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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E Oct 19. 2020

꽃길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꽃병에 꽃을 꽂았다


무성해진 꽃병은 날이 갈수록 물이 빨리 줄고

줄기가 맞닿은 부분이 쉽게 썩었다


가꾸는 게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꽃을 꼽지 않았을 텐데

그저 빈 물병으로 놓아두었을 텐데


지나가는 내 어머니가 다발이 된 꽃병이

예전보다 잘 시들지 않는다고 했다


물을 많이 먹고 자라난 내 꽃들은

쉽게 죽지 않는다


서로에게 기대고 있으므로

시간이 흐른 만큼

서로를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꽃들이 내 길이 될 때

그 위를 내가 걸을 때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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