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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어학연수] IT staff

by 다락방

학교에 등교하고 수업 시작하기 전, 모든 학생들은 교실 앞에 마련된 큐알코드를 스캔해 등교하였음을 등록하여야 한다. 수업 시작 15분 전부터 스캔이 가능한데 나는 보통 그보다 더 일찍 오는 편이라 일단 자리에 앉아 책이며 노트, 맥북과 필기도구를 꺼내놓고 숙제를 한다든지 알라딘이나 브런치에 글을 쓴다든지 하다가 가서 스캔하고 온다. 물론 스캔하는 걸 까먹어서 수업 바로 직전에 선생님이, 유경, 스캔하고 와, 한 적도 있다. 뚜안과 로이드가 '너 스캔했어?' 확인해준 적도 있다.


자리에 앉아 일단 꺼내둔 맥북이나 안드로이드폰에 와이파이 연결을 한다. 학교 학생임을 인증해야 와이파이 연결이 되는데, 나는 개강부터 지금까지 맥북과 안드로이드폰은 이게 잘 돼서 사용햇지만, 이상하게 아이폰이 안되는거다. 흠, 내가 로밍해오긴 했으니까 뭐 사실 크게 문제는 없지, 그런데 왜 안될까, 하고 말았는데, 이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났다. 레스토랑을 가도 와이파이가 잡혔다고 되어있으면서 그러나 인터넷이 전혀 되지 않는거다. 흐음, 데이터 어차피 이용 가능하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이것도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이게 얼마전부터는 큰 문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데이터를 다 써버린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다 써버리면 그 다음에도 데이터를 사용 가능하지만 아주 느려진다. 그래서 너무 답답한거다. 나는 이걸 다 썼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와이파이는 연결 안돼, 그런데 데이터 느려, 껐다 켜봐도 안돼, 대체 왜이런거야, 하고 안되겠다 싶어 며칠 버텨보다가 sk텔레콤에 전화해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 그런데 내가 데이터를 다 써서 그렇다는거다. 오 마이 갓. 그런거였어?


그래서 다음 데이터 복구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사용하는데, 그렇게 사용한지 일주일 된 지금, 내가 주어진 데이터의 절반을 벌써 사용했다는 문자메세지를 받았다. 아 미치겠네. 이거 이대로라면 나 또 금세 다 쓸텐데, 지금보다 더 용량높은 데이터를 선택해야 하나, 그래서 돈을 더 내야 하나, 아 스트레스... 하면서 안드로이드 폰 어차피 인터넷 되니까 그걸로 테더링 해서 사용했다.


그런데 안드로이드폰 용량도 다 쓰면 어떡하지? 나는 안되겠다 싶어 어제 sk텔레콤에 다시 전화해 와이파이가 안잡히는 문제를 얘기했다. sk 텔레콤은 그건 로밍 문제가 아니라 폰 문제니까 폰 쪽으로 연결해야 한다는거다. 그래서 나는 어제 집에오자마자 애플에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했다. 애플은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보더니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는다며, 다만 소프트웨어 버전이 너무 낮으니 일단 그걸 업데이트 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어젯밤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했다.


학교에 도착해 다시 와이파이를 잡으면서 이젠 되겠지, 했는데 역시나 또 안되는거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뻔히 와이파이 사용할 수 있는 지역에서 사용하지 못해 데이터를 낭비하다니, 이러지 말자, 물론 안되면 할 수 없고, 하는 마음으로 학교 매니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내가 지금 학교 들어와서 한달간 사실 아이폰에 와이파이 접속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내게 알려줄 수 있니?>


답이 금세 왔다.

첫번째 답은,

<내가 바로 알아보고 연락줄테니까 내 이메일 기다리고 있어!> 였고, 두번째 답은 그 뒤로 20분 후쯤에 왔다.


<지금 당장 5층(내 교실이 5층이었다) 리셉션에 가서 IT 스태프를 만나. 나가기 전에 선생님에게 이 일에 대해 꼭 얘기하고!>


그래서 나는 메일을 선생님에게 보여주고 선생님이 오케이 오케이 캔 캔 해가지고 폰을 들고 나가 리셉션으로 갔다. 리셉션 직원은 내 이름과 학생번호를 물었고 그걸 답하니 저쪽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기다리고 있노라니 직원이 내가 기다리는 테이블로 와 앉았다. 노트북과 케이블선 등을 가져왔다.


"내가 지금 와이파이 접속 시도해볼까?"

"응 어디 해봐."


하고 했는데 같은 문제가 발생하였고, 바로 그 전에 내가 승인 번호(학생임을 증명하는 번호) 입력하는데 그 직원이 그걸 보고 있다가,


"오, 알았어 알았어."


하는거다. 응?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반복되었는데 직원은,


'뭔지 알았어, 처음부터 다시 해봐, 그런데 아까 그 승인 해주기 바로 직전에 멈춰" 라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멈추고 줬더니, 거기서 요케요케 눌러가지고 그 승인번호 대신 전화번호로 otp 받는걸 설정해서 다시 넣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와이파이가 놀랍게도 손쉽게 연 to the 결!


"자, 이제 됐지?"

"와! 어! 그런데 이거 왜그런거야?"

"가끔 아이폰의 경우 뭐가 어쩌고 저쩌고 되어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해줘야 돼"

라고 하는데 뭔말인지 모르겟고, 하여간 앞으로 잘 될거라는거다. 와, 속이 다 시원하네. 진작 물어볼 걸, 한달동안 이게 뭐여.. 그런데 한달간 이것이 문제로 닥쳐올 줄은 내가 몰랐지! 하여간 그래서 해결해 가지고 땡큐땡큐 해서 교실로 들어갔다.


