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버거킹에 가서 공부를 좀 했다. 공부라고 해야하나. 여하튼 숙제도 하고 라이팅 연습도 좀 했다. 선생님이 단톡방에서 토픽을 몇 개 주시고 이걸로 라이팅 연습해봐라, 니네가 연습해서 글 쓰면 내가 봐줄게, 했더랬다. 난 그걸 보자마자 이걸 뭐하러 해, 시험에 정작 다른 글쓰기 나올텐데 이걸 한다고 도움이 되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어제 급 생각이 바뀌어서 한 번 해보자 했다. 특히 어떤 토픽은 내가 쓸 말이 너무 없어서 도저히 써질 것 같지가 않은거다. 그 주제는 <새 노트북 사는 것과 헌(중고) 노트북 사는 것>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는 거였다. 수업시간에 이 주제에 대해서 토론하긴 했는데, 그래서 비슷한 점 다른 점 찾아내긴 했지만, 이걸로 글을 쓰려니 막막해져서, 야 이거 시험에 나오면 나 못쓰겠는데? 싶어서 이걸 한 번 써보기로 했다. 아니나다를까, 아무리 아무리 쥐어 짜내도 300자 이상이 힘들었다. 내가 봐도 너무나 빈약한 글이었다. 간신히 300자를 조금 넘겨서 완성하고, 써놓고 나서도 '아 이건 아니다' 싶으면서도 선생님께 보냈다. 저녁이었는데 선생님은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봐주겠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그렇게 신나하시는 걸 보니 그렇게 토픽을 줬는데 써서 보낸 사람은 나밖에 없었던게 아닌가 싶다. 현재까지는. 아무튼 그래서 보내놓고 나서도 이건 영 아니다 싶었고,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하나 더 써보기로 했다. 토픽을 보다가 내가 재미있어 하는 주제가 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것과 그룹으로 여행하는 것>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 나는 뭘 더 좋아하는가 하는 거였다. 내가 자주 이것에 대해 얘기했잖아? 이건 내 생각만큼 길게 써진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쓰는 동안 재미있었다. 쓰면서 막힐 때마다 챗지피티한테 이 문장 맞아? 이건 어떻게 쓰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다 써내고나서 선생님께 또 보냈다. 또 보내려고 보니 처음 보낸 글에 대한 평이 와있었다. 좋긴 하지만 좀 더 안전하게 패러그라프에 문장 하나씩 더 추가하는게 좋겠다, 는 거였다. 나 역시 글이 너무 짧고 빈약해 영 찜찜했던 터라 수긍이 갔다. 그럼 그렇지, 했달까. 그리고 이 여행에 대한 글은 오늘 아침에 선생님의 답장이 왔다. 어떤 문장들을 고쳐주었지만, It's a good essasy! 라고 해주셧다. 확실히 내가 재미있어 하는 주제가 쓰기에도 재미있다. 그러니까 알라딘에 글 쓰는 건 재미있는데 에세이 숙제는 재미가 없어.. 새 노트북과 헌 노트북 사는것에 대한 글이 무슨일이야.. 최근에 라이팅 숙제 주제는 전기차와 일반차의 비교에 관한 거였다. 차.. 나 관심 없는데 쓰느라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두 편을 써놓고 나서 흐음, 오늘 뭔가 많이 한 것 같군, 하고 가려다가, 온김에 좀 더 해보자 싶어서 오늘 있을 스피킹 테스트 연습도 좀 하자 싶었다. 지난번에는 주제를 정해주었지만 이번에는 이것도, 이것도, 이것도 하면서 몇 개 주셨고 그중에 뭐가 나올지는 선생님 앞에 가야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총 세 개정도를 연습하는데 두 개는 딱히 흥미있는 주제가 아니었고, 하나는 내가 참 흥미있어 하는 주제였다. 내가 본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거였다. 왜 그 영화를 보게 됐는지, 누구랑 봤는지, 스토리는 어떤지, 그 영화는 왜 좋았는지 얘기하는 거였다. 너무 좋지 않나요?
