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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휘 Feb 19. 2023

내 세계를 넓히는 식사

식사는 존재 자체와 맞닿아 있다

얼마 전 ‘쓰레기 박사님’으로 유명한 홍수열 박사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쓰레기 배출과 자원순환 전반에 대한 강연이었고 무척 재미있게 들었는데, 강연 중 홍 박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비건이 되지는 않는데, 비건은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이 말이 무척 마음에 남아, 음식과 생활양식에 대해 곰곰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박사님의 이 말씀에 아주 동감한다. 나도 고기를 안 먹는 식습관에서 시작해서 쓰레기 문제, 환경에 관심을 조금씩 가지게 되었다. 어떤 이유에서 채식을 시작하든 간에, 채식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면 ‘탄소배출’, ‘제로웨이스트’ 등의 단어를 자꾸 접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쓰레기 문제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듣게 되고, 그러다 보니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쓰레기 문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환경·기후 문제 해결의 한 가지 방법으로 비건에 대한 이야기도 접할 텐데 비건이 되지는 않는다면, 왜 그럴까?   


그만큼 먹는다는 것은 존재 그 자체의 문제라, 식생활을 바뀌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먹는 것이 바뀌면 생활 양식 자체가 바뀌는 것이 아닐까.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잠깐 생각해보면 먹는 것은 존재 전체와 맞닿아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내가 무엇을 먹는가는 나를 표현한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는 전통 의상을 거의 입지 않지만, 밥과 김치는 여전히 우리의 주식이다. 해외에 나가면 다른 것보다 음식이 맞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다.

다른 한편, 아주 오래 전부터 식사는 동질감의 표현 방법이기도 해왔다. 외국에서 그 나라 사람들만 즐겨 먹는 독특한 음식이나 술을 잘 먹는다면, “우리나라 사람 다 됐네!”하면서 환대를 받는다. 식사 자리에 초대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깊은 호감의 표현이다. 유튜브에서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는 외국인 영상이 많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 한국을 좋아한다’ 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비즈니스 접대 자리에서는 맛있는 음식 대접이 필수다. 같은 음식을 먹는 행위는 동질감을 표현하는 가장 주요한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식사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 존재가 상처를 받는다. 인터넷 상에 비건, 채식에 대한 컨텐츠에 달리는 많은 악플을 보면 ‘이렇게까지 혐오의 감정을 나타낼 필요가 있나?’ 싶지만 그만큼 내 식습관에 대한 ‘태클’이라고 생각되면 사람은 그런 반응을 보이나 보다 싶기도 하다. 그렇게도 먹는 행위 자체가 나 자신과 동일시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만큼 식습관은 바꾸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식사를 바꾸면, 그 결과는 몸의 변화 뿐만 아니라 생각의 변화, 태도의 변화, 관계의 변화로 이어진다. 매일 피할 수 없이 이루어지는 행동이라서 그럴까? 식사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변화의 기제이다. 그러기에 채식을 하면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겠지. 일상을 바꾸고, 매일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그 일상에 관심을 가지면,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서로 엮여서 구성되어 있는지 알게 되고, 그 많은 것들 하나 하나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는 것 같다.  

   

식생활이란 이처럼 다채롭고,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것이다. 그만큼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는 중요하다. 그러니 오늘도 좀 더 잘 먹어 봐야겠다. 나의 세계를 더 넓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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