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꽃병에 꽃을 꽂았다
무성해진 꽃병은 날이 갈수록 물이 빨리 줄고
줄기가 맞닿은 부분이 쉽게 썩었다
가꾸는 게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꽃을 꼽지 않았을 텐데
그저 빈 물병으로 놓아두었을 텐데
지나가는 내 어머니가 다발이 된 꽃병이
예전보다 잘 시들지 않는다고 했다
물을 많이 먹고 자라난 내 꽃들은
쉽게 죽지 않는다
서로에게 기대고 있으므로
시간이 흐른 만큼
서로를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꽃들이 내 길이 될 때
그 위를 내가 걸을 때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