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pyt Jun 08. 2024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일이 있다면, 후- 하고 불어버려

영화 <괴물>을 보고

두 번째로 괴물을 본 밤이었다. 첫 관람 때는 이야기의 사실 관계와 스토리에 빠져들었었다면, 두 번째 관람 때는 세세한 대사 속에서 그 의미들을 곱씹으며 보게 되었다. 좋은 영화는 여러 번 볼 때마다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Q. 아이들은 죽었을까?

미나토는 아버지 사진을 앞에 두고, 엄마와 함께 “새로 태어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자신은 새로 태어나면 무엇이 될까,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그런 미나토에게 “넌 살아있잖아.”라고 대답한다. 새로 태어남의 첫번째 조건은 죽음이다. 두번째 조건으로서, 요리는 죽은 생물체가 묻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미나토와 함께 죽은 고양이를 얼굴까지 묻는다.

태풍이 몰아치는날, 미나토는 기다렸다는 듯 요리와 함께 ‘준비’를 한다. 아버지에게 고통받는 요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더이상 평범할 수 없는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서, 얼굴까지 묻히기 위해서 산으로 향한다. 결국 산사태는 일어난다. 날씨가 개고, 아이들은 서로에게 묻는다. “우리 다시 태어났어?, 아니. 그대로야.“ 이는 2가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아이들은 죽었지만, 다시 태어나지 않은 것. 그리고 아이들은 죽지 않았기에, 다시 태어나지 않은 것. 어떠한 경우든, 둘은 함께 한다. 그리고 막혀있던 철문은 사라지고, 아이들은 철로를 달려나간다. 무엇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건, 아이들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행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여전히 서로를 좋아할 수 있어서.


Q. 손녀를 사고로 죽게 만든 것은 교장선생님일까?

영화 속에서 이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반복된다.소문은 어느 새 진실이 된다. 혼자서 자신의 거짓말을 고백하던 미나토 옆에 교장선생님이 등장한다. “거짓말을 했다”는 미나토에게 “나도야”라고 이야기한다. “남에게 말하지 못할 일이 있을 땐 후- 불어”라고 말하면서, 자신도 호른을 힘껏 분다. 교장선생님 또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겠구나 싶으면서도, 이또한 소문에 대한 근거를 대기 위한 확증편향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고 남에게 말 못할 일을 갖고 있을테니. 꼭 그게 그 소문과 연관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진실은 결국 당사자들만 알겠지만, 사람들에게 이는 중요치 않다. 그저 믿고 싶은대로 믿을 뿐이기 때문이다.


Q. 추측과 오해들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영화는 각종 소문과 추측들로 점철돠어 있다. 학생을 때리고 폭언을 했다는 호리 선생님, 자신의 손녀를 사고로 죽게 만들었다는 교장 선생님, 돼지의 뇌를 갖고, 병에 걸렸다고 여겨지는 요리, 동급생을 괴롭혔다는 미나토. 싱글맘이라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미나토의 엄마.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당연하게도 섣부른 판단을 내리곤 한다. 하지만 오해에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것은 호리 선생님, 그리고 (소극적이긴 하지만) 미나토뿐이다. 디른 사람들은 타인을 오해한 것에 대해, 마음대로 소문을 낸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 그저 지루한 일상 속에 여흥이라도 되듯, 타인을 재료삼아 일상의 허기를 채운다. 그렇게 개인은 서서히 죽어간다. 인간의 마음을 잃어간다.



작가의 이전글 예의차리다보면 나중에 아무도 안남게 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