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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어학연수] No stress!

by 다락방

지금 내가 학교에서 듣는 영어수업은 총 5레벨까지 구성되어 있으며 나는 그중 3레벨을 듣고 있다. 각 레벨은 모두 2개월 과정이고, 2개월 후에 통과되면 그 다음 레벨로 진급하는 거다.

다음 과정으로 패쓰하기 위해서는 라이팅 두 번에 대한 점수가 있고 또 시험(exam) 점수가 있고 또 vlog 점수가 있다. 이 vlog 는 3~4분 영상을 촬영하는거라고 해서 흐음, 얼굴 공개는 싫지만 뭐 별 수 없지, 했단 말이야? 비디오 촬영하면 되지,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하, 세상일은 아니, 학교 점수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은거에요. 이게 단순히 영상이 아니라 일단


1. 주제가 있고 (이건 정해준다, 우리는 이번에 코스메틱 리뷰다)

2, 다른 사람 인터뷰를 꼭 포함해야 하며

3. 음악이 들어가야 하고(말소리를 방해하지 않게)

4. 자막이 들어가야 하고

5. 해당 제품을 살 수 있는 사이트 세군데를 화면에서 보여줘야 한다.


그래, 주제가 있는거 좋다 이거야, 내가 관심 있는 분야 아니지만 알겠어, 인터뷰도 뭐 어찌해보면 되겠지, 음악.. 그거 그냥 음악 틀어두고 하면 되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는데 자막과 다른 캡쳐화면 영상 중간 포함에서 멘탈이 나가버렸다. 이건 영상 편집이잖아? 단순히 비디오 촬영으로 퉁치려고 했는데, 아니 퉁친다기보다 그건줄 알았지, 그런데 이건.. 영상 편집을 해야 하는데?


마이


내가 한국에서 유튜브를 왜 안했는데, 얼굴 알려지는거 싫어서가 가장 큰 이유지만 영상 편집하기 싫어서였는데! 그거 배워야 되잖아!! 와...


스트레스 스트레스

아 이거 어떡하지. 그냥 영상이 아니다. 얼굴에 철판 깔고 눈 딱 감고 영상 촬영할랬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네 지금. 자막 어떻게 넣어? 하 쉬바.. 그리고 캡쳐는 또 어떻게 넣어? 그래서 막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맥북으로 동영상 촬영하면서 아이패드로 사이트 찾아두고 맥북 화면에 아이패드 보여주고.. 하 쉬바 ㅠㅠ 미치겠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스트레스가 미친듯이 몰려왔다.

내가 내 인생에 영상편집이 있을 줄 몰랐어요.. 나 영어 배우러 왔어요 ㅠㅠ 영상편집 하러 온거 아니야.


그러나 내가 징징댄다고 영상이 올려지나.

그러나 내가 징징댄다고 영상과제가 사라지나.

어떡해, 해야지. 그러면 배워야지.


나는 옆자리 뚜안(베트남, 남성, 24) 에게 물었다.


"영상 아이폰 카메라로 촬영하는거지?"

"(아이폰 화면 보여주며) 응, 여기 비디오로 촬영하는거야."

"자막은 어떻게 넣어?"

"그건 이걸로 해." 하면서 뚜안이 자기 맥북에서 사이트를 하나 들어가고 알려준다.


"ㅠㅠ 나 이런거 할 줄 몰라."

"쉬워, 쉬워, 이거 다른 편집 프로그램들보다 훨씬 쉬워."

"ㅠㅠ 너무 어려워 ㅠㅠ"

"자, 다운로드 받아."


그렇게 다운로드 받아 열었다.

다운로드 받은 화면 뚜안에게 보여주었다.


"자 이제 네가 편집할 영상 가져와봐"


이래서 나는 아무거나 최근에 찍은 동영상을 가져왔다.


"글씨 넣고 싶으면 이거 눌러봐, 그리고 여기다가 hello 써봐. 여기 이렇게 가져와봐."

"오, 이렇게 하면 되네. 사진은 어떻게 넣어?"

"사진을 가져와보자."

"응 여기있어."

"자 그걸 여기에 넣어."


오 조금 알겠지만 난 이거 너무 어려워. 했더니 아니야 이지 이지 뚜안이 말했다. 하..


"내가 일단 집에 가서 혼자 연습해보다가 모르는거 있으면 내일 물어볼게."

"응, 내일 물어봐."


이래가지고 ㅠㅠ 내가 지금 최대위기.. 내가 지금은 버거킹에 왔다. 스크립트 써야 돼가지고. 그러니까 영상 찍기 전에 일단 스크립트를 써야하고, 그것도 일단 검사받아서 오케이 받은 다음에 그걸로 영상 찍는거다. 라이팅 할 때도 '이 주제에 쓰시오'가 아니었다. 나는 단순히 주제 주면 쓰면 되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소갯말, 본문, 결말로 단락이 나눠져야 하고 I, We, Me, US 는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접속사는 같은걸 반복해서도 안되고. 글자수는 320-340을 맞출것.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 쉬부랄... 나 진짜 영상 편집 때문에 데지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학생활 최대위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곳에 처음 와서 부동산 중개인 만나 계약에 관련된 얘기를 들을 때, 시간이 흐를수록 알아듣기가 너무 어렵고 뭘 가입하라는건지, 내가 할 수 있을지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자, 중개인이 '노 스트레스 노 스트레스!' 라고 내게 말했었다.


앤드류를 만나기로 했던 날, 우리 동네에 열두시반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내가 지금 장보고 집에 들어가는 길인데 최대한 빨리 준비할게, 했더니 앤드류도 내게 '노 스트레스 노 스트레스 '라며 자기는 주변 돌아다니는 걸(wander) 좋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


리딩과 라이팅 쌤은 숙제를 내주지만 그것이 여러분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안되니 기간은 없다, 아무때나 해라, 라고 했더랬다.



내가 시험 보는 것보다 이 영상 편집이 더 스트레스네 ㅠㅠ

여동생한테 말했더니 '언니, 금방 배울 수 있어. 배워봐, 4차 산업시대야' 했다. 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 스트레스 스트레스


안녕하세요? 중년에 어학연수 왔는데 영상편집 까지 배우는 다락방 입니다 ㅠㅠ


다락방아, 노스트레스 노스트레스 배우자, 어쩌겠니.

그런데 오늘은 일단 스크립트를 쓰자.


나는 이 제품을 리뷰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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