내 스타일이다! 나는 노팅힐을 골랐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로맨틱 영화라고 시작해서 줄거리를 얘기하고 그런데 단순히 그것만 좋은게 아니라 풍경도 아름답고 샤갈 그림도 인상적이고 주인공 친구도 좋고 영화음악도 좋다! 고 얘기했다. 일단 스크립트 써보고 음 이렇게 하면 되겠군, 하고 연습하고, 오늘 아침 학교 가면서도 다시 한번씩 되새겨보았다. 이거 나왔으면 좋겠다, 나는 이거 말하고 싶어. 하고.
그리고 오늘 스피킹 테스트 드디어 내 차례. 오늘은 일단 여섯명이 보는데 내가 그중 마지막이었다. 주제는 영화였고, 나는 신나서 얘기했다. 아니 ㅋㅋ 막힘없이 말이 막 나오는거에요. 왜냐하면 정말 좋았거든. 그리고나서 선생님은 다른 것에 대해 질문하셨다. work 에 대해서 질문하셨는데 내가 walk 로 알아들어서 잠깐 막히긴 했지만, 운동이 중요하냐고 생각하냐, 우리가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생각하냐, 영어 공부에서 뭐가 어렵냐 등등. 하여간 다 하고 들어가는데 선생님이 조용히 점수를 보여주셨다. 21/25 점이었다. 지난번에 19점이었던 것에 비하면 올랐다. 만세! 그리고 선생님은 너 되게 높은 점수야, 하면서 오늘 테스트 한 다른 학생들의 점수를 죄다 보여주셨다. 이 점수는 나 한 명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또 점수 제일 높아버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님 천재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면 어제 공부를 해서 좋은 점수가 나온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공부라는게 그렇다. 내가 라이팅 연습을 하기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사실 그거 한다고 그 문제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의미가 있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데 그게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 라이팅 두 편에 대해 써보면서 두번째 글이 첫번째 보다 나을 수 있었던 것은 좋아하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한 번 써봤기 때문에도 가능했다. 아, 아까 그 때 이 문장을 추가할 걸, 하는 것들이 뒤늦게 보였달까.
스피킹도 마침 그게 나와서 더 잘할 수 있긴 했지만, 그런데 마침 그게 나왔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내가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가 오늘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어제 좀 더 잘하고자 시간과 에너지를 썼기 때문이다. 역시 미리미리 준비하는 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야하는데.
문제는, 시험 점수를 잘 받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내가 여기 와서 공부를 하고 있는 건 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잘 받으면 좋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건, 지금보다 영어를 더 잘하기 위함이다. 더 자유롭게 말하고 더 자유롭게 쓰고 더 자유롭게 읽을 수 있기를 원한다. 이거 시험에 나올 것 같아 미리 해보겠어, 하는게 결국 영어를 더 잘하는 길로 이어지기는 하는걸까, 하는 물음이 수시로 찾아든다. 점수 잘 받는거랑 상관없지 않나, 싶다가도, 그런데 이렇게라도 쓰든 읽든 말하든 해보면, 어쨌든 뭔가 하기는 하는 거니까, 안하는 것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여기서 어학연수 과정을 마치고나면, 그래봤자 6개월인데, 정말 내 영어실력이 완전히 달라져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의심하게 된다. 그러다가도 '그렇지만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이것도 안했을텐데' 싶어서 다시 마음을 다독인다. 어쨌든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싫어도 숙제를 하고, 싫어도 라이팅을 하고, 싫어도 리스닝을 하고, 싫어도 리딩을 하고 있다. 만약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연습하지도 공부하지도 않았겠지. 굳이 학교에 와야했을까? 라고 묻다가도, 학교에 왔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영어랑 가까워지고 있다, 고 생각한다.
음, 굳이 내게 누가 묻진 않겠지만, 사실 힘든 지점들도 많지만, 그런데 이렇게 어른이 되어 공부하는 거 좀 좋은것 같다. 사실, 수업 시간에 애들이 모르는 것 내가 막 얘기하기도 하고(심지어 선생님도 몰라서 구글하신다) 어휘력에 있어서도 앞서는데 ㅋㅋㅋ 무엇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술 마시면서 공부할 수 있어서 너무 개꿀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른이 되어 공부하기 좀 추천한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 20년 이상 일한건 안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