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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휘 Nov 20. 2022

업사이클링의 매력

버려지는 것들로 만든 예쁜 것들

십 몇 년 전, 나는 잠시 캄보디아에 있었는데, 당시 캄보디아에는 무척 많은 NGO들이 있었다.그 중 서구 국가 NGO들은 환경 문제와 접목한 여러 가지 활동들도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쓰레기를 페트병에 넣어서 그걸 벽돌삼아 학교를 짓는다든가, 쓰레기를 재활용한 기념품을 만든다든가 등등.

NGO는 아니지만 버려지는 재료를 업사이클링 해서 만드는 유명한 가방 브랜드가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는 SMATERIA라는 브랜드이다. 프놈펜 중심에 매장이 있고, 무척 인기 있고 유명한 브랜드이다. 


스마테리아 홈페이지


여기의 대표적인 가방은 바로 모기장을 재활용해서 만든 가방이다. 가방을 자세히 보면 그물망 같은 것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게 모기장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죽은 오토바이나 자동차 시트를 재활용해서 만든 가죽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게다가, 여기서 가방을 사면 멸균팩을 재사용한 종이가방에 넣어 줬었다. 그 멸균팩 재사용 쇼핑백도 세련되어서 참 좋아했는데, 멸균팩으로 만든 카드지갑이나 파우치를 시장에서도 관광상품으로 팔았었다. 디자인이 굉장히 힙해서 지금 한국에 들어와도 인기있을 것 같은데 안타깝게 사진이 없다.  


당시 한국에서는 이런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보기 어려웠고, 중심가에 매장이 있는 경우는 더구나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십 몇 년 전이다) 업사이클링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모기장을 재활용해서 만든 가방’이라는 게 참 신기했다. 여기 말고도 자동차 시트를 재활용한 가방, 자투리 천을 활용한 가방 등을 만드는 NGO들도 여럿 있었는데 스마테리아가 워낙 물품이 다양하고 예뻐서 방앗간처럼 들르곤 했다. 나중에는 프놈펜 공항에도 입점을 해서 비행기 타기 전에 마지막 쇼핑을 할 수도 있었다.  


이 브랜드의 가방이 가볍고 실용적이라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내가 각별히 좋아하는 가방은 비닐로 모티프 뜨개를 짜서 장식한 가방이다. 너무 좋아해서 가방이 다 낡아진 다음에는 캄보디아에 여행가는 사람에게 일부러 부탁해서 하나 더 사서 지금까지 쓰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마테리아 가방과 파우치들. 우측 하단이 비닐로 된 뜨개가 붙여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방이다.



이 가방으로 ‘비닐을 업사이클링한다’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다. 검은 비닐을 실로 떴더니 이렇게 멋진 가방이 된다니! 그 이후로 나는 비닐을 이렇게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워낙 손재주가 없어서 뭔가 시도해 볼 엄두는 내지 못 했는데, 최근 연희동 보틀라운지에서 비닐봉지로 티코스터 만들기 워크샵을 한다는 소식을 보고 바로 신청했다.  

   

연희동의 보틀라운지는 제로웨이스트 카페로 유명한 곳이다. 일회용품이 없는 가게이고, 제로웨이스트와 관련한 여러 프로그램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인스타그램 : @bottle_factory) 여기서 [나머지들의 작은 축제]라는 이름으로 버려지는 것들을 이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10월에 진행했고, 그 중 나는 [비닐로 짠 태피스트리] 프로그램을 다녀왔다.      


태피스트리는 실로 직물을 짜는 기법인데, 그 기법으로 비닐을 사용해서 작은 티코스터를 만들었다. 진행자 루화(@ruhwa_lee)님이 직접 만들었다는 베틀에 면 실을 걸고, 각자 가지고 온 비닐을 길게 잘라서 하나 하나 엮었다. 나무로 만든 베틀의 느낌이 참 좋았고, 차분하게 실을 거는 그 작업 자체가 힐링이었다. 내가 챙긴 얇은 비닐봉지는 하얀색 티코스터가 되었다. 흔한 검은색 비닐봉지도 엮으니 세련미 넘치는 검은 티코스터가 되었다.      


루화 님이 직접 만드셨다는 나무 베틀에 실을 걸고, 비닐을 가늘게 잘라 하나씩 엮어갔다.


버려지는 것들의 쓸모. 버려지는 것들도 쓸모를 찾아주면 새 생명을 얻는데, 그 쓸모를 주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나는 아직도 일주일에 한 번씩 쓰레기를 한 봉지씩 내다 버린다. 매주 꼭 버리게 되는 것은 비닐봉지이다. 라면 봉지, 과자 봉지, 냉동식품 봉지, 김 봉지, 과일 포장 봉지 등등......어쩜 이렇게 나의 생활은 비닐봉지를 계속 사고 버리는 생활일까 싶다. 플라스틱도 마찬가지이고. 새 생명을 찾아줘야지 하고 모으다가도 결국 짐스러워져 버리게 된다. 버리는 것은 쉽고, 애정을 가지고 새 생명을 찾아 주는 것은 어렵다. 결국 나는 쉽고 편한 길을 선택하곤 한다. 내 식탁에 놓인 이 티코스터는 나에게 쉽게 버려지는 것들의 새로운 쓸모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한다.     


여섯 명 각자의 개성이 담긴 티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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