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덴마크 건축사무소, 'BIG'

by 파도

지난 화에서는 주민의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덴마크의 도시재생을 주로 다루었다. 이어서 오늘은 어떤 면에서는 COBE와 비슷하고, 어떤 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덴마크의 또 다른 건축사무소 'BIG'을 중심으로 '건축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유럽에서 지내던 몇 달 동안 나는 '셜록현준' 채널의 영상을 꽤 많이 봤다. '건축(또는 공간)'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봤을 때 유럽 사회가 더 잘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아쉽게도 덴마크 건축 이야기는 거의 없었지만) 건축은 확실히,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COBE의 경우 건축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 자체를 더 낫게 함으로써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든다. 한편, BIG은 강렬한 아이디어로 랜드마크를 만들어 사람들의 생각 자체를 바꾸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 고정관념은 '와! 이게 뭐지?'라는 강렬한 경험이 아니고서는 바뀌기 어렵기 때문이다. BIG은 '이 도시가 지금 풀어야 할 문제를 건축으로 재정의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을 기반으로, 담론 자체를 바꾸어버리는 건축을 하는 편이다. 건축을 통해 사람들에게 센세이션을 느끼게 함으로써, 관습과 고정관념을 뒤집어버리는 거다.


BIG의 창립자 비야르케 잉겔스(BIG은 비야그케 엉겔스 그룹의 약자다)는 '쾌락주의적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즐거움과 재미를 우선시하는 철학인데,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사람들이 지속가능성을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코펜힐이다. 코펜힐이라고 검색하면 '스키장'이라고 나오는데, 사실 이곳은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쓰레기 소각장이다.


스크린샷 2026-01-11 213958.png 구글에 '코펜힐'을 검색하면 스키장이라고 나온다


BIG은 쓰레기 소각장을 경사진 인조잔디 지붕으로 덮어 스키 슬로프로 만들었다. 덴마크는 산이 없어서 사람들이 스키를 타려면 다른 나라로 가야 했는데, BIG은 에너지 문제도 풀면서, 시민들에게 편의와 즐거움까지 증대한 것이다. 스키장뿐 아니라 건물 외벽에는 85m 높이의 암벽 클라이밍장도 있고, 슬로프 한 켠에는 등산로도 조성해 하이킹까지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본업에도 충실하다. 코펜힐은 코펜하겐과 인근 지역의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전기를 생산하거나 지역난방수를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외관도 멋져서 랜드마크 역할도 톡톡히 한다. 나도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나에서 나오자마자 눈앞에 코펜힐이 나타났는데, 보면서 '우와 저게 뭐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혐오시설을 레저공간이자 '가고싶은 곳'으로 만들어버린 건축의 힘. 코펜힐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참고하시길.


KakaoTalk_20260111_215251420_01.jpg 크리스티아나에서 본 코펜힐


그 다음 소개하고 싶은 곳은, 이번 건축 여행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게 봤던 곳인 '더 마운틴(또는 마운틴 드웰링스)'이다. 이곳은 '마운틴'이라는 이름답게, 산 모양으로 솟아있다. 아랫집의 옥상이 윗집의 정원이 되는 구조인데, 이 구조가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도 높이면서, 이웃간의 소통이 단절되는 아파트의 단점도 보완한다고 한다. 이곳은 모든 가구가 전부 햇빛을 받을 수 있고, 모두 탁 트인 조망권을 갖고 있다. 계단식 집인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바로, 볕이 들지 않는 안쪽 공간은 계단식으로 주차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주택이 있는 Ørestad는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주차장을 지하화하면 비용이 상승되고, 주차 타워를 지으면 도시 경관을 악화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BIG은 '주차장을 주거의 기반으로 쓰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통해,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 그리고 공동주택의 고질적인 문제인 햇빛 조망권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 글을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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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주차공간도 정말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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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공판으로 에베레스트의 이미지를 그려내어 '산'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먼저 만들어진 'VM하우스'에 대한 글도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곳 역시 '모든 세대가 최대한의 조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으로 독특하게 설계된 공동주택이다. 돌출 발코니를 통해 모두가 자신의 집에서 햇살을 누릴 수 있고, 이웃과 마주하며 담소를 나눌 수도 있다. 게다가 모듈구성을 통해 입주자가 자신이 원하는 집의 구조를 고를 수도 있고, 다양한 크기의 집을 제공해서 1인가구부터 가족 단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이 집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총 230가구가 들어가는 건물인데, 평면구조도가 120가지나 된다고 한다. '같은 틀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삶을 수용할 수 있는가'라는 현대 주거건축의 과제에 해법을 제시하는 건축이라 평가받는다고 한다.




외레스타드 지역은 이 건축물들 외에도 멋진 건축물들이 더 많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AC호텔 벨라 스카이 코펜하겐'인데, 이 건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기울어져보이기도, 똑바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아주 신기한 건물이다. 알아보니 이 부지가 한쪽은 녹지대가, 다른 한쪽 바다와 스웨덴이 보이는 곳이라서 이 공간이 가진 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이런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또한, 덴마크의 거센 바람에도 견디는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 타워의 방향을 비틀어 공기 저항도 최소화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내용 모르고 그냥 가서 보기만 해도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보게 될 거다. 나는 마침 해가 질 무렵에 가서, 정말 아름다운 일몰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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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건축물이 아니더라도, 그냥 이 도시의 건물들이 다 예뻤다.


사실 이전까지는 건축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덴마크 건축여행을 통해 건축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지나가면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이기에 주려는 메시지를 가장 확실하게 줄 수 있고, 그 곳에 직접 거주하거나 공간을 경험하게 되니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매개체가 된다. 시민들의 생각 변화를 일으키고 싶을 때, 건축만한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는 워낙 시간이 부족해서 이런 자세한 정보들은 모르고 갔는데, 이제야 찾아보니 놓치고 온 것들이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다음에 한번 더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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