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스피킹 미드텀 테스트가 있었고 어제는 리스닝, 리딩, 라이팅 미드텀 테스트가 있었다.
총 세시간에 걸쳐서 시험을 보는데 이것도 역시 각 분야 25점 만점, 그러니 어제 본 테스트는 75점이 만점이었다. 시험을 보기전날, 흐음, 뭘 어떻게 공부해야 시험을 잘보나 생각했지만, 뭘 어떻게 공부해야해? 잘 모르겠더라. 교재를 들고 버거킹에 갔지만 뭘 어떻게 해야할지.. 에라이 모르겠다~ 했는데,
내가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 건, 그 날 학급 친구들과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나는 학교 끝나고나면 더이상 공부고 뭐고 없는데, 그러니까 숙제는 빠짐없이 하지만, 딱히 또 공부를 하진 않는거다. 뭘 공부하냐, 어떻게 공부하냐 뭐 이런 생각이랄까. 사실 학창시절에도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공부하는 타입의 학생은 아니었고, 그런데 다들 이렇게 살지않나..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학급 친구들에게 '너 학교 끝나고 집에 가서 공부하니?' 물어보니 한 명이 그렇다고 하는거다. evening 에 공부한대.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듣기 공부를 주로 한다고 했다. 다른 친구에게도 물어보았다. 너 학교 끝나고 집에 가서 공부하니? 그 친구도 마찬가지로 그렇다고 했다. 읭? 나만 안해. 친구는 내게 너는 하냐고 물어서, 난 집에 가면 술 마시는데..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안해, 언니가 불량하지? 그런데 학교 다니는거 기빨려서.. 언니는 와인이나 맥주가 필요하단다? 하여간 그래서 다소 충격을 받고, 이래가지고 내가 시험을 .. 잘 칠 수 있겠냐 싶어졌더랬다. 물론 이 시험은 이 과정을 통과하기 위한 중요한 시험은 아니다. 단순한 테스트였다. 쉽게 말하면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이라고 하면 되겠다. 하여간 그렇게 테스트를 보는 당일이 되었는데,
이미 문제푸는 걸 챗지피티로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된 나는, 다소 불안했더랬다. 다른 학생들이 요령이 있어서 뭔가 더 잘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우려했던것. 혹시 컴퓨터로 본다면 내가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 마킹을 잚못하거나 페이지가 안넘어가면 어쩌나 막 이런 생각도 들고 말이다. 그런데 시험 당일, 모든 학생은 필기도구를 제외한 모든것을 제출해야 했다.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가방에 넣어 그 가방을 앞에 제출해야 했던거다. 오, 투명하다! 그리고 학생과 학생 사이에 책상을 하나 띄워서 컨닝도 방지. 오, 무엇보다 페이퍼를 나눠주는 거다. 컴퓨터로 하는게 아니었어. 하하하하. 종이다, 종이!
제일 처음 문제는 리스닝이었다. 리스닝에는 자신이 있다고 나름 생각했었는데, 하, 두 번 반복해 둘려줘도 도저히 안들리는게 있었다. 도대체 저게 뭐라는거지, 해서 결국 그 문제에 답을 못했는데, 아, 벌써 하나 나가버렸네 했다. 하여간 그렇게 리스닝 다 끝나고 리딩을 풀었고 리딩은 지문만 잘 읽으면 사실 어려운 게 없기 때문에... 라이팅으로 이내 넘어갈 수 있었는데, 라이팅은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과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는 것에 대해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쓰고 그래서 결론으로는 내가 어떤걸 더 좋게 생각하는지를 쓰는 거였다. 미드텀 테스트에 라이팅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나는 아이고 이게 뭐야, 잠깐 당황했지만, 그러나 라이팅 수업 시간에 배웠던 걸 떠올리며, 인트로덕션과 본문은 패러그래프2, 패러그래프 3 으로 하고 결론을 쓰면 된다, 라고 생각해서 써나가려고 했다. 단어는 300~340 이어야 한다고 했다.
라이팅은, 내 경우에 도입 부분이 너무 어렵다. 도입 부분이 언제나 잘 써지지가 않는다. 흠, 도입부가 잘 안돼, 라고 생각하고 본문을 쓰고 결론까지 썼는데 글자수가 모자라서(하나씩 세어봤다) 머리를 짜내 본문을 조금 더 넣었다. 그렇게 에세이를 완성한 후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내가 풀지 못한 리스닝 문제에 답을 하려고 하였지만, 듣기 문제인 이상 내가 그 문제 천 번 들여다본다고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아무거나 쓰자, 하고 제출했다. 그렇게 시험이 끝났다.
결과를 오늘 나누어주었다. 내가 푼 시험지에 선생님이 체크를 해서 돌려주신 것. 선생님은 한명씩 나눠주셨는데, 내 것을 주시면서 나에게 너 점수가 높아, 라고 하셨다. 그렇게 받아든 내 시험지는 이거다.
