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열매 Feb 21. 2024

프러포즈

감동의 순간

 여자라면 다들 결혼이 확정되기 전에 '짜잔' 하고 남자가 다이아반지 주면서 프러포즈하는 걸 상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 그랬다. 또로의 소방공무원 시험도 있었지만 양가에 결혼 승낙도 받아야 하고, 무엇보다 짜잔 하면서 주는 반지가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 커플링도 맞춰보지 않은 우리가 결혼반지 취향을 알 리 없었다.


 우리는 스드메 계약까지 끝내놓은 후 촬영 때 결혼반지를 끼고 촬영할 수 있도록 미리 반지를 맞췄다. 브랜드 반지는 돈낭비라고 생각하는 나라서 형부 지인이 운영하시는 종로의 한 예물 주얼리 샵에서 결혼반지를 맞췄다. 반지 나오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내 반지가 커스텀이라 좀 더 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그렇게 거의 두 달 만에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서 내 손에도 다이아 반지를 껴보게 되었다. 또로와 나만의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반지가 생겼다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또로의 프러포즈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에 웃긴 썰이 하나 있다. 우리가 반지를 맞추러 간 게 4월이었는데 또로의 소방공무원 면접이 5월에 있었다. 주얼리 샵에서 반지 나오는데 5주 정도 소요된다고 했는데 마침 5주 뒤가 면접날이었다. 면접을 무려 대구까지 가서 치렀는데 또로는 미리 하루 전에 가서 호텔방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아침 면접을 보러 갔다. 그리고 면접 다음날까지 호텔을 잡을 테니 나보고 면접날 오후에 대구로 와서 1박 2일 같이 놀다 가자고 했다. 나는 그래서 그날이 프러포즈 날인 줄 알고 언니 상견례 때 딱 한번 입은 예쁜 원피스에 구두까지 신고 내려갔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내 발만 망신창이가 됐다고 한다..ㅎㅎ


 아무튼 또로는 소방공무원 합격 후부터 나와 같이 살게 되었는데 같이 살다 보니 좀처럼 프러포즈할 타이밍을 못 잡다가 너무 티 나는 서프라이즈를 하게 됐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조차 웃기고 귀여워 보여서 또로를 놀릴까 하다가 참았다. 그렇게 티 나는 서프라이즈였지만 남자가 꾸민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예쁘게 잘 꾸며주었고 직접 만든 동영상도 너무 감동이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과 쿠키도 한가득 사주고 정성스레 손편지도 써서 꽃다발과 함께 주었다. 편지를 다 읽고는 무릎 꿇고 반지를 손에 껴주며 "나와 결혼해 줄래?"멘트까지 내 마음을 울리는 완벽한 프러포즈였다. 그리고 이때는 아니지만 명품백 하나 없는 나를 위해 결혼 전 내 생일에 근사한 가방도 선물해 주는 또로였다. 


 프러포즈를 받고 나니 이렇게 행복한 순간을 나 역시 또로에게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미디어아트가 있는 근사한 식당을 빌려서 그곳에서 나 역시 또로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또로는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너무 좋아해 주었고 내가 직접 만든 동영상도 감동 있게 봐주었다. 그리고 나는 또로에게 결혼 전 호주 시드니 1주일 여행을 선물로 주었다. 호주에는 또로의 친한 친구도 2명이나 있었기에 친구 커플도 만나 또로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시드니에서 우리들의 셀프 웨딩 스냅도 찍었다. 그렇게 우리의 프러포즈는 성공적이었다.

이전 09화 결혼 관문 No.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