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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어학연수] vlog

by 다락방

지난번에 언급한 것처럼, 과제 중에 vlog 가 있다. 쉽게 말해 영상 찍어 올리는 거다. 3~4분짜리 영상인데, 이 안에 캡쳐된 화면도 들어가야 하고 자막도 들어가야 하고 인터뷰도 들어가야해서, 단순히 영상 촬영이 다가 아니라 편집이 필요하다. 때문에 학교 친구로부터 어떤 앱을 다운받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들었다. 그렇지만 영상 편집에 대해선 한 번도 내가 하게될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이게 영 스트레스 였다. 일요일에 날 잡고 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자꾸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하는수없이 토요일 아침부터 부지런히 촬영해서 편집까지 마쳤다.


그런데 이게 영 마음에 안드는거다. 편집이 서투르니 그거야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스크립트를 보고 촬영을 하다보니 내 눈동자가 화면을 향하지 않고 계속 옆으로 향하는거다. 아니 그러면 그걸 어떻게 다 외워, 다른 학생들도 다 그렇게 하겠지, 못해 못해, 이게 내 한계야, 하고 이걸로 제출하자 생각했는데, 토요일 내내 자꾸 신경이 쓰이고 토요일 밤에 잠들기 전에,


'흐음 얼굴 안나와도 되는 부분은 스크립트 보고 해도 나오는 부분은.. 외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 번 그 생각을 하고나니 '외우자'로 결정이 나버렸고, 그렇게 결심하고나니 일요일인 오늘 아침, 일찍 눈을 떠버렸.. 나는 일어나자마자 대사를 외웠다. 찍고 엔지내고 찍고 엔지내고 하면서, 드디어 다 외워서 찍어버렸네. 길진 않지만, 아 외워서 이걸 찍다니 흑흑 ㅠㅠ

어쨌든 외워봤으니 뭔가 뼈가 되고 살이 되고 피가 되고.. 뭐 그렇겠지. 외우지 못한 것보다 외우는게 내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겠지, 뭐.


그리고 다시 편집했다. 확실히 처음보다 나았다. 아직 편집이 엉성하고 서툴러서 음악도 못 넣었지만, 그리고 마지막에 'skin' 이 스킵으로 발음되긴 햇지만, 더이상 수정의 의지가 없다. 아직 인터뷰 장면 삽입을 못했는데, 그건 내일 학교 가서 친구한테 부탁할거다.


이렇게 해놓고나니 너무 웃겼다.

아 내 삶이 정말 어디로 흘러가는가. 내가 다른 나라에 와서 완전히 다른 언어들이 가득한 곳에서 이제 완전히 생각하지도 못한 영상 편집까지 하다니. 물론 대단하지 않고 엉성한 영상이지만, 이건 내가 한 번도 내 인생에서 상상한 적 없던 작업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늘 영상 다 찍고 나니, 흐음, 이왕 영상 편집 해본김에 책 언박싱 한 번 찍어볼까? 하고 충동적으로 영상도 찍어서 편집해 유튭에 올렸다. 아직 썸네일 작업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고 주변 소음 없애는 방법도 모르겠고, 그래서 역대급으로 엉성한, 서투른 영상이지만, 그래도 등록해보았다. 나는 동영상으로 등록하고 싶은데 쇼츠로만 등록되어서 챗지피티한테 물어보니 화면 비율 때문에 그렇단다. 첫부분 영상을 핸드폰으로 찍어서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다시 찍을 의지는 없으므로.. 여러분이 여태 본 적 없던 세상에서 가장 서투른 영상을 이렇게 공유한다.


아아, 나의 미래여, 너는 나를 어떻게 맞이하려고 이러는 것인가!


https://youtube.com/shorts/5bBI72QPOFM?si=Y5RqUIppIRTP1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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