음, 한국에서도 이렇게 학교에 아이티 전문가가 학생 만나서 와이파이 문제 해결해주고 그러나? 내가 대학 다닐 때는 와이파이 사용할 때가 아니라서(언젯적 사람인가요), 이 풍경이 참 낯설고 신기했다. 학교에 나를 담당하는 매니저가 있고, 게다가 아이티 스태프가 있어서 내 와이파이 문제도 해결을 해줘... 이게 내가 유학생이라 그런건지, 그러니까 이 학교에서 외국 학생을 대하는 방법인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지금 다니는 학교는 대학교이고 내가 영어만 배우는거지 다른 아이들은 대학 수업을 듣기도 하기 때문에, 이 학교 자체의 시스템인 것 같기는 하다. 학생의 와이파이 문제도 해결해주다니, 좀 좋잖아?


그런 한편 이 과정 내내 초조했다.

하.. 나 없는 동안 졸라 중요한 거 배우면 어떡하지.. 내가 지금 놓치는 수업 어쩔.. 아 미치겠네... 막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말하기 선생님 보다 이 쓰기 선생님이 더 전문적으로 느껴지고 단어에 대한 설명도 잘해줘서 수업 놓치기 싫은데, 아 이걸 왜 지금 한다고 했을까 쉬는 시간에 한다고 할걸, 막 이런 생각을 한거다. 아니 나는 지금 잠깐 놓치는 것도 초조해 미치겠는데, 어떻게 다른 학생들은 엄청난 지각을 하거나, 나가서 한참 후에 들어오거나, 엎드려 잘 수가 있을까? 안 초조해? 난 놓칠까봐 너무 초조해!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나의 고등학교 시절 대학교 시절도 그랬다.

고등학교때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기도 했고, 대학교때는 가방 갖다놓고 채팅하러 나갔다 오거나 만화방 다녀오거나 했다. 그러기만 하면 다행이지, 나는 아예 학교를 안가서 학사경고도 받았는걸.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지금 학생들이 하는 행동 모두, 사실 나도 학생이었을 때 다 했던거다. 다만 지금은 내가 나이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 내가 이걸 원해서 여기 왔다는 것,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내 돈 내고 왔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졸 수도 없고 수업을 놓칠 수도 없어. 게다가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도 그래서 공부를 못한거긴 한데, 지금도 마찬가지, 수업시간에 듣는 걸로 공부를 모두 마치는 타입이다. 나에겐 굳건한 믿음이 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면 어느정도는 점수가 나온다는. 수업 시간에 잘 들으면 사실 따로 공부를 할 필요가 크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수업.. 을 놓치면 안됏! 내 모든 실력은 수업시간의 집중으로부터 온다!!


하여간 그래서 교실로 다시 들어갔고, 쉬는 시간이 되자 선생님이 너 문제 잘 해결되었냐 물었다. 사실 아까 대충 말하고 간거라 나는 폰 들고 나가서 내가 보낸 메일부터 보내주면서 한달간 와이파이를 못썻어, 했더니 오! 하는거다. 그런데 아이티 스태프가 금세 해결해줬어. 했더니 선생님이 잘됐다면서 "그러면 진작 이메일 보내볼걸 그랬잖아!" 해서 내가 "나도 후회해" 하면서 둘이 웃었다.


싱가폴에 오고나서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그리고 그걸 해결하면서 살고 있다. 이걸 해야 한다고? 하는게 생겨서 한숨 푹 쉰 다음에, 자, 이건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챗지피티한테 물어보고 유학원에도 물어보고 오늘처럼 학교에 이메일 보내고, 지난주였나, 은행 계좌를 개설해야 해서 은행에 가서는 은행 직원이 내 옆에 계속 같이 있어주며 계좌를 개설해주었다. 하나 해결하면 또다른 하나가 하나 해결하면 또다른 하나가.


지금은 처음으로 수도요금,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서, 이거 어떻게 내야 되냐고 챗지피티한테 물어보고, 앱 설치하고 카드 등록하고 지불도 완료했다. 이제 할건 다 한 거 아닌가, 했는데 이렇게 또 고지서 나와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했네.


아, 그러고보니 집 변기 청소도 했다.

이상하게 변기에 녹물자국 같은게 있어서 너무 더러운거다. 이거 대체 왜 그러는걸까? 나 혼자 사용하는데? 처음 이사올 때도 그랬나? 너무 꼴보기 싫네.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사진 찍어서 이 변기 대체 왜 이렇게 지저분한거냐고 챗지피티한테 물어봤더니 싱가폴 물에 석회질이 많아서 자주 저렇게 된다는거다. 헐.. 석회질이 이렇게 만들어? 그러면 이걸 세척하려면 어떻게 해야해? 하니까 세제를 추천해줘서 그걸 사두고 청소를 했더니 깨끗해졌다. 휴 다행이다 했는데 지금 또 녹물낀것 처럼 됐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세제가 많이 남아있으니 또 청소하면 되지 뭐.


혼자 산다는건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여기저기 물어가며 도움 받고는 있지만, 사소하게는 내가 먹은 밥그릇 내가 설거지하고 내가 입었던 옷 내가 빨고부터 시작해서 와이파이, 화장실 문제까지, 사는 일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게다가 이제 영상 편집도 해야 해. 대환장이다.


아, 지금 버거킹인데 와이파이 연결 잘됐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안한게 문제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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