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의 물가가 비싸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이곳으로 어학연수를 결정했을 때 유학원에서도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생활비를 확 줄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아아, (유학원)과장님, 저는 술을 정말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술이.. 많이 비싼가요? 과장님은 소주는 한 병에 2만원 정도 할거고 맥주도 한 캔에 팔천원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라고 했는데, 한국에서 500밀리 네 캔에 만원주고 샀던 나는 그 금액에 놀라긴 햇지만, 내 눈앞에 숫자로 닥치니까 이게 상황이 달라지는거다.
회사를 그만두고 돈벌이가 없는데, 당장 나는 퇴직금으로 이곳에서 살아야하는데, 이 비싼 술값을 어찌 감당하나. 아직 집을 구하기 전 호텔에서는 맥주가 먹고 싶어서 편의점에 가서 두 캔 사면 할인해주는 맥주를 사먹었더랬다. 이게 돈이 얼마야, 하면서 쫄아서 조금씩만 마셨는데, 밥 먹으러 가서 먹는 술은 더 비쌌다. 소주야 뭐 어딜 가나 수입술이니 2만원 정도 하지만, 맥주도 이렇게 비쌀일인가. 내가 맥주를 별로 안좋아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맥주가 저렴한데, 그래도 너무 비싸.
그래서인지 싱가폴 곳곳에서 해피 아워가 있고, 그 시간대에는 맥주를 좀 저렴하게 판다.
처음 해피아워 라며 맥주 저렴하게 팔았던 맥줏집은 그래봤자 한 잔에 만원이었다. 신이시여..
그런데 클락키는 달랐다. 강 옆에 쭉 늘어서있는 식당들은 저마다 경쟁하듯이 맥주를 해피아워라며 팔고 있었다. 해피 아워가 몇시부터 몇시까지냐 물어보면 그냥 자기네는 다 해피아워란다. 오, 좋았어 해피아워에 맥주를 마시는거야!
물론 해피아워에 맥줏값이 저렴해진다고 해봤자 한잔에 5천원 정도 꼴이다. 그것도 500밀리도 안되는 양이. 그래도 그게 어디야. 이 가격에. 음. 물론 해피아워에 해당하는 맥주를 마셔보니, 좀 싱거운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이겠죠? 대학로에서 술마실 때 너무나 저렴했지만 맥주에 물탄다고 했던, 그 생각이 나버렸어.
하여간 해피 아워 신나가지고, 호주인 친구랑도 클락키에 가서 맥주 마시고 나 혼자서도 클락키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클락키는 낮에 가나 밤에 가나 정말 분위기가 끝내줘서 갈 맛이 나는 곳이다. 여태까지 내가 싱가폴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소가 클락키이다. 호주 친구에게 혼자 클락키에서 맥주를 마시며 사진을 보내줬을 때, 클락키는 아름답고 좋은 기억이 잇는 곳이지, 라고 말해주었다. 좋은 기억, 그거 나 말하는 거다. 그렇게 나는 해피 아워에 맥주를 마신다.
해피 아워는 클락키에서만 있는게 아니다. 차이낱타운에도 있다!
그래도 해피 아워가 있어서 덕분에 조금 해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