그렇게 학생들이 다 나누어받고, 도대체 나는 이게 어느 정도인건지 감을 못잡겠어서 내가 그동안 잘한다고 생각했던 L 에게 스코어를 물어보려고 뒤를 돌았는데, 내가 돌자마자 L 이 나에게 스코어가 몇이냐고 물었다. 내가 너의 것을 알고 싶다면 나도 내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강호의 도리. 나는 내 시험지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는 놀라면서 자기껄 보여주는데 50점 대였고, 나는 이에 좀 놀라서 다른 친구에게 너는 몇 점이냐 물었다. 스피킹 테스트에서 이미 나보다 1점 높은 점수를 받았던 친구라서 '잘하는 애'라는 인식이 있었더랬다. 그런데 그 친구는 40점 대였다. L 이 주변애들에게 나를 가리키며 "얘 67점 이야!" 했고 아이들이 다 놀라서 쳐다봤다. 음... 설마, 내가 제일 잘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다 나눠주고나서, '너희들의 라이팅과 리스팅에 대해 나는 기쁘다, 그런데 너희들의 읽기에 대해서는 좀 아쉽다, 계속 공부를 해야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 읽기 점수를 보니 ㅋㅋㅋㅋㅋㅋㅋ내 리딩은 만점인 것이야. 하나도 안틀렸어.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종합하자면 리스닝 22/25 리딩 25/25 스피킹 19/25 라이팅 20/25 였다.
선생님은 나의 라이팅에 메모를 덧붙이셨는데, 인트로덕션에 주의를 요한다는 거였다. 전체적으로 좋았고 (content 는 9/10 이었다) 굿 포인트였지만, 도입부는 좀 더 살펴야 한다고 하셨다. 안그래도 난 도입부가 어려워, 했는데 역시 글에서도 그게 보이는가 보았다. 제출해야 할, 점수에 들어가는 라이팅이 있는데 그것은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시험에 대한 풀이를 해주시는데, 흐음, 리딩.. 이 다 별로라고 하셨는데, 그런데 내가 리딩이 만점이라면, 흐음, 나 1등.. 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주변 애들이 40~50인걸 봤단 말이지? 그래서 궁금해져서 수업 끝나고 선생님께 여쭸다. 나 좀 궁금해서 그런데 이거 높은 점수야? 물었고 선생님은 그렇다고 하셨다. 내가 몇등정도 돼? 라고 하니 선생님은 내가 the highest 라고 하셨다. 내가 제일 높은 점수라고? 다시 되물으니 그렇다고 하셨다. 그렇게 결국 1등해버린 나...
나는 옆자리의 친구에게 리딩에서 틀린 부분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이거봐, 여기 보면 다음날 집에 도착했다고 했잖아, 했더니 그가 아! 하면서 사흘 예정이었는데 다음날 돌아온 거니까 나흘이구나, 해서 응 맞아. 했다. 이거봐, 여기 보면 절벽 밑에 물마시러 갔더니 길을 찾았다고 햇잖아, 그러니까 답은 이거지, 하고.
얘들아, 책을 읽자. 누나는 한글을 깨친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책을 읽었어.....
제일 높은 점수를 받아서 좋았고 그래서 가족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자랑하긴 했는데, 좀 찜찜한 감이 있다. 그건 뭐냐면, 내가 공부해서 내 실력이 향상된 걸 보였다기 보다, 그냥 .. 뭐랄까, 너무 무방비상태의 기본을 테스트했달까. 일례로 옆자리 학생은 나에게 자기 노트북 보여주면서 '어제 라이팅 집에서 이 주제로 써봤거든' 하면서 자기 노트북을 보여준거다. 자기는 수업중에 이거 중요하다고 해서 이거 라이팅 나올것 같아 집에서 써봤다는 거다. 그런데 시험 문제는 다른게 나왔던거다. 나는 이 때 충격받았다. 집에서 라이팅을 써 볼 생각을 하다니! 300자 이상을 쓰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시험 전날 그걸 미리 연습하다니. 하- 내가 너무 날로 먹으려는게 아닌가 싶은거다.
나는 이곳에 공부를 하러 왔다.
내 실력을 향상시키러 왔다. 나는 배우러 왔고, 돌아갈 때는 더 높은 실력을 가진 내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는건 내가 가진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하는 과정에 있는것 같은거다. 나는 확인하러 온게 아니라 공부하러 온건데, 배우러 온건데, 내가 배우거나 공부하는 걸 너무 등한시하는 느낌이랄까. 다른 학생들은 집에 가서 심지어 라이팅도 써보는데, 나는... 뭐지?
내가 다음에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기본실력으로 봐야하는게 아니라 공부를 해서 봐야한다. 결국 공부를 해야 그것이 내 실력이 되는 것인데, 너무 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한편, '그런데 리스닝은 어떻게 실력을 높이지?' 하는 걱정도 들었다. 듣는거 괜찮은거 같은데 문제를 푸니까 하나씩 틀려버리네. 집에 가면 텔레비젼 틀어놓고 있을까 싶지만, 그거 해봤더니 시끄러... 까페에서 사람들이 웅성이는 소리는 집중에 도움이 되는데, 텔레비젼 소리는 왜 싫지? 제기랄.. 아무튼,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