 직접 정하고 함께 식사하며, 집안일도 나눠서 하는 등,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며 사회에 복귀할 준비를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덴마크에 8개 정도 있는 이 halfway house 중 하나인 '펜션 스케뷔'에서는 이 공동 주택 내에 40%정도가 일반 시민이라는 점이다. 수감자와 일반 시민이 섞여서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는 방식이다.


펜션 스케뷔 내부 모습, 정말 가정집같이 생겼다. (출처: 유튜브)


펜션 스케뷔는 40년간 진행된 사회실험으로, 전과자들이 사회로 돌아가는 걸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과자와 일반인이 섞여 살며, 서로를 '수감자'와 '시민'이 아닌 '동등한 이웃'으로 대우하는 실험적 모델이다. 이곳에는 책임감, 개방성, 사회적 교류, 노동 의무, 폭력 금지, 약물 금지라는 6가지 규칙이 있다.


각각의 원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그리고 주목할 점은, 이 규칙은 수형자와 일반인을 나누어 구분하지 않고 모두 '거주자'라고 지칭한다.


1. 책임감: 거주자는 자신의 방 관리부터 시작해 주방 청소, 예산 관리 등 일상의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진다.

이는 수형자가 자신의 삶과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권리이자 의무를 강조하기 위한 규칙으로, 수동적으로 통제받던 감옥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의 선택이 공동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체감하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2. 개방성: 거주자 회의나 일대일 상담에서 자신의 고민, 사회 복귀에 대한 불안 등을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생각과 필요를 솔직하게 소통할 것을 요구하는 원칙으로, 이를 통해 수형자들은 속임수나 은폐가 아닌 '정직한 소통'을 통해 타인과 신뢰 관계를 쌓는 법을 배운다. 이는 출소 후 사회적 고립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3. 사회적 상호작용: 저녁 식사를 함께 준비하고 먹는 과정, 일반 거주자들과의 대화, 공동 행사 참여 등에 참여해야 한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원칙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며 갈등을 해결하고 협력하는 '사회적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다. 특히 일반인과의 교류는 수형자가 사회 규범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도록 돕는다.


4. 노동 및 교육의 의무: 모든 거주자는 낮 시간에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외부의 직장에 다니거나 학교 교육을 받는 것이 원칙으로, 만약 적당한 외부 활동이 없다면 시설 내에서 '하우스맨'으로 지정되어 시설 유지보수, 청소, 조리 보조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는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노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부여한다.


5. 폭력 금지: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심리적 폭력(협박, 괴롭힘, 심한 야유 등)도 금지 대상이며,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즉시 퇴소 조치된다. 이는 모든 거주자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6. 약물 금지 및 금주: 모든 거주자는 정기적인 소변 검사를 받아야 하며, 무작위로 실시되는 불시 검사에도 응해야 한다.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있는 경우 반드시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약물은 재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므로, 철저한 약물 관리로 거주자의 건강과 공동체의 안전을 유지한다.



각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수업 자료


실제로 선생님(이하 니코)도 대학생 때 이 '펜션 스케뷔'에서 몇 년 간 살았었다고 했다. 그는 방값도 저렴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보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이곳에 지원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교육학, 사회복지,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꽤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들은 저렴한 월세로 거주하는 대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전과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모델 역할을 한다.


니코가 들려준 바로는, 펜션 스케뷔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몇 차례의 '식사 검증'을 진행한다고 한다. 새로 들어올 사람이 기존 구성원들과 갈등 없이 어울릴 수 있는지, 공동체의 규칙을 존중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펜션을 방문해 매번 인원수를 달리해서 기존 거주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성격, 태도, 공동체 의식을 평가받고, 공동체 회의를 통해 거주자들이 '이 사람은 우리와 함께 지내기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면 입주할 수 있다.


한편, 수감자들 중 펜션 스케뷔에 입주하기를 원하는 이들은 다음과 같은 신청과정을 거친다. 출소를 앞둔 수감자가 사회 복귀를 준비할 시점이 되면 교도소 내 담당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을 통해 신청서를 작성한다. 대부분 전체 형기의 마지막 단계(3~6개월 전)에 있는 이들이 주 대상이며, 도주 우려가 없고 다른 거주자나 지역사회에 위협을 가할 위험이 낮다고 판단되어야 한다. 또한, 직업 교육을 받거나 직장을 구하는 등, 사회에 복귀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어야 하며, 6대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이 외에도 보호관찰 중이거나, 특별한 사유로 가석방 전 완충 지대가 필요한 사람들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니코는 수업 중에 펜션 스케뷔에서 한 전과자와 같이 식재료 구매를 위해 마트에 갔던 일화를 들려줬는데, 그게 참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는 거구의 남성이었는데(전과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조직폭력배 비슷한 거였던 것 같다), 매우 권위적이고 강한 이미지의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같이 마트에 들어가려는 순간, 마트 문 앞에서 그가 두려워 벌벌 떨며 마트 안으로 들어가기를 망설이고 있었다는거다. '마트 안에 들어가는 순간 사람들이 다 내가 전과자라는걸 알겠지, 사람들은 나를 손가락질할거야'같은 두려움에 휩싸인 것이다. 그 때 니코는 '아무도 당신을 신경쓰거나 비난하지 않을거'라며 그를 거듭 안심시켰고, 그는 마트 안으로 한 발짝을 내딛는 데에 성공했다. 정말로 그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무사히 장을 잘 봤다고 한다. 이후 그는 몇 차례 더 마트를 오가면서 나중에는 혼자 장을 보러 가는 데에도 성공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이런 단계적인 재사회화 지원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 중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직장을 구하거나 생활을 하는 게 어렵기 때문도 있지 않나.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확실하게 주장하기 어려운 사안이긴 하지만, 평소에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점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니코는 수업 말미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벌주기 위해서 처벌을 강력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이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재사회화를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분개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한국인으로서 그 질문을 보며 참 생각이 많아졌다. 엄벌주의냐, 교화주의냐라는 질문은 오랜 시간동안 세계 각국에서 합의되지 않고 계속 다퉈왔던 만큼, 참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나라 전체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 그리고 실용주의적 관점으로 봤을 때에는, 복수를 위한 엄벌주의보다는 필벌주의와 교화주의가 적절히 섞인 모델이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여전히 나는 우리나라에서 특정 범죄들(성범죄, 가정폭력, 음주운전 등)에 대한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형량을 높이는 것보다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적발되어 벌을 받는다'는 것이 당연한 사회(필벌주의)가 되는 것, 그리고 어떻게 하면 동일한 범죄가 반복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사회구조 내에서의 빈틈을 없애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엄벌주의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이 글을 읽어보기를 추천하며, 오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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